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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2025 젊은작가상 감상 시리즈


https://gall.dcinside.com/m/reading/722285

2025 젊은작가상 총집편

[시리즈] 2025 젊은작가상 리뷰 시리즈 · 2025 젊은작가상: 반의반의 반(백온유) · 2025 젊은작가상: 바우어의 정원(강보라) · 2025 젊은작가상: 리틀 프라이드(서장원) · 2025 젊은작가상: 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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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드러낼 때도 요령이 필요한 걸까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도 아니라면,


자신을 위해 품어야만 할까요?


한 줄 요약

심란한 마음을 심란하게 풀어내기




젊작상 두 번째 단편, 강보라의 바우어의 정원이다. 읽은 것 자체는 무난하게 쭉 읽었는데, 앞서 읽은 대상작에 비하면...... 솔직히 읽는 내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다가, 끝까지 갈피를 못 잡고 이야기가 끝나버렸다. 그래서 해설까지 읽고 겨우겨우 주제를 이해하긴 했는데, 그렇게 이해하고 나니 든 생각은 "진짜 난잡하다"라는 감상이었다..


내용 자체는 간단하다. 3번의 유산을 겪고 배우 일로 복귀하려는 은화가 배우 오디션을 보고, 거기서 후배랑 만나서 후배랑 좀 떠들다가 헤어지고 마는 게 끝이다. 이 사이에 이제 구체적인 내용으로 자기 상처를 소재로 삼아서 연기를 펼쳐야 하는 오디션, 자기와 같이 유산의 경험이 있는 후배, 후배 대신 합격한 은화와 서로를 향한 솔직한 대화, 은화와 후배의 공통된 과거인 트라우마 치료 워크숍 알바 시절, 바우어의 정원이란 소재, 은화 초딩 시절 받았던 따돌림, 연기 학원 강사하는 남편의 부탁까지!


단편 하나에 들어가 있는 소재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이게 하나의 중심 주제(소재)에 묶여서 통일성을 유지하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어느 건 유산에 묶이고, 어느 건 연기에 묶이고, 어느 건 둘 다 묶이고, 해설에서 다루는 '고통의 창작' 내지는 '트라우마를 다루는 윤리 혹은 태도'에 집중하기엔 이 작품 자체가 "이것도 다루고 싶고 저것도 다루고 싶은" 티를 너무 많이 낸다.


물론 해설은 이걸 나름 차분하게 다 다루고 엮어서 설명하긴 했는데...... 작중에 쏟아진 소재에 비해 엮어낸 게 '고통의 창작' '트라우마를 다루는 윤리 혹은 태도'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자기 말에 힘을 못 실으니까 일단 마구잡이로 말을 해버리고 만 게 아닌가? 솔직히 작중에서 은근히 조명되는 '흰색'의 이미지도 양면성이 느껴지기보다는 난잡한 소설 흐름과 마찬가지로 이미지가 잡히지 못했다는 느낌만 든다.


그냥...... 그냥 진짜 전반적으로 읽으면 뭐가 계속 튀어나온다. 처음엔 유산 나오고 바우어의 정원 나오면서 "아, 오지 않은 아기를 위해 꾸미는 모습을 더러 바우어의 정원이라고 한 건가?"라고 생각했다가 개같이 부정당함...... 작중에서 바우어의 정원은 고통의 파편들을 모아 타인의 관심을 사들이는 모습이 딱 바우어새가 정원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는데......


진짜 웬만한 다른 비유나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는 다 이해하겠는데, 바우어의 정원은 솔직히 진짜 잘 모르겠다. 트라우마 치료 워크숍에서 내담자들이 연극을 통해, 보조 자아 알바 역할을 하는 은화와 후배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끄집어내고 해소감을 느끼는 것을 두고 '끝나고 박수 치는 것까지 전부 연극적'이라고 말하며 바우어의 정원으로 비유하는 게...... 진짜 잘 모르겠다.


