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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빠져나오고 밤의 밑바닥이 하얘지는 장면도 낭만적이지. 보통 여행갈때 기차를 타고 터널을 빠져나온뒤 밤의 눈바닥을 보게 되면 설레기 마련이다. 기차 승무원이라면 그런 장면은 고리타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는 책의 맨 첫부분을 그렇게 고리타분하라고 적어두진 않았을테니, 그런 낭만적인 고요한 밤바닥을 의도한것일테다.
"차가운 눈 기운이 흘러 들어왔다"라는 문장. 이 책이 우상화되어있어서 내가 선입견에 사로잡힌건지, 아니면 다소 객관적으로 읽어도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왜 이렇게 이 간단한 문장이 리얼하게 느껴지는건지 의문이다. 차가운 눈기운이 실제로 느껴지는듯한데, 중요한건 문장이 몇줄 전개되지도 않았다는것이다. 일본 작가들의 특징일지도 모르겠다. 아주 간단하게도 몇줄을 적었지만, 그 사이에 리얼함을 독자의 뇌속에 때려박고 있는것이다. 독자마다 느끼는바도 다를텐데, 이 정도로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글을 쓰려면 수많은 경험이 필요할것이다. 나는 그 속사정을 알 수 없으니, 가히 고수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문장간의 역학 관계가 있는듯하다.
이 시마무라라는 놈은 시작부터 요코라는 여자에게 반한듯하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목소리"는 오바떠는것이다. 오글거리는 문장이다. 작가가 오글거린다는게 아니라 이 남자가 오글거린다는 뜻이다. 요코라는 여자는 동생을 꽤나 아끼는듯이 묘사되고 있는데, 그녀를 이 시마무라라는 주인공이 쓸데없이도 자세하게 관찰하고 있다. 추워서 볼이 발그레해져서 볼따구에 두 손을 갖다대는것을 왜 굳이 자세하게 보고 있는지, 왜 멋대로 그녀를 처녀라고 보고 있는지, 그녀의 동생의 직장이 여기라는것에 왜 흥미가 생기는지, 여러가지를 검토해보면 이 남자는 이상하다고 볼 수 있고,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다소 귀엽게 묘사된 이 여자를 주인공에 공감하며 느끼도록 설계한듯하다. 이 정도를 해낸것부터가 보통 작가는 아니라는것이다. 웹소설을 읽는데 이럴수있나? 방금 읽고왔는데 웹소설은 그 정도의 밀도가 없다. 이런 소설은 상당히 정교하다고 할수도 있다.

필자 이메일 : qazqaz3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