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자 중의 한 명인, 따로 만난 적은 없는, 친구 한 명이 내게 편지를 보내왔는데, 이러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ㅡ "그러나 그는, 그는 절대로 카르카손에 닿지 못하리." 나는 이 글귀의 출처를 알지 못하는 바이나,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하였다.
카르카손
카모락이 언을 통치하던 시절, 세상이 더 온당하던 시절에, 그는 윌드의 주민들을 불러모아 자신의 빛나는 젊음을 기념하는 축제를 열었다.
거대하고 높다란 그의 집은 언에 자리잡아, 그 천장은 푸른 색의 염료로 칠해져 있었으며, 밤이 내려오면 사람을 보내 사다리를 타고 오르게 하여 그곳의 가느다란 사슬에 매달려 내려오는 수많은 양초들에 불을 밝히게 하였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따금, 그곳의 돌로 만든 창문으로는 구름이 쏟아져 들어오곤 하여 오래, 오래 전부터 태곳적의 바람이 불어오던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오르는 바다 안개처럼 (바람은 얼마나 많은 나뭇잎을 쓸어내렸으며 얼마나 오랜 시간을 불어왔는가, 그에겐 그 모든 일이 서로 다르지 않았으리라, 그는 시간의 하인이 아니니까.) 돌로 된 벽 위에 자리를 잡고는 한다고 하였다. 그 다음에 구름은 회장의 우뚝 솟은 천장에서 스스로 모습을 바꾼 후 천천히 그곳을 타고 흘러내려 다른 곳의 창문을 향해 다시금 하늘로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하면 카모락의 기사들은 회장에서 그 모습을 보고 다음 시기에 있을 전쟁에서의 회전과 공성전의 결과를 예언하곤 하였다. 언에 자리잡은 카모락의 회장에서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이 땅의 어떤 곳도 이곳과는 견줄 수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이제 윌드의 주민들이 양치는 들판과 숲으로부터 이곳으로 들어와, 음식과 보금자리와 사랑에 대한 잔잔한 생각을 주고받으며, 그 유명한 회장에 들어와 모두 앉았다. 언의 주민들 또한 그곳에 들어와 앉았는데, 그들이 사는 곳은 왕의 높다란 집을 둥글게 둘러싼 마을로, 모든 집이 어머니 자연의 흙으로 빚은 붉은 색의 기와가 올라 있는 곳이었다.
그 옛날의 노래가 모두 사실만을 담고 있다면, 정말이지 놀라운 회장이 아닐 수 없었으리라.
대다수는 멀찍이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곳, 풍경 속에 자리잡은 어떤 뚜렷한, 하지만 언덕보단 작은 크기의 모양 하나. 이제 벽을 살펴보던 그들의 눈엔 카모락의 전사들이 사용하는 무구들이 보였는데, 그것들로 말하자면 이미 여러 류트 연주가들이 주제 삼아 노래를 만들어 왔던 것들로, 저녁이 오면 이곳저곳의 외양간에선 그것들에 대한 전설들이 이야기되곤 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수도 없이 많은 전투를 종횡무진하던 카모락의 방패에 대해 묘사하곤 하였고, 움푹 들어간 자국이 있음에도 여전히 날카로운 그의 칼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그곳에는 충직한 가드리올의 무구 또한 있었으며, 노언, 진눈깨비 검의 애소릭, 야성의 헤리엘, 야롤드, 에스크에서 온 생가의 무구들 또한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동등한 간격을 두고 회장을 둘러싼 벽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람이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낮은 위치였다. 그러나 그것들 사이에 가장 가운데에 있는, 카모락과 충직한 가드리올의 무기들 사이에 있는, 명예의 자리에 걸려 있는 것은 바로 아를레온의 하프였으니, 그 벽에 걸려 있는 모든 무구들 중에서 카모락의 적에게 가장 큰 재앙을 내리는 것은 다름아닌 아를레온의 하프일지라. 거친 대지를 오로지 발걸음을 이용하여 넘어다닐 수 밖에 없는 자들에겐, 실로 즐거움이야말로 뒤따르는 동료 전사들이 운용하는 거대한 바윗돌을 머리 위로 휭 하고 날려보내 적들을 거꾸러뜨리는 전쟁 기계의 밧줄이 팅 하고 튕기는 소리와도 같은 것이며, 생명의 빛이 꺼져가는 전사에게 왕이 내리는 재빠른 명령과도 같은 것이 곧 즐거움일지며, 왕에게 있어 역전의 순간에 그의 동무들이 내지르는 환호와도 같은 것이 곧 즐거움일지라. 카모락의 전사들에게 이 모든 것과 더 많은 것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이 하프였다. 전사들을 응원해줄뿐 아니라, 이따금 하프의 아를레온 그 자신이 황홀경에 빠져서는 소리지르는 현을 쓸어내리는 동시에 적장을 향해 놀랍고도 야성적인 예언을 쏟아내곤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모락과 그의 전사들은 하프 연주를 오래 오래 들어, 음악에 도취되어 평화에 진절머리가 나기 전까지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 한번은 아를레온이 오로지 음율을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 에스타본에게 전쟁을 선포한 일이 있었다. 