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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예에엣날에 갤에서 괜찮다 해서 봤는데 실제로도 되게 괜찮은듯.



개인적으로 sf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건 설정의 참신성과 철학적 통찰, 그리고 평가 기준은 설정의 새로움 및 완성도와 과학적 접근법이 얼마나 지켜졌는가 라고 생각함
반대로 SF 내에서의 논리가 현실의 과학이랑 얼마나 잘 합치하는가는 전혀 중요치 않고
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과학적 접근법이라 보긴 하는데 뭐 다른 부분이 썩 훌륭하다면 대충 넘어가줄 수 있긴 함
사실 설정의 완성도가 높다 <<< 이거 자체가 과학적 접근법을 적절히 사용한 결과물이니만큼 설정의 완성도가 높은데 과학적 접근법을 개나 준 SF는 불가능하기도 하고
서사의 완성도나 순수 재미도 중요하긴 한데 걔넨 sf에서만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갑시다


아무튼 과학적 접근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그건 그냥 다른 무언가에 SF 스킨을 씌웠을 뿐이지 엄밀히 따졌을때 SF 장르로 분류하긴 어렵다고 생각함. 아무리 일기의 형식을 빌렸더라도 작가 본인이 겪지 않았다면 일기가 아니라 소설인 것처럼

(e.g. 천개의 파랑 이라던가. 경마로봇이라는 개념 그 자체와 다른 칩이 박혔는데 멀쩡히 기동하는 경마로봇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좀만 고민해봐도 알 수 있잖슴. 여기서 설정의 완성도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가버렸다 생각함. 처음부터 이종족 같은게 존재해서 상식도 달랐을 판타지라면 모를까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는 sf에서, 특히 상식이 바뀔 정도로 먼 미래 혹은 과거가 다른 세계선도 아닌 한국 베이스 근미래 배경에서 경마로봇은 영 아쉽지)

엥? 그럼 뒤로 공중제비 돌면서 봐도 SF인 ~~는 설정/철학/접근법 다 애매한데 너가 너무 엄격한 거 아니냐? 같은 생각 들 수도 있는데 그 시대 기준으론 설정이 꽤 참신했겠지 정도로 이해해주셈

거기다 흥행한 명작이라 해도 흥행은 마케팅 + 운에 의존하는게 크기도 하고


또 요즘은 작가 역량 부족인지 전달하려는 메시지 자체에 매몰된 탓에 나머지 부분이 끔찍한 수준이라(세계관에 구멍이 숭숭 나 있다던가, 필력이 너무 별로라던가 등) 과락 당해야 마땅한 소설도 많은데 이 단편집은 그런 부분에서 과락 당할만한 소설은 없었다 생각함
설정도 참신하고, 나름의 생각할거리들(≈철학)을 던져 줌
그래서 되게 고평가하게 되는듯


단편별로 개인적인 순위는
멸종의 이유 = 0부터 9까지 > 아직은 끝이 아니야 > 우주의 집 > 시간의 약속 > 숲의 전쟁 > 하늘은 무섭지 않아 > 생명의 노래 > 아이클린 > 위대한 예술 > 드래곤의 꿈



1.   아직은 끝이 아니야
활자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생명체가 있다면
아무리 진화압이 존재했다지만 어떻게 저렇게 빨리 진화하냐 같은 다소 작위적인 부분이 걸리긴 했으나 상당히 참신한 내용이었음
판타지에 나오는 이차원 생물이 실존한다면 저런 모습일까?
난해하다면 난해한 설정인데도 큰 어려움 없이 이해가 된다는 부분에서 작가가 상당히 노련하다 느낌

2.   우주의 집
우주에서 태어나 우주에서 죽을 아이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외로웠을 아이에게도 짝패는 존재했더라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듯(물론 성인에게도 좋고)

3.   0부터 9까지
완벽한 난수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면
제일 재밌게 읽은 작품이었음.
난수와 관련된 소재를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니 감탄했고, 결말까지 유머러스함

