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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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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냐하면 그들은 결코 큰일을 저지르지는 못하니까요. 물론 주제넘게 날뛸 떄는 제 분수를 알려주기 위해서 가끔 채찍 맛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그 이상은 필요 없습니다. 형벌의 집행조차 필요 없을 정돕니다. 그들은 자기 스스로 채찍질합니다. 원래가 품행이 방정한 사람들이니까요. 저희들끼리 서로 형벌을 주고받는 수도 있겠고, 개중에는 자기 손으로 자기를 벌하는 자도 있겠지요… 그리고 여러 가지로 대중 앞에 회오(悔悟)의 뜻을 자처하기도 합니다. 요컨대 조금도 염려하실 필욘 없습니다… 그러한 법칙이 있는 것이니까요.

-라스콜니코프의 대사 中


    라스콜니코프는 노파와 리자베타를 살해하고 금품을 갈취한다. 자신이 비범인이라는 생각은 끝내 꺾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의 이론은 맞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주제넘게 날뛴 범인의 말로를 몸소 보여주었으니. 작중 내내 라스콜니코프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싸움을 이어간다. 역자는 작품 해설에서 이를 '논리적 권력의지와 신성 불가침한 선의 투쟁'이라고 하였다. 양쪽을 어떻게 부르든 간에, 결국 그의 이지는 소냐의 선에 패배하고 만다. 이 결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그는 소냐를 사랑했다."


    사실 나는 이 결말이 좀 씁쓸했다. 라스콜니코프가 여러 면에서 나와 닮았기 때문이다. 나는 감정보다 논리가 앞서는 사람이고, 공상하는 것을 좋아하여 가끔 어떠한 이론을 떠올리기도 한다. 게다가 기독교인이셨다가 무교인이 되신 어머니의 영향을 어릴 때부터 강하게 받아서 종교에 대한 반감이 꽤 크다. 그래서 라스콜니코프와 언쟁하는 소냐를 냉소적인 태도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라스콜니코프에게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던 부분은, 자신이 범인인지 비범인인지를 놓고 고뇌하던 모습이었다. 물론 라스콜니코프처럼 거창하게 나폴레옹이냐 아니냐 따지는 것이 아니고, 내게 특출난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를 고민했다. 지금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내심 스스로가 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일까봐 두렵다. 라스콜니코프처럼 자신이 범인임을 깨닫고 절망할까봐 두렵다. 그래서 그의 패배가 내 패배인 것 같아 씁쓸했다.


    라스콜니코프의 패인을 나름대로 따져보자면, 그것은 비범인의 목적에 주목하지 않고 수단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비범인은 자신의 원대한 이념을 이루기 위해선 어떤 비도덕적인 일을 저지르든 자신의 양심에 그것을 허용할 권리를 갖는다, 라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즉 비범인은 목적만을 바라보지만 범인은 수단에 신경을 끄지 못한다는 뜻이다. 라스콜니코프는 비범인이 되고 싶은 나머지 비범인의 수단에 주목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비범인이 도덕적인 행동을 하든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든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함으로써 무엇을 이뤘는지다. 단순히 비도덕적인 행동을 한다고 비범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범인이었던 라스콜니코프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노파를 살해하고 금품을 갈취하여 어떤 것을 이룰지 구체적인 목적도 없었다. 돈을 밑천 삼아 무엇을 하겠다는 두루뭉실한 계획은 있었으나 정작 그 돈마저 바위 밑에 묻어버린다. 라스콜니코프의 목적은 사실 살인 그 자체였다고 생각한다. 비범인에게는 수단에 불과한 살인이지만, 그는 그것으로 세상에 아무 영향도 못 끼치는 이를 제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대가는 그의 이지의 파멸이었다.


    작품 해설에서 역자는 이것을 정신적 죽음이라 하였다. 또한, 육체적 죽음을 맞이한 스비드리가일로프가 라스콜니코프의 분신이기에 같은 결말을 맞은 것이라고 했다. 나는 적어도 극후반부에서는, 라스콜니코프의 가족인 두냐와 풀헤리야도 그의 분신이었다고 생각한다. 라스콜니코프 내면의 선의 분신이 두냐, 이지의 분신이 풀헤리야인 것이다. 스비드리가일로프도 두냐의 선에 굴복하여 죽음을 맞이했으며, 라스콜니코프의 범죄 행위에 대한 견해가 외부의 선인 소냐와 같았다. 그러나 풀헤리야는 라스콜니코프의 이론을 신봉하고 그가 비범인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유형 간 그의 이지가 무너져감에 따라 풀헤리야의 정신과 건강 상태도 점차 악화됐고, 그가 정신적 죽음을 맞이할 때쯤 그녀도 죽고 만다. 반대로 두냐는 라주미힌과 결혼도 하고 그와 함께 희망적인 미래 계획을 세운다. 투쟁의 결과를 분신들의 희비로 나누어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 투쟁의 결과가 내게 좋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도스토옙스키만의 선과 악의 대립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이 소설을 처음 읽을 땐 말로만 들었던 도스토옙스키 특유의 장광설에 조금 당황하긴 했으나 이젠 그게 하나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생각이다. 다른 사람에게도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버리고 한번 그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PS) 스비드리가일로프가 미국 간다고 할 때 검정고무신 생각나서 웃었는데 진짜로 하늘나라 가버려서 당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