오로지 그 결과로 사악한 왕은 쓰러졌으며, 명예와 영광이 승리하였다. 가끔은 그런 기묘한 목적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패와 하프들 위의, 회장을 빙 둘러싼 벽 위에는 유명하고 전설적인 노래들에 등장하는 영웅적인 인물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시시한 모습이었는데, 이 대지 위의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수많은 승리들을 고려해볼 때, 그들을 넘어서는 일은 카모락의 전사들에겐 별 것도 아닌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모락의 칠십번의 승리를 기념하는 전리품은 전시되지 않았는데, 그것은 젊은 그들이 꿈꾸는 바에 비하면 이조차도 너무나 초라하기 때문이며 그들은 기필코 꿈꾸는 바를 쟁취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침 밤이 찾아오고 있었고, 그 가느다란 사슬에 걸려 천장에서 내린 양초들엔 아직 불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벽에 걸린 그림들 위로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 모습은 마치 밤의 한 조각을 둘러싸고 건물을 지은 것처럼도 보였는데, 마치 거대한 천연암반이 집의 한 구석에 솟아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바로 그곳에서 언의 전사들과 윌드의 주민들이 그 모든 광경에 감탄을 자아내며 앉아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채 서른 살이 되지 않았으며, 모두가 전쟁에 숙련되어 있었다. 그들 사이로 카모락이 위에 군림하고 앉아, 그의 젊음을 뽐내었다.
우리는 모두 칠십년 하고도 몇 년 동안 시간과의 씨름을 해야만 하는 입장 아니겠는가, 하지만 시간이란 처음 세 번의 시합 동안은 연약하고 보잘 것 없는 상대이니까.
바로 그 때, 그 만찬의 자리에, 운명의 계략을 읽을 줄 아는 어느 점쟁이가 윌드의 주민들 사이에 앉아 있어, 어떠한 존중도 받지 못하였는데, 그것은 카모락의 전사들이 운명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고기가 먹어치워지며, 남은 뼈다귀들이 저편으로 치워지자, 술에 잔뜩 취한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싼 기사들과 자신의 젊음이 주는 영광에 취해, 점쟁이를 불러내어 말하기를, 다음과도 같았다. "예언 하나 해보시오."
그러자 점쟁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잿빛 수염을 쓸어내리며, 신중한 어조로 말을 꺼내니 ㅡ "운명이 벌이는 일들 중에선," 그가 말하기를, "일들 중에선 점쟁이의 눈으로도 볼 수 없는 일들이 꽤나 있답니다, 차라리 볼 수 없는 경우가 더 나은 사실 또한 많다는 것도 확실하지요.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의 대다수는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은 종류의 것입니다. 이후에 받을 수백년의 형벌이 두려워 차마 꺼낼 수조차 없는 사실 또한 있습니다. 그러나 이거 하나만은 확실히 알고 있으며, 또 예언할 수 있는 것은 바로 ㅡ 바로 당신은 절대로 카르카손에 닿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즉시 카르카손에 대해 주고받는 말소리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는데 ㅡ 그곳에 대해 연설이나 노래에서 들어본 사람도 있었으며, 누군가는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하였고, 누군가는 그곳을 꿈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왕은 오른쪽에 대기하던 하프의 아를레온을 아래로 보내 윌드의 주민들과 어울리며 카르카손에 대한 어떤 소문이든 들어 모으게 하였다. 그러나 전사들은 자신들이 나서서 정복했던 곳 ㅡ 굳건했던 요새들과 저 멀리 떨어진 이국의 땅을 되뇌이며 카르카손에 닿고 말 것을 맹세하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아를레온은 왕의 오른쪽으로 돌아와, 하프를 치켜 들고 카르카손에 대한 이야기를 낭송하기 시작했다. 머나먼 그곳, 멀고도 먼 그곳, 빛나는 성벽이 첩첩이 쌓인 도시, 성벽 뒤에 자리잡은 대리석 테라스들, 그 테라스에 설치되어 일렁이는 빛을 내뿜는 분수들. 요정 왕이 인간을 피해 처음으로 물러간 곳, 오월의 늦저녁에 요정 나팔을 불어 지은 곳. 카르카손! 카르카손!
