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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후작 부인에게 매달려 어리광을 부리고 후작의 자식들과 스스럼없이 놀던 평민인 '나'는 병약한 소녀인 후작의 장녀에게 반했던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대학을 마치자 다시 눈 앞에 나타온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나는 확신합니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요.
단지 사랑이라기엔 나는 그녀를 탐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녀의 오빠든, 아버지든, 무엇이든 되어 그녀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사랑 대신에 이것에 이름 붙일 만한 이름을 찾지만, 세상엔 해명하지 않고도 우리를 매료시키는 게 많기에 나는 이것을 해명하지 않고, 확신한 채 그녀를 만나러 갑니다.
그녀는 어쩐지 어두운 표정입니다. 세간에서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퍼졌고, 아버지인 후작께서 이 만남을 허하지 않았다고요.
나는 말합니다. 세평이란 담쟁이덩굴과도 같아 세상을 보기 좋게도 하지만, 그것을 우리 마음에 파고들게 하지 말고 다만 사랑하기를 원한다고요.
그녀는 말합니다. 당신께선 왜 나를 사랑하시나요?
나는 말합니다. 어린애에게 왜 태어났냐고 물어보십시오. 꽃에게 왜 피었느냐고, 태양에게 왜 비추느냐고. 난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마리아.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신하고 키스를 나눕니다. 그리고선 작별을 고합니다. 영원히
병약한 그녀는 그 날을 견디지 못했고, 의사는 그것을 전하기 위해 나를 찾아옵니다.
어쩌면 무너질 수도 있었던 청년에게 의사는 말합니다.
자신은 마리아와 같은 순결한 영혼을 봤으며 그녀는 마리아의 어머니였다고. 다만 우리는 사랑하기에는 가난했기에, 자신은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지위를 원했다고.
그러던 참에, 자신이 모시던 젊은 후작께서 자신의 약혼녀에게 반해 고아인 그녀를 후작 부인으로 맞이할 준비가 됐음을 알았다고.
그녀를 정말 사랑했기에, 자신은 그녀 곁을 떠났고 다시 그녀에게 가자 그녀는 마리아를 분만한 채 죽었다고.
나는 마리아를 살리기 위해 부심하고, 그녀의 삶을 짊어졌다고.
자네도 마리아의 삶을 짊어진 채로 타인을 도와주며 살아가게나.
신의 뜻대로 살겠습니다.
종종 홀로 있을 때, 저 너머에 인간들이 있는지, 정녕 자신이 외톨이인지 모를 때면, 죽어버린 생각들이 밀려오고, 소생의 바람이 일어 엄청난 사랑의 힘이 나를 저 그윽한 시선을 보내는 아름다운 존재에게로 흘러가게 합니다. 그러면 몇백만 타인의 사랑이 이 사랑에게로 오는 것만 같고 이 사랑은 불가사의한 사랑의 수수께끼 앞에서 입을 다뭅니다.
"당신의 것은 나의 것입니다. 당신의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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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사랑 이야기입니다. 서로를 탐하지 않은 채 사랑을 속삭이는 남녀가 세상에 있을까요? 어쩌면 소설만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럼에도 나는 이런 사랑에 감명받고 몰입한 채 쪽을 넘깁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육체만을 탐하는 사랑?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사랑? 둘 다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두 남녀만 보더라도 서로 대화하며 눈빛으로만 서로의 념을 파악하고선, 서로가 사랑하는, '두우'라고 부를 수 있는 사이임을 알지만 그것이 육체적 관계로 이어지는 건 책의 마지막, 마리아가 죽기 직전에 한 키스가 다입니다. 다만 그 키스가 다라는듯이, 마리아는 나의 친구, 나의 사랑, 나의 구세주에게 행복하다는 듯 작별을 고합니다.
이 책은 어쩌면 종교서나 철학서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녀와 대화함에 있어 주제는 하느님의 사랑이나, 『독일 신학』이나, 계시와 진리라고 하는 내용이거든요. 기독교에 반감을 가지신 분이라면 도중에 책을 덮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저는 이 모든 내용이, 율법주의를 비판하거나 지상으로의 귀환을 통한 신께로의 귀의라든지의 모든 내용이, 결국 마지막에 있을 타인을 위한 사랑의 전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 인간에게서 가없는 사랑을 받고, 그 사랑과 삶을 짊어진 채 타인을 돕는 삶은 종교나 철학에 관계없이 감동을 줍니다.
내게 이 책이 준 모든 감상을 늘어뜨리고 싶지만, 내 표현과 깊이가 부족해 다 표현하지 못할 따름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에서 말하는 "우리를 가장 매료시키는 것은 해명할 수 없는 것들 천지가 아닌가." 라고 말할겁니다. 나로선 아무리 표현해보려 해도 무언가에 막혀 다 표현하지 못하고 내 마음에 머물 따름입니다.
주변에 책을 꼭 하나 추천하자면 이 책을 추천할 것 같습니다.
"이 반지를 내게 선사하고 싶으면 그냥 네가 갖고 있어. 너의 것은 곧 내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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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