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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재밌게 읽었다


띠지를 벗겨두고 읽는 성격이라 이 글을 쓰려고 다운받은 책 표지를 다시 보고서야


이 책이, 이 책에서 좆같은 씨발년 정도로 깠던 오바마 본인의 추천 도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비판되는 정치인은 도널드 트럼프이다. 이 새끼는 그냥 믿을 수 없을 수준의 병신 정도로 묘사된다


그 놈의 유치하고 나아가 애234미뒤졌다고까지 할 수 있을 진영 논리로 이 책을 보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앞서서, 오바마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생각지도 않았던 글들이 쏟아졌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별로 재미없었다


오토픽션은, 문학이 전성기 시절 현실에 미치던 어마어마한 간접적인 힘을 거의 잃은 지금, 현실 그 자체를 빌려서라도 그 힘을 되살리려는 추잡한 발버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들었다. 나는 원래부터 이런 형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거의 읽지 않았는데, 이번에 읽어보니 그런 생각은 더욱 강해졌다


그렇지만 처음에 그럭저럭 재밌게 읽었다고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어쨌든 어느 정도 분량이 있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책임에도 엄청나게 빠르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꼭두각시 서커스 논란처럼, '재미 없으면 왜 봄?' 같은 이야기다. (물론 나는 꼭서를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다. 논란의 성격 자체는 익숙하지만, 그 논란이 꼭서라는 작품과 연관되어있다는 사실을 여전히 납득하기 힘들다)


어쨌든 그래서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 논픽션으로 받아들여졌다


일화, 인물, 관계 등은 모두 사실에서 따온 것이고- 그걸 극적으로 조합해놓은 것이라고, 나는 읽었다


이 책은 미국의 개좆같은 현실을, 그리고 그 현실을 초래한 극단적 자본주의 경제가 정치적으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상당히 생생하고 또 세세하게 묘사한다


미국에서 백인들과 사는 파키스탄인, 흑인 부자들과


파키스탄에 사는 빈자들, 테러리스트들이 교차된다


어릴 때 무슬림들을 못 살게 굴고 쫓아낸 지자체들을 엿먹여 생성한 딸깍 화수분으로, 이미 헤아릴 수 없을만큼의 부를 소유한 파키스탄인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된다


그 지자체에 살던 가난한 백인들은 더 가난해진다. 물론 거기엔 무슬림들도 살고 있다. 그렇지만 부자들의 알 바는 아니고, 그 부자는 법적 제재도 전혀 받지 않은 채 여전히 좆같은 짓을 하고 있다. 이게 정말 파키스탄인이 한 짓인지는 사실 의심스럽다. 백인이 한 짓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며 화자가 경악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미국과 한국은 많이 닮았다고 느꼈다


한국이 미국을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을 천상낙원이라던가, 아니면 적어도 현재 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고 가장 정의롭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나라로 여긴다


그건, 한국을 그렇게 느끼고 싶지만 도저히 힘들어서, 그 마음을 머나먼 원형에 투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좆같은 나라라는 것을 인정하고 바꿔나갈 생각은 누구에게도 없다


개좆같은 시스템에 편승해서 돈이나 빨아먹거나


꼬우면 북으로 꺼지라는 소리나 하고 있지 (이 책 마지막에 딱 이런 소리가 나와서, 나도 이 말을 꼭 쓰고 싶었다)


우리가 뭔가 의미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무언가 이타적인 실천이야말로 유일한 의미있는 행동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읽은 사이버리아드에서 렘은 그것도 부정했다. 나는 아직 내 믿음을 온전히 놓지는 못했지만, 렘의 의견이 옳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은 이율배반으로 구성되어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정말로, 다시 칸트를 읽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