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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등장한 저 문장을 읽고 뜨끔했는데, 곧이어 뭔가 묘한 감정이 들었음.
별거 아닌 문장같아 보이지만, 진작에 죽었을 터인 헤세라는 작가가 오랜 친구인 양 내 눈앞에 살아있는 채로 말을 걸어온 느낌이었음.
분명 내 생각이 읽혀서 든 감정이겠지. 그러나 이 생각은 그동안 헤세의 발자취(유리알 유희 하나의 작품뿐만 아니라 헤세의 이전 작품들까지)를 따라온 독자들에게만 주어지는 깜짝선물과도 같아서 나도 모르게 엷은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문장이었음.
제목이 어그로같아서 덧붙이자면 저 문장 하나만 매력적인 것이 아니라 아직 1권의 절반 언저리만 읽었지만, 현재까지의 인상은 싯다르타와 함께 투탑임.
먼저 세계관이 매력적임. 카스탈리엔이라는 집단, 기관은 헤세가 창조해낸, 기존의 세계에 덧붙힌 판타지인데 이미 나는 이 세계에 동화되어 있음.
그 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점은 작품의 분위기임. 적어도 지금까지는 굉장히 평화롭고 낭만적이며 기분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음. 특히 음악명인과 요제프의 관계가 너무 아름다움. 동화책같아서 좋은듯.
아무튼 유리알 유희 상대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서문 부분이고 전기 부분은 술술 읽혀지는 중임.
전기에서 매력적인 부분은 화자가 역사적 자료를 가지고 설명하는 분위기인데, 가끔 역사적 자료에서 발췌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디테일하고 섬세한 표현을 하긴 하지만 그것이 괴리감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그냥 몰입감이 증폭됨. 이러한 방식도 독특하며 매력적임.
어어 헤세야 밀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