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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근대를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여러 종류의 글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적인 인식은, 기존의 질서와 사상은 해체되어 파편화되며 개인과 기업은 무한한 경쟁의 위치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변화를 일으킨 원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저자는 그것을 기존에는 보편-근대의 지배적인 구조 아래에 놓여 있는 단독성의 부상이라고 지적한다. 이 글은 200여년 전의 강한 개별성과 자기 발현을 추구하는 사조를 지녔던 낭만주의 운동으로부터 기인한 단독성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부상하면서 재화, 노동,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정치의 면에서 어떠한 변화를 불러왔는지, 이로 인해 촉발되는 후기 근대의 위기에 대해 논하고 있다.
레크비츠는 단독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단독성이란 보편의 세계에서 외따로 떨어진 완벽하게 특이한 것도 아니며, 보편적인 사례에 해당하는 개별적 특수적인 것도 아니다. 단독성이란 보편의 기반 위에는 서 있으나 그 자체로 독특한 대체 불가능성을 인정 받으며 보편적인 논리로의 편입은 거부하는 존재이다. 예를 들어, 이제 사람들은 같은 음식을 먹는다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특정 가게, 상표, 역사, 환경적 접근 등에 기반한 논리를 통해 단독성을 얻고자 한다. 이러한 설명은 기존 예술을 평가하는 방식에 가까웠는데, 후기 근대에서는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가치설정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글쓴이의 설명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사회적인 것 모두가 단순한 합리와 효용을 넘어선 사람의 정서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동작하게 되며 개인, 사물, 공간, 시간, 집단 모두 고유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문화화가 이루어진다. 또한 이 모든것들은 끊임없는 가치설정 과정을 거침으로써 후기 근대의 사회는 더욱더 단독성들의 사회로 변화한다고 할 수 있다.
글의 골자는 기존의 부르주아 근대, 산업근대와 선을 긋는 후기 근대에서 이러한 단독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며 이러한 변화가 만들어낸 사회적 변화와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만 글쓴이의 접근 방식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 특정 사상이나 정치적 지형에 집중하기보다는 사회적 변화(신중간계급의 부상, 디지털의 발전, 경제적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선 사상적 논쟁의 중점이 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약간이나마 떨어져있다고 할 수 있을듯 하다.
후기 근대로 접어들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발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계급의 부상은 국가적, 정치적으로도 장려되어 오늘날에는 세계를 지배하는 화제가 되었다. 이제 후기 근대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같길 바라지 않으며(다른 사람과 같고자 하는 사람들의 경우 사회의 가치 설정으로 부터 낮은 가치 평가를 받게 된다.) 끊임없이 자신을 퍼포먼스화하여 자신의 단독성에 대한 높은 가치 평가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고자 한다. 이러한 사회의 분위기는 재화뿐만 아니라 노동, 라이프스타일에까지 영향을 끼치며 사람들은 주목이 양극화하는 시장에서 극소수의 승자와 수많은 주목받지 못하는, 무관심의 패배자로 남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경제적 구조의 변화(보편적 대량 생산이 한계에 부딪혀 변화하는 창조적, 다각적 경제구조로의 변화)를 통한 단독성에 대한 접근성이 증가한다는 점, 디지털 기술의 발전(소셜 미디어의 확장, 빅데이터 수집 등)으로 인해 더욱 쉽고 빠르게 주목 경쟁의 승자의 구분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단독성 사회를 더욱 강화하는 결론을 도출한다.
특정 재화가 대체 불가능성을 가지는 것을 통해 사물 혹은 서비스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 뿐만이 아닌, 노동에 있어서도 오직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극소수의 일들은 더욱 더 높은 가치를 얻으며(슈퍼스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나 다국적기업의 고소득자들), 누구로든 대체 가능한 노동자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한다. 이러한 고가치 노동들은 이제 소득과 지위를 얻기 위한 정도를 넘어 자기 실현의 영역까지 손을 뻗치며, 반대로 보편 노동의 가치 하락은 대체 가능한 보편 노동자들의 소득을 줄일뿐만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사회의 가치 평가를 통해 자신들의 부정적 가치를 지각하고 강화한다는 점에서 그들을 사회적 하위 계급으로 머물게 한다.
여기에 더해 삶의 방식조차 신체적, 정신적, 취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가치 설정된다는 점에서 후기 근대의 모든 인간은 항상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가치 설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불안 속에서 살게 한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이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의심하며, 자기실현을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 아래에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긍정적인 착취를 계속하라는 명령을 스스로에게 내린다. 허나 사회는 단지 극소수의 주목 승자들만을 제시하며 이들이 되라고 할 뿐, 실제로는 수많은 주목 패배자들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어떠한 안전장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생기는 좌절과 실망감은 정치적 신공동체를 만드는데도 기여하는데, 단독성들의 사회의 중심축이 되는 신중간계급의 성장의 그늘에 위치한 보편노동자들, 주류에 의해 부정적 문화로 낙인 찍힌 인종, 민족, 종교들은 이제 후기근대의 정치적 지형에 있어 커다란 집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신공동체들은 이제 세계 곳곳의 반이민 정서 집단과 종교 근본적 근본적 집단 등을 통해 알기 쉽게 드러나며 이제 이들은 기존 질서에 대한 회귀 요구를 적극적으로 전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회귀가 사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란 점, 이들의 요구가 오늘날의 주류 계층의 세계관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기존 집단과 대항 집단의 큰 싸움은 당연하다시피 예고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정리하자면, 후기 근대는 기존에 존재했던 보편적 산업근대와는 다르게 단독성이란 부분이 부상하며 각종 영역에서 개인들에게 인정에 대한 끝없는 주목 경쟁과, 자기실현이라는 테마 아래에서 쉬이 만족할 수 없는 끊임없는 자기개발시도와 좌절, 우울을 겪게 만든다. 이 자기 실현이란 부분은 개인의 정서에 좌우되는데, 이는 너무나도 불안정할뿐만 아니라 대중의 주목에 의해 쉽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후기 근대 인간에게 놓여진 것은 확신할 수 없는 미래의 정서적 자산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사회인데, 이런 사회에서 발생하는 좌절과 우울은 다시 한 번 사회에 의해 약물적 처치로 마무리 된다는 점은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과는 아직도 멀었음을 깨닫게 한다.
글 자체는 단독성이라는 개념의 도입을 통해 후기 근대의 구조를 설명하고자 하며 이를 다양한 측면에서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단독성들의 사회가 낳은 문제점에 대한 해결은 요원하게 느껴지며 저자가 제시하는 나름의 방안 또한 쉬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무엇보다 후기 근대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 정치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아닌 순간적이며 개인적인 접근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여러모로 미래를 더 어둡게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라고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기 근대에 대한 사회적 진단이라는 점에서는 여러 부분들을 날카롭게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좋았던 글이라 할 수 있겠다.
+)글을 읽고 난 뒤 제임슨의 포스트모더니즘과 바우만의 액체 근대나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등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 여럿 생겼다는 점에서는 여러모로 산넘어 산이란 생각이 드는데, 이 글 읽는데도 상당한 시간을 사용했기 때문에 과연 다른 책들을 쉽게 집을 수 있을지는 걱정입니다.
이책 겁나 인기많나보네 읽는 사람 자주 보이네
니가 본 사람이 거의 전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