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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 지나 백년고독 삼독을 하게 된 순간, 나는 오래 전 봄날 옛 파딱을 따라 g.s 대란에 참가했던 일을 떠올렸다.


당시는 코로나가 시작될 무렵으로, 도서관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나는 읽을 책을 일일이 구매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때마침 옛 파딱이 G.s shop 어플을 깔면 만 오천원을 무료로 준다는 꿀정보를 들고 왔고


독갤의 게시글이 도서 구매인증글로 도배가 되어 유례 없는 풍년을 이룩했다... (가끔 만두 사먹는 독붕이들도 있었다.)

나는 문학사상사에서 출판한 <백년동안의 고독>(민음사 쪽이 직역이라 그걸로 읽고 싶었지만, 그쪽은 2권 분할이라 더 비쌌다.),

그리고 박상륭의 <아겔다마>(영어판이 같이 수록된 바이링궐 에디션인데 딸랑 단편 하나 수록해 놓은 창렬작이다)


이렇게 두 권을 사서 독서의 위기로부터 탈출을 꾀할 수 있었다


처음 읽었을 당시에도, 독서 권태기에 접어들었던 당시의 내 대가리를 깨버릴 듯한 자극을 준 충격적인 작품이었지만,


아무래도 인물과 사건이 장황하게 서술되어 스토리 전체를 받아들이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그러다 재작년 봄 쯤에 드라마화 소식을 듣고 다시 읽게 되었는데 이게 웬걸,


백년고독이 개쩌는 작품이란 걸 알게 되었다.


처음 읽을 땐 지루해서 대충 넘어갔던 중후반부 바나나 공장 서사 역시 개꿀잼이란 걸 발견하게 된 것은 큰 기쁨이었다.


무슨 책 읽냐는 친구의 질문에, 곧 넷플 드라마화가 되어 유명해질 작품이라며 들뜬 목소리로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


...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백년의고독 드라마는 현생은커녕 독갤에서조차 외면 받으며 금세 잊혀졌다.


궁금증을 못 이기고 드라마를 보게 된 것이 최근, 생각보다 원작에 충실했고, 텍스트로 보던 것을 화면으로 보게 되어 감각적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책과 핸드폰을 와리가리하며 원작과 드라마를 이리저리 비교해보았는데,


드라마는 1/3 지점에서 끝났지만 중독성을 못 이기고 결국 소설을 끝까지 달려버렸다.


근데 확실히,


이 세상엔 여러 번 돌려 읽을 때 더 맛나는 소설들이 있다. 좋은 작품은 껍던 씸이 아닌 것이다.


처음 읽을 때 가장 재밌었던 대목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전쟁담 파트이지만, 보면 볼수록 아우렐리아노 대령의 전쟁 이후의 삶에 끌리게 된다.


우르슬라가 중간에 진술한 대목,



"그가 전쟁에 시달린 탓에 마음이 굳어 집안 식구들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 누구도 결코 사랑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이상주의를 추구하기 위해서 그토록 오랫동안 여러 전쟁을 치른 것이 아니라, 싸움에서 이기거나 진 이유는 단 하나, 순수하면서도 죄악이나 마찬가지인 자존심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278p)



여기서 보여지는 냉정하고도 날카로운 통찰이 참 매력적이다.


이제 G.s 대란은 32번 전쟁을 일으킨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전설마냥 대다수 독붕이들에게 잊혀진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여전히 그때 꽁돈으로 얻었던 만오천원으로 <백년동안의 고독>을 구매했던 일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좁고 낡은 방에 갇혀 혼자 떠들썩하고 북적거리는 마콘도를 떠올렸던 일이


나에게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카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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