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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다


한없이 가벼운 블랙 코미디라는 겉모습에 충실하면서도


'솔라리스' 에서 느꼈던 끝없는 박식함이나 인간의 악의에 대한 절망을 조금 더 달관한 태도로 휘갈겨 쓴 느낌이다


타인을 위해 뭔가 해주려는 생각 자체도 오만일 수 있다 라던가...


AI에 대한 너무나도 선진적인, 차라리 미래적인 인식들...


아니, 그러니까... 이것도 불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다... 가능한 모든 것을 하고 나면 불가능한 것밖에 남지 않는다. 그것이 사변적으로는 항상 가능하다


그럼 어떡해야할까. 모든 것이 가능하고 그렇기에 아무 의미가 없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왜 해야하는가


이 책은 그 답을 해주지 않는다


그 답을 찾으려는 쉬운 방법은 (아니면 적어도, 쉬워보이는 방법은) 모두 파멸을 향한 지름길이라는 것을, 진지한 로봇들의 우스꽝스러운 춤사위로 보여줄 뿐이다


한국어판 편집자는 해설에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와 주제나 분위기가 유사하다고 언급하는데 과연 그런 것 같다


염세적이고, 중심이 없고, 긍정할 수 없는 삶을 긍정하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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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다시 이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