여행자들은 종종 저 멀리 언덕 꼭대기에 있는 그곳의 성채에 햇빛이 반짝이는 모습을 생생한 꿈처럼 보고는 했으나, 그것도 잠시일뿐 곧 구름이 몰려들거나 갑자기 안개가 끼어 가려져버리고는 하는 것이었다. 그곳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자는 아무도 없었으며 오래 지켜볼 수 있었던 자조차 있지 않았다. 그나마도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자들의 말에 의하면, 그곳의 집에서 나오는 연기가 얼굴을 향해 몰려들더니, 순간의 돌풍과 함께 ㅡ 그 모든 것이 온데간데 없었다는 것이다. 장작으로 삼나무를 쓴다는 것 정도만을 확신할 수 있었을 따름이었다. 사람들은 그곳에 마녀가 살고 있었다고 믿었다. 대리석으로 지은 궁정의 차가운 안뜰과 복도를 홀로 거니는, 두려울 정도의 아름다움을 팔천년의 세월 동안 온존하는, 바다 그 자신이 가르쳐준, 이 세상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노래를 부를 줄 아는, 군대조차 미치게 만들 정도의 두 눈망울로부터 외로움의 눈물을 흘려내면서도 거느리는 용들을 집 안으로 거두지 않는 ㅡ 카르카손은 끔찍할 정도로 잘 수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ㅡ 그런 마녀가. 그녀는 바닥으로부터 강물이 흘러들어와 첨벙거리는 욕조의 물 속에서 수영을 하기도 했고, 아침 내내 그 가장자리에 누워 천천히 햇볕에 몸을 말리며 들썩이는 강물의 흐름이 욕조의 깊은 곳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였다. 그 강물은 그녀조차 다 알지 못하는 땅 속의 동굴을 타고 흐르다가 마녀의 욕실로 잠시 나와 햇빛 구경을 하고는 다시 자신만의 기이한 바다를 향해 대지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었다.
가을이 오면 봄이 녹였던 까마득한 산 위의 눈이 검게 변해 강물을 타고 흘러오기도 하였으며, 산 속 나무의 낙엽들이 아름답게 따라 흐르기도 하였다.
강물에 피가 섞이는 날엔, 어디에 있는 산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산 속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노래를 부를 때면 저 어두운 땅으로부터 분숫물이 춤을 추며 솟아올랐고, 그녀가 머리를 빗을 때면 저 바다에서 폭풍우가 몰아친다고 하였으며, 지천의 늑대들이 겁을 상실하여 외양간을 찾아 내려오는 것은 그녀가 화가 났기 때문이고, 그녀가 슬픔에 잠기면 바다 또한 슬픔에 잠기며, 그렇기에 그 둘은 영원히도 슬픔에 잠겨 있는 것이었다. 카르카손! 카르카손!
이 도시야말로 아침이 가진 경이 중에 가장 아리따운 것일지라, 태양조차 이곳을 목도하면 감탄을 내지를 수밖에 없고, 저녁이 카르카손을 떠날 적엔 그 저녁조차 훌쩍이기 때문에.
그 다음 아를레온은 도시를 둘러싼 위험이 어찌나 많으며, 또한 가는 길은 미지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기사다운 모험이 될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모든 전사들을 자리에서 일어나 빛나는 모험에 대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카모락은 언을 건설한 신들을 향해, 자신의 살아있는 전사들과 이미 죽은 전사들의 명예에 걸고, 카르카손에 닿고야 말 것임을 맹세했다.
그러나 점쟁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 밖으로 걸어가며, 외투에 묻은 빵부스러기를 털어내고 옷매무새를 바로잡았다.
