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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책을 읽게 된 것은 노벨상 때문이 아니었다. 책 내적인 요소가 아닌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라는 외적인 요소에 떠밀려 읽게 되는 책은 자발적인 동기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유행을 강요받는 느낌이었고, 이에 거부감을 느껴 수상 소식에도 축하만 할 뿐, 한발짝 떨어져 직접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제는 흥분이 좀 가라앉기도 했고, 국적불문하고 노벨상 수상자의 작품이므로 한 권쯤은 읽어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강 작가의 가장 유명한 책이라고 할 수 있는 <채식주의자>를 읽어보려고 했으나, 작품이 가진 메시지에 반발심이 들어 감상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음으로 미루고,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사상이 감상에 영향을 끼치는 <소년이 온다>도 미루기로 했다.
반면 흰은,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므로 마음에 들었다.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처럼, 자전적인 이야기는 동의/비동의가 아닌 공감/비공감으로 감상할 수 있으므로 부담이 덜해 읽어보기로 했다.
<흰>의 소재는 작가의 언니이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은 언니의 존재는, 어머니에게 남겨지고, 작가에게 물려진다. 일면식도 없는 언니를 동정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로 느껴지는 작가의 태도는 무미건조해 보이나, 지구 반대편의 흰 도시에서도 언니의 존재를 발견하는 등 작가도 언니를 떨쳐낼 수 없음을 증명한다.
작가는 이러한 소재를 언니의 몸을 감싼 포대기부터 지구 반대편의 도시까지 '흰 것'들로 연결한다. 흰 색에서 느껴지는 처연하지만 담담한 감정을 작품 끝까지 이어간다.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처럼 울부짖으며 애통해하지 않고도, <흰>은 독자에게 오래된 상처의 욱신거림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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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