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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다
초반 빌드업이 좀 정신없었는데
중반부터 몰아치는 파괴적인 서사에 빨려들어가듯 읽었다
초반에도 톡톡 튀는 캐릭터와 대사들이 매력적이긴 했는데, 너무 소개할 분량이 많아서 조금 조금씩만 얘기하고 넘어가는 게 굉장히 아쉬웠고, 그래서 정신없다고 느껴졌다
이 작품을 사회 비판적인 측면에서 보면
결혼 제도 비판 (+여성 인권), 산업 혁명기의 무자비한 인권 의식, 합리주의의 전횡과 가정 교육의 중요성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것만 해도 소설의 주제로선 엄청나게 광범위하다
하지만 디킨스 형님은 간단하게 해내신다
또 이야기에서 특기할만한 부분들은
자수성가한 인간의 역겨운 자격지심적 자기비하 (거기다 한 번 더 꼬아준다)
계급을 뛰어넘는 순수한 백합의 아름다움
처형과의 금단의 플라토닉 러브
'두 도시 이야기' 에도 나왔던 아버지-딸 페티쉬 (디킨스가 가장 좋아하는 구도인 것 같다.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탕아의 참회와 희생, 그리고 놀랍게도 거기서 발견되는 폰타네적 화해...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화해뿐이라는 말일까
다른 여러 문학에서 잔인하고 냉혹무비한 사신으로 비유되는 경우가 잦은 '시간'이,
차갑고 무거운 톱니바퀴로 영원히 굴러가는 산업 사회 앞에선
오히려 계절이라는 변화를 가져오는 상대적 온기로 묘사되었다는 점이
참으로 놀랍고 슬프고 화났다
아시다시피 디킨스는 단순하다. 그러나 단순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강렬함은 분명히 존재하고, 디킨스는 그걸 제대로 표현한 작가였다
그의 소설을 리얼리즘적 낭만주의라고 부르면 아주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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