이어서 카모락이 말했다, "세워야 할 계획이 아주 많고, 나눠야 할 의견이 아주 많으며, 모아야 할 군량이 아주 많소. 언제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소?" 그러자 전사들이 소리치며 화답했다. "바로 지금이오." 그러자 카모락은 그 자리에 서서 웃음을 지었으니, 그는 질문이 아닌 시험을 했을 따름이기 때문이다. 그 아래에선 전사들이 벽에 걸린 무기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시코릭스, 켈레론, 애슬로프, 도끼의 올, 평화분쇄자 후헤노스, 전쟁의 아버지 월우프, 타리온, 전투함성의 러스를 비롯한 전사들 모두가. 그러나 그렇게나 소란스럽던 회장에 곧 거미줄이 쳐질 것이며, 거미들은 방해받지 않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임을 예상하는 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모두가 무장을 마치자 그들은 곧 대오를 짜고 회장 밖으로 행군하기 시작했으며, 아를레온은 선두에 서서 카르카손에 대한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만찬을 즐긴 윌드의 주민들은 의견을 나누며 외양간이 모여있는 곳들을 향해 되돌아갔다. 전쟁이니 놀라운 위험이니 하는 건 그들에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그들은 사시사철 굶주림과의 전쟁 중에 있었다. 기나긴 가뭄이나 매서운 겨울이야말로 그들에겐 곧 거대한 회전이었다. 양우리에 늑대가 침입하는 것이 곧 요새의 함락이었고, 수확기에 불어닥치는 폭풍우가 곧 매복 공격이었다. 만찬, 굶주림과의 휴전, 그들은 천천히 외양간으로 되돌아갔고, 밤하늘엔 별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리고는 별이 수놓인 밤하늘 사이로 검은색의 물체들이 나타났다.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전사들이 쓴 둥근 투구의 모습이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그것들은 계곡을 지나칠 땐 별빛을 반사하여 여기저기 반짝였다.
모두가 아를레온의 뒤를 따라 카르카손에 대한 소문이 언제나 가리키는 남쪽을 향해 이동했다. 별빛을 받는 그들은 행군했고, 선두에 선 그는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행군이 계속되어 거리가 멀어지자 더는 언으로부터 어떠한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었는데, 심지어는 종이 울리는 소리조차 들을 수가 없었으며, 늦은 밤 탑에 켜진 촛불이 보내는 슬픈 환영조차 받을 수가 없게 되었다. 두메산골을 잠잠하게 울리는 쾌적한 밤의 한 가운데에서, 피로가 찾아왔다는 이유로 아를레온에게서 영감이 떠나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떠나갔다. 조금씩, 그는 카르카손으로 향하는 길을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길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선 잠시 멈춰서서 생각에 잠겨야만 했다. 확실함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으며, 빈 자리를 대체한 건 그 놀라운 도시에 대한 양치기들의 노래와 옛날의 예언들을 다시금 떠올리고자 하는 머릿속의 노력뿐이었다. 어떤 한 방랑자가 남쪽의 높이 솟은 산맥의 아랫쪽 비탈에 사는 염소지기의 아들로부터 배웠다는 노래 하나를 떠올려 자신을 향해 낮게 읊조린 뒤로, 마침내 피로가 한밤중에 바람 부는 도시의 골목 사이로 불어닥치는 눈세례처럼 그의 미적대는 정신을 덮쳐서는 완전히 멈춰버렸다.
그는 가만히 멈춰섰고, 전사들은 가까이 다가섰다. 그들은 줄곧 거대한 참나무들이 이곳과 저곳에 고독히 서있는 곳들을 지나쳐 왔는데, 그것들은 마치 거인들이 무언가 격노하여 일을 벌이기 직전에 밤의 공기를 한껏 빨아들인 채 멈춰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검은 숲의 가장자리에 와 있었던 것이다. 나무줄기들은 마치 옛 시대의 신들이 인간의 경배를 받던 이집트 신전의 거대한 기둥처럼 뻗어 있었는데, 그 끝에선 태곳적의 바람이 휘몰아쳤다. 바로 그 자리에서, 모두가 멈춰서선 고사리를 꺾어 부싯돌의 불똥을 맞추고는, 나뭇가지에 불을 옮겼다. 그들은 갑주를 풀어헤쳤고, 불가에 둘러 앉았는데, 카모락은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 모두를 앞에 두고 연설했다. "우리들이 전쟁을 벌이는 상대는 바로, 우리들이 카르카손에 닿을 수 없도록 운명지은, 바로 그 운명이오. 우리들이 만약 운명의 한 단면이라도 벗어나는 데에 성공한다면, 온 미래가 바로 우리들의 차지가 될 것이며, 운명이 운명지은 그 미래는 말하자면 물길이 바꿔진 강의 말라버린 원래 경로였던 것과 같은 게 되는 것이오. 우리와 같은 확고한 정복자가 나서도 운명의 한 단면조차 막아설 수 없다면, 인간이란 종족은 그저 운명이 배당해준 하찮은 과업이나 영원히 일삼는 노예와 다름 없으리라."
