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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목로주점을 읽었는데
작가가 애초에 루공마카르 총서 기획 의도에서부터 유전과 환경이 미치는 힘을 묘사한다고 하더라고
작중 주인공은
소박한, 소소한 행복을, 자기 분수에 맞는 작은 행복을 꿈꿀뿐이고
그걸 거의 이루지만
알콜중독의 유전과 환경이
계속해서 그 꿈을 나락으로 이끔
주인공은 기를 쓰고 벗어나려하지만,
심지어 그리 큰 것을 원한 것도 아니었지만
작품의 신인 작가, 에밀졸라가 마음먹은 이상 그 마수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이 나락으로 굴러떨어짐.
에밀 졸라라는 작품의 신이 작중 인물에게 빗겨나갈 수 없는 운명을 강요하는 것에서
운명이라는 거대한 힘과 개인이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했음.
그러나
그럼에도 주인공을 위해 에밀 졸라에게 소소한 반기를 들어보자면,
에밀졸라가 묘사하지 않았던 순간만큼은
제르베즈도 행복한 순간이 많았을 것이란 거임.
실제로 행복한 순간들을 묘사하기도 했고.
그래, 그 행복의 순간들은 2년후, 3년후 이런식으로 훅훅 짧게 지나가버렸지만, 비극에 비해 묘사는 짧았지만
구제와의 플라토닉한 사랑이, 쿠포와의 한때는 달콤했던 신혼이, 꿈을 거의 이뤘던 세탁소시절이, 괘종시계를 보았던 나날들이
분명히 묘사가 생략되었지만 있었을 것이란 것임.
전체적으로 보면 비극이지만,
비극적인 부분이 훨씬많이 묘사되었지만,
묘사되지 않고 생략된 부분들에서
제르베즈도 한때는 정말 행복한 나날들을 살았을 것임은 확실하기에
비록 비극으로 묘사되어 힘든 나락의 삶을 살았지만
중간중간 에밀졸라가 모두 묘사하지 않았기에 자유도가 남아있을 그 생략의 공허한 부분에서 제르베즈는 자유의지를 갖고 행복함을 살았으리라고 믿고 싶음.
졸라의 자연주의는 현대적인관점에서볼때 다소 독단적이고 사이비적인 면모도 있긴함. 잘 독해하고 있는듯
제르베즈의 세 자녀들 운명이 어떻게 갈렸는지를 보면 졸라는 환경에 좀 더 방점을 둔 듯. 노동운동 하는 제르베즈의 자식은 상상할 수 없음에도 탄광이라는 환경이 인물을 그렇게 이끌었으니(제르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