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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삶 자체가 안정권을 지나 제법 나태해져가고 있는 중년의 교수와


사회적인 주목과 자유분방함을 드러내는 성공한 여성 디자이너의 불륜을 다루는 내용이다.



책의 시작은 이문열의 후반기 작품답게 정치적인 견해를 인물에게 투영시켜 쏟아 낸다.


며 칠간의 밀회 여행을 떠나는 간단한 상황인데


지적인 교수와 거기에 부합하려는 세련된 디자이너인 둘은 거대한 담론을 펼쳐내기 시작한다.


사실 진부한 남녀 사랑여행을 가장해


imf를 비롯해 사회전반에 풍기는 거품같은 인식들과 팽배한 오만들을


최대한 드러내서 펑 하고 그 형태가 절정일 때 깨부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이문열이 요구하는 그들의 모습은 명확하다.


억지스러운 설정을 없애려고 주어진 환경과 직업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고


전달하려는 목표에 적합한 인물로 고정 시켜놓는 작업을 수월하게 해버린다.


어쩌면 이게 이문열의 능력이다.


시시콜콜한 일련의 행동들 하나 하나에


이문열의 정립된 철학과 의식이 흘러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밝혀준다.


한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으려고 양 옆의 지지대를 강하게 부여잡고


아슬아슬하면서 나름대로 고심하는 행동들이다.



이문열 작품 주특기는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소한 상황 판단에 대한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순간의 별 거 아닌 움직임들이 내 가치판단에 의해서 움직이고


그 가치판단은 내가 세워놓은 기준과 정립된 우선순위에 따라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


삐걱거리거나 뒤틀린 문제들 마저도 불가항력적인 부분을 최대로 배제한


결국은 그들의 선택이라고.



던지는 메시지가 정확하고 풍부한 교양을 자처하는 이문열이기에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