어두침침한 숲 속에선, 어떤 움직임도 소리도 일지 않았다.
지친 인간이 전쟁을 꿈꿀 수는 없는 노릇이리라. 빛나는 들판 너머에서 아침이 찾아오자, 언에서 보낸 무리가 전사들의 야영지를 발견하곤 도착하여 천막과 군량을 보내왔다. 이제 전사들은 배불리 먹었고, 숲의 새들은 노래했으며, 아를레온의 영감은 되살아났다.
그리하여 그들은 일어섰고, 아를레온을 따랐으며, 숲 속으로 들어가 남쪽으로의 행군을 다시 시작한 것이었다. 언의 여인들은 옛날로부터 전해져온 단조로운 곡조를 연주하며 보내어진 사람들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해왔으나, 전사들의 마음은 그것보다 훨씬 앞서 나가 있었으니, 그들의 마음만큼은 이미 강물이 첨벙이는 카르카손의 대리석 욕조를 향해 날아가 있었다.
나비가 춤을 추고 태양이 천정에 위치할 때, 천막이 펴지고 전사들은 휴식했다. 그리고는 다시 배불리 먹었고, 그리고는 기사다운 놀이를 즐겼으며, 오후가 늦어가자 카르카손의 노래를 부르며 다시 한 번의 행군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밤이 신비를 품은 채 숲을 향해 내려와, 나무들을 향해 마력이 담긴 시선을 보내자, 흐릿한 허공에선 크고 노란 달이 굴러나왔다.
그리하여 언의 주민들은 불을 피웠고, 불현듯 나타난 그림자들은 환상처럼 뛰어올랐다. 밤바람이, 마치 유령처럼 불어와 나무줄기 사이로, 은은한 빛이 비추는 숲의 공터로 흘러가, 여전히 낮의 꿈을 꾸는 들짐승을 깨우고, 밤의 새들이 둥지에서 벗어나 겁 많은 생물들에 겁을 주러 떠날 수 있게 해주며, 친근한 밤의 장미들을 두드리고, 떠도는 이의 귀에 처녀의 노랫소리를 퍼뜨려주며, 저 먼 곳의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외로움에 찬 류트 연주가의 노랫소리에 매력을 더해주었다. 나방의 깊은 눈망울은 마치 범선의 등불처럼 나타났는데, 그들은 날개를 펴 자신들이 잘 아는 바다를 향해 날아갔다. 이렇게 밤바람이 불어오는 도중에도, 카모락의 전사들이 꾸는 꿈은 여전히 카르카손을 향해 부유해갔다.
다음날은 아침 내내, 그리고 저녁 내내, 행군만이 이어졌는데, 그들은 이제 자신들이 숲의 깊은 곳에 가까이 다가서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언의 백성들은 전사들의 등 뒤에 바짝 붙고 또 붙었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숲의 깊은 곳은 완전한 미지의 구역이었으나, 평안과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오밤중엔 꺼내서는 안 될 이야기들이 그곳을 배경으로 전해져 내려온다는 것만큼은 잘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결국에는 밤이 찾아왔고, 거대한 달이 떠올랐다. 그리고 카모락의 전사들은 잠에 들었다. 이따금 잠에서 깨어나는 자도 있었으나, 곧 다시 잠에 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충분히 깨어있어 귀 기울일 수 있었던 자의 귀에는 육중한, 두 발로 걷는 생물이 한밤중에 조용히 짐승의 발을 내딛는 소리가 들려왔다.
날이 밝아오기가 무섭게 언의 주민들 사이에서 무장을 채 갖추지 못한 자들은 천천히 빠져나가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끼리끼리 모여 숲을 벗어나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어둠이 찾아와도 그들은 잠을 청하기 위해 멈춰서지 않았고, 언에 당도할 때까지 끊임없이 도망을 이어가, 숲이 품은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한 층 더하였다.
그러나 전사들은 만찬을 즐겼으며, 일이 끝나자 아를레온은 일어서, 자신의 하프를 연주하며, 다시 모두를 이끌었는데, 종자들은 이미 충성심이 대단한 소수만이 남아있을 따름이었다. 그들은 낮 내내 행군을 지속했는데, 밤 그 자체에 준하는 역사를 지닌 듯한 어스름을 뚫고 가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를레온의 머릿속에선 영감이 별처럼 불타올랐다. 그는 새들이 우듬지에 날아와 앉는 곳까지 모두를 인도했고, 저녁이 찾아왔기 때문에 그들은 야영지를 차렸다. 이제 천막은 단 하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카모락은 그 곁에 불을 피운 뒤, 불빛이 닿아 일렁이는 곳에 초병 한 명을 세워 검을 뽑아들고 경계하게 하였다. 전사들 중의 일부는 천막 안에서 잠을 잤으며, 나머지는 그 주위를 둘러싼 채 잠을 잤다.
