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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제니친은 수용소의 하루 읽고나서부터 좋아하던 작가였는데, 장편소설인 암 병동 역시 대만족임
내용은 간단하게 암으로 입원한 죄수 코스토글로토프와 소비에트 고위 관료 계층인 파벨을 주된 화자로 13병동 환자들의 일상, 치유와 죽음을 그린 작품임
스탈린 시대의 광기가 떠나가지 않은 50년대가 배경이기 때문에, 소련 사회의 이모저모를 풍자하거나 비판했음.
제정 러시아 시절처럼 중앙아시아나 시베리아로 지식인과 반동분자들을 모조리 유배보내거나, 소련의 의료 복지 제도가 비효율적으로 굴러가서 환자들이 제때 입원하지 못하는 상황 등등, 여러모로 험난했던 소련의 현실을 고발하는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음
전반적으로 톨스토이의 소설들처럼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삶과 죽음의 대비가 메인 테마임. 글 자체도 짤막하고 읽기 쉽게 쓰여 있어서 톨스토이 소설 같다는 느낌도 있음.
해설에서는 소련 사회 비판에 무게를 두던데, 나 같은 경우에는 암 병동은 삶과 죽음의 대조가 더 중요한 주제의식이었다고 생각함.
여러모로 체제의 반동으로 낙인찍혀 10년이나 죄수로 살아가다 암에 걸려서 죽을 뻔한 솔제니친의 자전적인 체험이 나타나는 소설임.
뿐만 아니라, 같이 등장하는 인간 군상들도 재미있는 인간들이 많았음. 외향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죄수 코스트글로토프, 격무로 지쳐가는 의사들, 관료로써의 자부심을 죽음 앞에서도 버리지 못하는 파벨, 학자로서의 재능에도 불구하고 요절해야만 하는 바짐, 평생을 한량으로 살다가 죽음 앞에서 고뇌하는 예프렘, 일평생 침묵받을 것을 강요받은 지식인 술로빈, 학생의 나이에 입원한 시골 소년 죰카와 도시 소녀 아샤 등등... 여러 인간 군상의 희노애락을 그렸음.
고환암으로 죽을뻔했던 솔제니친의 경험이 우러나오는 작품이라서, 제아무리 잘난 인간들도 죽음과 고통 앞에서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내일을 살아가고 싶어하는 모습을 잘 그렸음.
중환자로 오늘 내일 할 때 체제, 가족, 부 등등 모든 가치를 잃어가는 묘사가 뛰어나서 죽다 살아난 인물들이 자기가 죽어갈 때 왜 모든 것을 포기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나, 죽어가는 동료 환자들을 보면서 무관심하게 자기의 건강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줌. 이 점이 비정한 현실?을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듦.
죽음은 철저히 강요받은 것이여서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드네 ㅇㅇ.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을 아프지 않게 살아가는 거지만, 인간이 워낙 얄궂은 동물이라서 조금만 건강해져도 당장 더 많은 것, 좋은 것을 갈망하는 욕심도 제대로 보여줌. 죽음 앞에서 개과천선하나 싶더니 원래대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렇고
그렇다고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만을 그린 것은 아니라서 건강을 회복하자 간호사, 여의사들과 이야기하고 사랑받길 갈망하는 죄수 코스토글로토프의 순수한 모습, 인생의 아름다움, 환자들 간의 같은 고생을 했다는 전우애, 의사들의 무거운 책임감과 환자들 사이의 우애 등등, 아름답거나 감동적인 장면들도 자주 나옴.
올해 읽은 책 중에서는 제일 마음에 듦. 삶과 죽음의 대조, 연약한 인간, 잔인했던 소련 사회 고발까지 삼박자가 제대로 맞은 작품이라고 생각함
무엇보다도 죽음을 향한 탐구가 아니라 삶을 향한 의욕이 글의 주제라서 인생의 원동력 사랑에 대한 상고와 고난에도 지지 않는 생의 강인함을 그리는 긍정적인 작품이었다는 것이 마음에 듦.
결말은 살~짝 의외이긴 한데, 그래도 새로운 인생을 향한 도전으로 끝나는 점은 좋았음.
그리고 죄수 코스토글로토프한테 러브라인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활달한 간호사 조야, 다른 하나는 조용한 여의사 베라임.
금발거유갸루 vs 흑발소심범생이의 정실대전은 50년대 소련사회에도 존재했던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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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진흑챙이냐 흑진금챙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