4.   하늘은 무섭지 않아
로켓이 금지된 시대에 꾸는 로켓에 대한 꿈
하늘을 동경하는 것은 본능이 아니었을까

5.   숲의 전쟁
거인의 식물적/군체적 재해석
단편집 제목까지 차지한 작품 치곤 조금 아쉬움
소재는 되게 참신했지만 위기감이 조금 부족한듯? 좀 더 동적이었으면 어땠을까 함
그래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엄청 대단한 것 같음

6.   드래곤의 꿈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은 용의 꿈
다소 아쉬움. 판타지에 가깝다 느낌

7.   시간의 약속
자전하지 않는 세상의 시계?
우리야 지구가 자전하니 태양의 주기로 시간을 파악하지만 그게 불가능한 세계라면?
당연히 매일 해가 뜨고 지는 우리 기준으로 생각하다가 저쪽 세계는 자전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니 시계를 만드려는 저 노력이 되게 신선했음
정확한 시간적 기준을 만들기 위해선 정확한 시간적 기준이 필요하다니 이 무슨 역설
거기다 동양풍 배경인 것도 새롭게 다가오더라. 하긴 서양풍이었으면 다른 나라로 망명가면 끝났을텐데 저런 무소불위의 권력자에게 끊임없이 쫓기려면 동양풍이 맞긴 하지

8.   아이클린
전일근무가능한 무보수 하인과 그 덕분에 게을러진 인류
아무리 인간의 행동을 완벽히 예측할 수 있다지만 인간에 대한 가치판단을 기계가 한다니 뭔가 불쾌했음. 실제로 작품 내에선 그거 때문에 인간이 멸종하기도 했고.
이쪽도 뭔가 SF보다는 판타지 쪽에 가까운 것 같음

9.   멸종의 이유
성장이 아닌 진화를 하는 종족이 있다면
성장 수준에 따라 생태적 지위가 달라지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연상됐음.
혹은 갑각류처럼 성장 단계에 따라 외형적 변화가 엄청 큰 생물도 생각나고
읽는 도중엔 종 다양성 어디? 같은 의문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참신한 설정이었고, 특히 앞에 말한 두 예시처럼 마냥 불가능한 설정도 아닌지라 더더욱 대단하다 느꼈음 현실 기준으로도 설득력을 갖춰진 SF라는 거니깐
그나저나 저 행성엔 미생물마저 없는건가? 그건 좀 아쉬울지도

10.   생명의 노래
아름답다 느낀 것은 사실 죽음의 노래였다니
다만 아쉬운 점은 SF적인 요소를 대부분 시각에 의존했다는 점 같음.
그 덕분에 과학적 접근법이 꽤 아쉽지 않았나

11.   위대한 예술
매우 거대한 별뜨기.
좀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읽어서 그런건지 모르겠다만 스케일에 비해 조금 힘빠지는듯
그럼에도 그런 코스믹 호러적인 거대한 존재를 과학으로 끌어내렸다는게 인상적임



각 단편 후기는 여기까지

내가 원래 글을 좀 비판적으로 씀 + 긍정적인 표현 잘 못함 + 애초에 긍정적인 감정은 휘발이 빠른데 벌써 3일전에 읽은 책이라 칭찬하기 힘듦
이 합쳐져서 괜찮다는 후기 치곤 칭찬은 적고 불평불만은 한가득이지만 그래도 국내 SF 소설 싹 모아서 줄 세우면 아무리 못해도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 있을만한 책이라 생각함

국적 안 따지고 티어 매겨버리면 요즘엔 테드창 앤디위어 같은 양반들이, 옛날까지 따지면 3대거장 같은 양반들까지도 버티고 있는지라 세계구급에서도 명작이라곤 확언 못하겠지만 이 좁디 좁은 반도 땅에선 탑 티어 SF 작가라 봄

그래서 이 작가 장편 언제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