새벽이 찾아오자 무언가 끔찍한 것이 초병을 죽이고 잡아먹은 것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카르카손에 대한 빛나는 소문들과 그곳에 절대 닿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운명의 칙령, 아를레온의 영감과 하프, 이 모든 것들이 전사들을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들은 하루종일을 숲의 깊고도 깊은 곳을 향하여 행군해갔다.
한번은 용이 곰 하나를 붙잡아, 잠깐 풀어주어 도망치게 놔두고는 다시 앞발로 잡아채며 장난을 치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었다.
그들은 다행히 밤이 내려오기 전에 숲 속에 있는 어떤 공터에 다다르는 것에 성공하였다. 꽃의 향기가 안개처럼 퍼진 곳이었으며, 낙하하는 이슬 방울 하나하나가 이곳이 바로 천국임을 설명해주는 곳이었다.
황혼이 대지에게 입맞춤을 하는 시간이었다.
의미라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시간이었고, 군주가 뽐내는 장려함을 나무들이 압도하는 곳이었으며, 소동물이 먹이를 훔치러 둥지를 벗어나는 곳, 그러면서도 맹수들은 무해하게 꿈을 꾸는 곳이었다. 그리고 대지가 한숨을 내뱉자, 밤이 찾아왔다.
넓은 공터에서 카모락의 전사들은 야영을 시작했으며,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는 별들을 다시금 볼 수 있게 된 것에 기뻐하였다.
그들은 그날 밤 마지막 남은 군량을 먹기로 하였고, 숲의 어스름 속에 깃들어 먹이를 찾아 배회하는 것들의 방해에서 해방된 채 잠에 들 수 있었다.
다음날이 오자 전사들 중 몇 명은 사슴을 사냥하는 데에 나섰고, 나머지는 근방에 있는 호수로 가 골풀 속에 숨어 화살로 물새를 쏘아 맞혔다. 사슴 하나와 거위 약간, 물오리 몇 정도가 잡혔다.
모험가들은 그곳에 머무르며, 도시는 알지 못하는 야생의 순수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낮이 오면 사냥을 하고, 밤이 오면 불을 피웠으며, 노래하고 만찬을 즐겼고, 카르카손에 대해선 잊어버렸다. 어스름 속에 거주하는 끔찍한 생물들은 그들을 방해하지 못하였고, 사슴과 온갖 종류의 물새들은 넘쳐났다. 낮이 오면 그들은 사냥하기를 사랑하였고, 밤이 되면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사랑하였다. 날이 오고 날이 갔고, 한 주가 오고 한 주가 갔다. 이 야영지 위로 시간은 한움큼의 달을 쏘아보냈는데, 금빛과 은빛의 달들이 뜨고 짐에 따라 일 년의 시간이 사라져갔다.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지나갔으며, 봄이 찾아왔다. 그러나 전사들은 그곳에서 여전히 사냥과 만찬을 즐겼다.
불가에 모여 만찬을 즐기며 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한사리 때의 어느 한 밤에, 어둠 속에서 매끈한 나방들이 나타나더니 불가로 모여들어 자신들의 몸 빛깔을 한 차례 과시하곤,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 회색 빛으로 사라져갔다. 밤바람이 전사들의 목덜미를 차갑게 스치고, 모닥불은 얼굴에 따뜻하게 일렁일 때에, 몇 가락의 노래가 불러지고 침묵만이 이어질 때, 아를레온은 갑자기 일어서, 모두에게 카르카손을 상기시켰다. 그의 손이 하프의 현 위를 훑고 지나가며, 깊은 화음을 일깨우자, 가벼운 사람이 청동 판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한 소리와 함께, 노래가 밤의 정적을 깨고 흘러나왔으며, 아를레온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목욕물에 피가 섞일 때에 그녀는 산 너머에서 전쟁이 벌어짐을 알고 왕다운 자의 싸우는 함성을 바라리."
