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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시와서 '봄은 깊어'에 나오는 '마쓰네 도요조'의 나의 색비름...







나의 색비름
마쓰네 도요조



"작년 가을, 뜰 한구석을 꾸민 것은 잿날 때 묘목으로 몇 그루 사 온 색비름이었다. 그 씨앗이 어쩌다 땅에 떨어졌는지, 올해는 저 혼자 뜰이며 밭이며 가리지 않고 온통 싹을 틔웠다. 소엽맥문동이 핀 섬돌 옆에도 퍼고, 가지발에도 군데군데 피고, 담장 옆에도 길가에도 피었다.

이 풀은 얼핏 작은 잡풀처럼 보이기도 해서, 들을 밟고 지나가는 나막신에 자칫 어린 생명이 다치기라도 할까 봐 일구어 놓은 땅에 두세 치나 되는 싹을 하나하나 조심조심 옮겨 심는다. 이파리 하나라도 벌레 먹은 혼적이 보이면 또 그만큼 잎이 새로 난다. 하나둘 잎이 마르면, 뿌리쪽을 다져 주고 거름도 뿌려 준다. 햇별이 너무 뜨거울 때는 못쓰게 된 우산을 씨위 준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물을 뿌려 주었는지 모른다. ...... 이렇게 둘봐 주는 것은 분주한 머릿속이 지쳐 갈 때쯤인데, 어설프게 피로한 때는 이 작은 풀에 대한 사랑이 오히려 더 깊어 갔다.

종류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잎 전체가 붉은색이고. 또 하나는 파란색 잎에 가운데만 선홍색이다. 이걸 두 군데로 나눠 심었는데 한쪽은 한곳에 몰아 심어 숲처럼 만들고,또 한쪽은 띄엄띄엄 심어 정원처럽 만들었다. 그래서 두 가지 모습 다 즐기려고 했다. 양쪽 다 쑥쑥 잘 자라서, 가장 키가 큰 것은 허리, 배꼽까지 오더니 나중에는 가슴께까지 자랐다. 야아, 올해 색비름 자란 것 좀 봐, 하고 혼자 속으로 뿌듯해했다. 때로는 멀리 있는 친구에게 소식을 전해 그 성장을 자랑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이충난간에 기대 내려다보면서 혼자 시를 읊으며 즐거위한다.

여기까지
색비름 자라거라
이층 위 난간

나는 옛날부터 색비름을 정말 좋아했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그것을 뜰에 심었다. 그리고 작년에 꽃이 다 질 때쯤, 마음에 드는 좋은 꽃씨를 모아 두려고 마음먹었지만, 일이 바빠 그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참새들에게 쪼아 먹허게 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올해도 잿날에 씨앗을사 오긴 했지만 영 시원찮아서 기운이 빠져 있는데, 이렇게 많은 싹이 저절로 자라났으니 그 기쁨은 더더욱 각별했다. 그런 까닭에 안 그래도 좋아하는 색비름을 마치 사랑하는 자식이나 연인처럼 아끼고 돌보았더니, 그 모습이 주변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다 싶을 만큼 애절하여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비친 모양이다. 아아, 색비름, 나의 색비름은 역시 나를 저버리지 않았구나, 그렇게 나는 그 싹의 성장에 눈물이 어릴 만큼 환희를 느꼈다.

나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저절로 싹을 틔워 어엿하게 자라나는 나의 색비름에 대해 이야기했다. 숙모 한 명은 "나한테도 꼭 두세 그루 나눠 줘" 하고 말했다. 어떤 친구는 "왜 그런지 난 올해 하나도 안 폈는데. 그럼 나한테도 좀 줘" 하고 말했다. 그 밖에도 여러 사람이 원해서 "그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다음에 올 때 가져오지" 하고 가는 곳마다 대답했다.

그러는 동안 색비름은 쉰 그루쯤 쑥쑥 자라서, 작은 것도 거의 다섯 치나 되고, 가장 큰 것은 내 눈높이까지 왔다. 작년에 나쓰메 소세키 선생에게 색비름을 그려 달라고부타한 적이 있는데. 그매 선생은 키가 큰 꽃을 종이 한가득 그리고, 그 옆에 달필로 큼직하게 글을 써 주셨다.


색비름이여
키가 다섯 치나
자라났구나


내 마음은 이 시와 똑같았다. 이렇게 하루하루 나의 진심을 색비름에게 전하며 가운을 맞이하려고 할 즈음이었다.

거대한 불이 휩쓸었다.

"시들고 마른 건 불에 탄다 해도, 생생히 살아 있는 이
작고 사랑스럽고 가련한 것이 어떻게...."
반평생을 써 온 작품 대부분이 불에 타는 것도 애통한 줄 모르고, 나는 그렇게 어리석게 중얼거렸다. 하기는 집들도 사라지고, 동네도 마을도 사라지고, 도시조차 대부분사라지지 않았는가.

그때, 나는 불길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러 정든 이중으로 올라갔다. 깜깜한 집 안을 희미한 등불에 비추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 하나하나 전부 정이 든 물건이라 이것도 저것도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새삼 솟구쳤다. 분명 아직 몇몇 물건은 들고 나갈 여유가 있었고. 꼭 가져가야 할 것도 많았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먹었어, 그냥 단념하자, 지금은 마지막 작별을 할 시간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온 힘을 눈에, 눈 밑바닥에 있는 마음의 눈에 담고, 10년 가까이 살던 집과 그동안의 온갖 추억들에 잠깐이라도 충실하려고 애를 썼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밖을 내다보니, 입구 잎 다락방 너머로 불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늦게 타거라, 이 서재에는 불이 붙지 말아라, 그런 생각을 하며 작은 창 덧문을 꼭 닫았다. 아래층에서 어머니가 거실을 한번 돌아보고 툇마루로 나가 뜰로 내려가려고 할 때. 머리 위 상인방에 매달아 놓은 바구니 안에서 방울벌레가 깊어 가는 초가을 밤을 고요히 노래하고 있었다. '어찌 이 생명을 불태울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내보내 주려고 하다가, 꺼내 준들 어차피 살 수 없을 텐데, 이 기구한 운명이여, 차라리 정든 이 집과 함께 날 대신해 죽어 주렴, 하고 그대로 두고 나왔다.

뜰은 집채 높이로 덮쳐 오는 불길에서 떨어져 있어 아직도 깜깜했다. 그 깜깜한 속, 그곳, 그곳에는 '나의 색비름'이 새벽이 되면 내가 뿌려 줄 물을 기다리며 지금은 조용히 밤이슬의 은해를 받으며 잡들어 있다. 집 안을 한 바퀴 비취본 등불을 나는 도저히 뜰 쪽으로 돌릴 수가 있었다. 그토록 아끼던 사랑스러운 그들에게 마지막 눈길을 주지 않기 위해서. 아아, 그걸 본다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나의 색비름'이 지금도 잿더미 아래에 그때 그대로 살아서 하루하루 자라고 있다고 믿는다. '나의 색비름'이 내 영원한, 내 마음속 눈물이 샘솟는 바닥에서."

(1941년)







마음으로 키운 색비름을 잃어버린것에 대한 작가의 감상과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도 등장하는(작가 중학교 선생님이 소세키 선생님이란다) 평범한 수필 아니냐고 하겠지만...


참고로 현재 독붕이의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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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심정이 어떤지 확 느껴짐... 모두가 슬프고 침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