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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도.끼 소설만 읽다보니 독후감도 도,끼화 되고 있음 ㅋㅋㅋ


136p

'내가 돌아가면 놈들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겠지만, 천만에, 일부러라도 끝까지 눌러앉아서 마시겠다. 암, 마시고말고! 회비를 지불했으니까 마셔야지. 난 너희들을 장기의 말 정도로밖엔 생각하지 않아!'...(생략)...괘종시계가 여덟시를 치고 또 아홉시를 쳤다. 그들은 테이블에서 소파로 옮겨앉았다...(생략)...나는 경멸의 미소를 띤 채 소파 맞은편 벽 밑을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상대해주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다는 걸 보이려고 애썼다...(생략)...나는 여덟시부터 열한시까지 그들이 앉은 맞은편 벽 밑을 쉬지도 않고 왔다갔다했다...(생략)...너무 자주 방향을 바꾸다보니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이따금 순간적으로 나는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듯싶은 기분을 느꼈다. 세 시간 동안에 나는 세 번 땀을 흘렸고, 세 번 그 땀이 말랐다. 앞으로 10년이나 20년, 또는 40년 후에라도 나는 지금 이 순간을 - 일생을 통해 가장 추악하고 우스꽝스런 이 순간을 회상하며 혐오와 굴욕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이런 상념이 마치 독화살처럼 내 마음에 꽂히는 것이었다. 비양심적인 태도로 자신을 이런 굴욕에 빠뜨리는 건 이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이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여전히 같은 곳을 거닐고만 있었다. '아아, 내가 얼마나 훌륭한 감정과 사상을 지닐 자격이 있는지 그걸 너희들이 안다면!'


- 주인공은 여기서 말 그대로 찌질함의 극의를 보여주는데, 알 수 없는 감정(아마도 소외감 혹은 기나긴 공상 끝에 다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일 것이다.)에 이끌려 즈베르코프의 송별 모임에 참석해 그들을 불편하게 한 것도 모자라, 그들의 대화를 듣던 중 참지 못 하고 자신의 지적, 도덕적 우월함을 뽐내려고 비판적인 언질로 식사 분위기를 여러번 망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식사가 끝나고 즈베르코프 일당이 소파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주인공은 차마 그 자리에 끼지 못 하고 소파 맞은편 벽 밑을 3시간 동안이나 거닐고 있었다! 심지어 그 3시간 동안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꼴이 얼마나 우스운지, 자신이 어느 정도로 민폐를 끼치고 있는지 민감한 감각으로 통렬하게 느끼고 있었으면서 '산책'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자기가 그들과 어울릴 수 없는 인간이고, 그들과 어울리고 싶지도 않다면(화자는 이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얘기하던 그 순간부터 이걸 알고 있었다.), 깔끔하게 아무 이유나 대고 "나는 이제 집에 가 보겠다."며 집으로 돌아가면 될 일 아닌가!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은 빌어먹을 위신 때문에, 상대의 바람대로 해 주기 싫다는 삐뚤어진 심성 때문에 이율 배반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가 문학적으로 너무나 훌륭하게 표현되어 있다고 느꼈는데, 대중적인 해석에 의하면 이 소설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찬미하는 소설'을 비판하기 위해 쓰여졌다. 화자는 이 수기의 초반부에서 인간의 모든 행동을 이익에 근거해 계산하여 '대수표'같은 것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그 비판의 문학적 표현이 바로 이 부분인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주인공의 찌질한 심리를 묘사하면서 인간의 이율 배반적, 비합리적, 비이성적 면모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 주인공은 '끝까지 자리에 눌러앉아서 마시겠다'는 이율 배반적 결정을 정당화하고 싶었는지 '회비를 지불했으니까 마셔야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에게 변명하고 있다(수기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분명 '회비를 지불했으니까 마셔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이것은 저열한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묘사가 이 수기에서 여러 번 등장한다.). 그와 동시에 '난 너희들을 장기의 말 정도로밖엔 생각하지 않아'라며 정신 승리하고 있다. 또 '내가 얼마나 훌륭한 감정과 사상을 지닐 자격이 있는지 그걸 너희들이 안다면!'하고 허영심에 부풀어, 마치 즈베르코프 일당을 계몽이라도 시킬 듯이 생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