그러자 불현듯 모두가 함성을 질렀다, "카르카손!" 이 단어와 함께 그들의 나태함은 꿈꾸는 자가 함성 소리를 듣고 꿈에서 깨어나듯 사라져버렸다. 그리하여 다시는 머뭇거리지 않을 위대한 행군이 시작된 것이었다. 전투가 벌어져도 멈추지 않으며, 외롭고 황량한 곳을 떠돌아도 굴하지 않고, 탐욕스런 시간의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는, 카모락의 전사들은 앞으로 나아갔으며, 아를레온의 영감은 계속해서 그들을 이끌었다. 그들은 아를레온의 하프를 이용해 태곳적의 조용함이 만들어낸 어스름을 가르고 나아갔다. 그들은 노래를 부르며 끔찍한 야인들과의 전투를 향해 나아갔으며, 비록 부르는 자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다시 노래를 부르며 전장에서 나왔다. 그들은 종들이 울리며 만들어내는 노랫소리가 가득한 많은 골짜기의 많은 마을들을 거쳐갔으며, 땅거미가 질 적엔 사람들을 지켜주는 작은 집들에 비치는 빛을 보았다.
그들을 대상으로 삼아 방황하는 자들에 대한 속담이 생겨났고, 기이하고 암담한 인간들에 대한 전설이 나타났다. 불이 따뜻하게 타오르며 처마에는 빗줄기가 스며드는 밤이 오면 사람들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바람이 거칠게 불어오는 날에 어린 아이들은 '쉼 없는 자들'이 덜거덕거리며 지나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회색의 낡은 갑옷을 입은 무리가 황혼녘에 언덕 위를 거닐면서도 절대로 묵을 곳을 찾아보지 않는다는 기이한 이야기들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말썽을 부리는 아이를 둔 어머니는 한 때 말썽을 일삼았으나 이제는 휴식은 꿈도 꾸지 못한 채, 비바람이 매서운 곳을 떠돌게 된 회색의 방랑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들곤 했다.
그러나 방랑자들은 카르카손에 닿기를 바라는 희망으로 말미암아 자신들의 방랑을 즐거이 여겼으며, 보다 나중에는 운명에 대한 분노를 동력으로 삼았고, 종국에는 깊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냥 행군을 계속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여 행군을 이어나갔다.
수많은 시간을 방랑하며 수많은 부족과 싸워나간 그들은 종종 마을에 들러 하릴없는 노래꾼이 노래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전설들을 수집해갔다. 카르카손에 대한 소문들은 여전히 남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언덕진 땅에 도착한 그들은 이제 세 골짜기만 넘으면, 특히 맑은 날엔, 어쩌면 카르카손을 맨눈으로도 볼 수 있게 될지 모른다는 전설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모두가 지쳤으며, 머릿수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 즉시 행군을 이어나갔다. 낡은 하프로 여전히 연주하는, 이제는 나이를 먹어 점점 줄어드는 아를레온의 영감이 여전히 그들 모두를 이끌었다.
첫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는 데에 하루가 걸렸고, 다시 올라가는 데엔 이틀이 걸렸는데, 그들은 산꼭대기의 바로 아래에서 문이 아주 단단히 닫혀진, '전쟁으로 빼앗아선 안되는 마을'을 맞닥뜨렸는데, 우회하는 길은 보이지도 않았다. 왼쪽과 오른쪽엔 맨눈으론 그 끝을 살펴볼 수도 없고 전설 속에서나 전해질 법한 가파른 벼랑이 버티고 서 있었는데, 유일한 길이란 오직 도시를 뚫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카모락은 남아있는 전사들을 모아 대오를 짜게 하여 마지막 전쟁을 일으키고자 마음 먹었고, 그들은 먼 옛날의 묻히지 못한 군대들이 남긴 뼈들을 밟아 바스락거리며 앞으로 전진해갔다.
문 앞에서 그들을 막아서는 초병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어떤 탑에서도 화살이 날아들지 않았다. 시민 한 명이 산꼭대기로 오르는 것이 보였는데, 나머지는 모두 대피소로 들어가 몸을 숨기는 듯 했다.