그러한 바우어의 정원이 과거에 그렇게 이뤄졌고 현재에 이르러 배우 오디션(자기 고통을 소재로 연기를 펼쳐야 하는)에서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은화는 자기 고통을 담담하게 풀어내기 보다 앞선 지원자들이 하는 걸 보고 좀 더 꾸며내기로 했으며, 이후 합격 통보를 받고 나선 연출자에게 좀 더 극적으로 이야기를 꾸미자는 제안까지 받는다. 근데 여기까지 오면 사실 과거의 바우어의 정원과 현재의 바우어의 정원은 성질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 아닌가?


과거엔 내담자들끼리 심리 치료를 목적으로, 즉, 고통의 극복을 목적으로 자기 과거를 연기하고 보조를 받아서 고통을 표출해 자기 상처를 타인에게 드러냄으로써 해방감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이걸 전부 연극적이라면서 비판하는 건 둘째 치고, 현재에 이르러 배우 오디션에서 보인 모습은 말 그대로 상업 논리에 의해 한 개인의 고통 마저 콘텐츠로서 평가 당하며, 궁극적으로 개인의 고통을 연극 콘텐츠의 일부로 삼아 더 많은 관객과 돈을 끌어모으기 위함 아닌가?


난 이 둘이 정녕 같은지도 모르겠고, 다르다고 여길 거면 후자야 당연히 비판적이어도 치료를 위해 모인 전자조차 비판적인 태도로 다뤄진 건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트라우마 하면 예전에 은화가 겪은 따돌림도 끼어든다. 사실 이거 나올 때쯤이면 내가 앞서 언급한 작중 내 소재들이 싹 다 한 번씩 나온 시점이라 뭘 기억해야 하고 뭐랑 엮어야 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할 때다.


어쨌든 결말은 "나는 나의 고통을 (값싸게, 타인을 위해 등등) 함부로 전시하지 않겠어!" 같은 다짐을 간접적으로 풀어내면서 끝낸다. 뭐...... 주제 자체는 딱히 할 말이 없다. 아니, 솔직히 할 말은 많은데 해봤자 작품에 대한 감상은 아닌 만큼 감상 관련으로는 할 말 없다. 뭐, 기껏 배우 오디션 합격해놓고 뒷바라지 하던 남편에게 일말의 미안함 정도는 가졌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역시 무리겠지?


사실 뒷바라지 운운하면 이제 역으로 3년 연속 유산 크리 맞은 은화의 육체적 고통이 더 힘들지 않았냐는 식으로 반박할 수 있기야 하다.


결정적으로 은화와 후배가 트라우마 치료 워크숍에서 배운 대화법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품었던 감정을 풀어내는 파트가 이 작품에서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구간인데......(결국 이 대화를 통해 은화의 내적 갈등이 해소될 방향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그냥 읽으면서 김멜라 저녁놀에서 딜도가 실컷 떠들던 그 파트 생각 나더라고. 머리로는 이전에 깔아둔 복선을 회수하면서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터트리고 주제의식을 다루는 좋은 연출이라고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하, 이게 국문의 현실?" 하는 그런 느낌.


한 가지 특이했던 건 같은 여자가 은화의 유산을 부정하면서 상처를 콘텐츠로 여기는 일종의 빌런... 가해자 포지션으로 나왔단 건데, 이건 사실 작중에 남자를 뒷바라지 하는 남편 외에 일절 등장시키지 않아서 나온 특징에 가깝고, 해설도 오히려 이런 점을 활용해 100명의 페1미니스트, 100가지 페1미니즘 비슷한 논리로 풀어내서 그다지 인상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내가 작년 젊작상 리뷰하면서 "슬슬 페1미니즘을 노골적인 주제로 삼기보단 디폴트로 삼는 것 같다"고 말한 것 같은데, 작품 2개 읽으면서 그 기조가 좀 느껴지는 것 같음.


뭐 나머지 다섯 개도 더 읽어보면 확실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