바로 그 때, 그곳의 산꼭대기에는 깊고도 우묵한 그릇처럼 생긴 동굴이 바위들 사이에 하나 나 있었는데, 잔잔하게 거품 이는 불이 피어오르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 불을 향해 누군가가 바윗돌을 굴려넣기라도 한다면, 그러는 게 바로 이곳의 시민들이 침략당할 때에 행하는 관습이었는데, 산은 약간의 시간차를 둔 채로 장장 사흘동안 돌덩이를 뿜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발사된 돌은 불타오르며 마을과 그 주변을 향해 굴러떨어졌다. 카모락의 전사들이 성문을 두드리던 바로 그 순간 그들은 산이 우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었고, 거대한 바위가 쏟아지더니 전사들을 지나쳐 골짜기를 향해 굴러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더니 다른 두 개의 바위는 그들의 앞에 있는 마을의 철로 지은 지붕 위에 떨어졌다. 이어서 마을로 갓 들어간 그들을 반겨주는 것은 좁은 골목과 굴러오는 바윗돌이었고, 두 명이 그렇게 뭉개져버렸다. 산은 연기를 뿜으며 숨을 헐떡였고, 그럴 때마다 바윗돌이 길거리를 향해 쏟아지거나 철로 지은 지붕 위에서 통통 튀었으며, 연기는 천천히 하늘 위로, 위로 상승했다.
기나긴 마을의 텅 빈 길거리를 통과해 끝자락에 위치한 잠겨있는 성문에 다다를 적에, 그들은 겨우 열다섯만이 남아 있게 되었다. 성문을 다 부수어 열었을 때는, 오직 열 명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경사진 언덕을 오르며 세 명이 더 죽었고, 그 끔찍한 동굴 근처를 지나며 두 명이 더 죽었다. 운명은 그들 무리가 산 정상을 넘어 다른 면을 향해 지나갈 수 있도록 허락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세 명을 더 데려가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남겨진 두 명은 바로 카모락과 아를레온이었다. 둘이 당도한 골짜기를 향해 밤이 내려왔으나, 죽음의 산이 내뿜는 섬광이 밤을 밝혔고, 둘은 밤이 지나는 내내 동료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 울었다.
그러나 아침이 오자 그 둘은 운명과의 전쟁을 기억해내었고, 카르카손에 닿고야 말겠다는 오래 전의 결심을 기억해냈으며, 아를레온은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하며, 낡은 하프에서 곡조를 뽑아내었다. 그렇게 그는 서서 지금까지의 오랜 시간 동안 그러했듯 남쪽을 향해 얼굴을 들고 행군을 시작했고, 그 뒤를 카모락이 따라 걸어갔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세 번째 골짜기를 넘어서는 데에 성공하고, 초저녁의 황금빛 햇살을 받으며 산의 정상에 서 있을 때에, 그들의 늙어버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로지 넓게 펼쳐진, 새들이 둥지를 틀러 오는 광활한 숲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세어버린 수염을 가진 그들은, 너무나도 멀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왔다. 노동에서 물러나 휴식을 취하고, 옅은 잠 속에서 다가올 날들보단 지나갔던 날들을 꿈꾸어야 할 시간이 그들에게도 찾아온 것이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남쪽을 바라보았다. 태양은 머나먼 숲 위에 떠 있었고, 빛나는 벌레들이 그것의 등불을 밝히고 있었으며, 아를레온의 영감은 높이 솟아오르더니, 어쩌면, 또다른 젊은 인간의 꿈을 즐거이 만들기 위해, 영원히 날아가 떠나버렸다.
그리고는 아를레온이 말하였다. "왕이시여, 더는 카르카손으로 가는 길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카모락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는데, 흥겨움과는 거리가 있는, 늙은 이의 웃음이었다. "세월들이 마치 새들처럼 우리를 지나쳐 날아가버렸구나, 어느 오래된 늪지대에서 운명과 파멸과 신들의 계략이 그 놈들에게 겁이라도 준 모양이지. 어떤 전사라도 이런 것들을 이겨낼 수는 없는 모양인 것 같네. 이제 운명이 우리를 정복했고, 우리 원정은 실패했다고 봐야겠군."
한동안 그들은 말이 없었다.
그러나 다시 검을 뽑아든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옆에 선 모습으로 숲을 향해, 카르카손을 찾아 길을 떠났다.
둘 모두 오래 가진 못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숲에는 죽음의 늪지대가 도사리고 있으며, 밤이 사라져도 남아 있을 어둠이 숲을 감싸고 있고, 무시무시한 짐승들이 숲을 지나가는 길목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전설에서도, 전승에서도, 들녘의 주민들이 부르는 노랫가락 속에서도, 카르카손에 닿았다는 인간의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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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는 카프카가 (굉장히 기묘한 방식으로) 이 단편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 적이 있음. 카프카는 아마 이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겠지만...
아아니 저겜을 로그라이크갤 밖에서 볼줄은 몰랐는데
노래 잘 어울리는 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