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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SF 마스터피스

2부 장르소설의 뽕맛

3부 삼체 세계 설정집

이라고 느꼈음.





1부는 SF 장르적인 신비함과 막막한 우주적 공포, 매력적이고 설득력있는 캐릭터에 참신한 소재랑 스토리 전개, 마지막의 적절한 인간찬가 모두 맞아떨어진 작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읽었다. 역대 SF 명작들과 나란히 세울만 하다고 생각함. 단점을 짚자면 할 수 있지만, 명작은 장점으로 단점조차 설계처럼 느껴지게 하니 명작인 법. 그냥 단순하게 봐도 재미있고 곱씹으니 정교함.




2부는 1부에서 그냥 사건 진행 도구 수준이던 주인공이랑은 반대로 주인공 서사시. 평범한 주인공 -> 우연찮게 힘을 얻지만 책임 회피 -> 특정 이유로 각성 -> 무시당함 -> 그러나 해결. 구조가 웹소설과 동일함. 단지 웹소설은 하루 1연재를 기본으로 하고 필연적으로 편당 사건 전개가 빠른 편이라서 웹소설의 원형인 1권 단위 호흡의 대여점 장르소설에 가까움. 확실한 뽕맛이 주는 재미가 있음. 1부보다 2부가 재밌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단점이 눈에 띔. 취향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일단 나는 장황한 서술을 싫어함.

1.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 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서술 방식. 짧고 강렬함. 그런데 이건 시라서 긴 소설을 이런 정제된 언어로 채울 수는 없음. 그걸 요구하지도 않고. 소설은 다른 식으로 조명이 가능함.

2. [지갑에는 만원 지폐 한 장 뿐. 남자는 치킨 가게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잠깐 망설이다 편의점에 들러 치킨 두 조각과 콜라, 과자 한 봉지를 챙겼다. 어느새 현관문 앞에 선 남자는 비밀번호를 천천히 누르며 심호흡했다. 삑-. 삑-. 삑-. 띠리링-. 있는 힘껏 미소 짓는 남자. "얘들아 치킨 사 왔다."] <- 이런 정도면 충분.

3. [가난은 진득한 검은 물감과도 같아서 인생의 흰 도화지에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더니 어느새 순백의 도화지를 돌이킬 수 없는 검은 빛으로 물들였다. 남자는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을 꿈꿨지만 지독한 가난과의 피튀기는 싸움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자의 손에 들린 칙칙한 비닐봉투에 담긴 편의점 치킨 두 조각만이 초라한 전리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신화 속 영웅의 공통점은 있다. 다윗에게 불굴의 신앙의 힘이 있듯이 남자에게는 아기새처럼 남자만 바라보며 짹짹대는 아이들이 있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린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과도 같은 남자의 모습은 서글펐다. 남자는 슬픈 입고리를 끌어올려 억지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눈썹없는 여인의 웃음처럼 수십 가지의 감정이 느껴지는 미소였다.] <- 극불호.

내가 느끼기에 삼체는 3번 방식임. 다 쳐내고 분량 3할은 날리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음.

그리고 로맨스가 십수년 전의 책방 감성이 느껴져서 위 서술방식이랑 합쳐지니까 그 부분이 너무 오글거리고 지루하고

내용이 전형적이고 예상 그대로 흘러가는데다가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1부에서 보여준 SF적인 상상력 부각이 덜 됨. 1부의 우주적 신비와 공포를 보여주는 SF소설에서 드래곤볼이 됨.

1부와 같은 결로 진행된다고 생각하고 읽어서 아쉬웠음.

재미없는 건 아니고 SF 요소보다는 장르소설의 재미임.




3부는 2부에서 좀 덜하다고 느낀 SF적인 상상력 요소가 많아진 건 좋았음. 주인공의 태양계 탈출 때 우주적 공격 수단이라던가 광속 항해와 블랙존의 연관성이라던가 내용이 흥미로웠음.

그런데 읽으며 설정집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나는 설정 놀음을 좋아하지 않음. 생각해본 나름의 근본 원인은 캐릭터였다.

SF 장르는 과학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함. 단순 마법이 나오는 판타지와 구분되는 지점은, 현실에 발 붙이고 전개가 이어져야 한다는 거임.

3부는 1부나 2부와는 다르게 다루는 세계가 우주 단위로 넓어지고 시간 범위도 길어짐. 내가 사는 2025년과는 거리가 멀어져서 독자가 느끼는 현실과는 괴리가 어쩔 수 없이 생김. 이 부분의 간극을 좁히려면 캐릭터, 주로 주인공과 주역들이 독자의 세계와 소설 세계를 매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현실감을 느끼기 쉬우니까. 그런데 캐릭터가 매력이 없음. 1부의 무미무취 수준의 주인공이 나았음. 그냥 대놓고 반감이 듦.

단순히 주인공의 트롤짓이 싫다? 물론 마냥 좋지는 않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님. 나는 초반부 주인공의 방어 실패까지는 매우매우 좋게 생각했음. 1부 재림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주인공을 생명체에 대한 사랑이나 모성애, 인류애 이쪽을 대표한다고 의도한 것 같은데 내가 소설을 읽으며 해석한 건 그게 아님.

주인공은 회피와 무책임, 적절한 자기 기만의 화신임.

초반 어둠의 숲 방어체계 파괴 시점에서 묘사에는 태양계 생명들의 무게, 삼체 세계 생명들의 무게에 짓눌려 도저히 죽이지 못하겠다고 서술되는데 여기까진 좋았음.

물론 그 전에 얼굴만 아는 수준의 대학 동기에게 뇌 뚜따 제안하고 우주로 투척하기는 하는데 인간이 모순적인 행동 할 수도 있지. 그리고 저걸 반성해서 검잡이 받아들이고 생명의 무게도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음? <- 이라고 생각한 내가 틀렸다.

그 후에도 계속 회피하고 눈 돌리기만 함. 우주로 도망은 쳐야겠지만 사람을 구하는 착한 모습은 보여야겠다. 그런데 한정된 자리에 탈 사람 선발은 못하겠으니 친구가 총대잡고 악역 역할 하는 걸 지켜 봄. 물론 자기는 내릴 생각은 없음. 총 들고 다른 우주선도 저지? 그런 발상은 못하는 데스.... 해 줘.

내가 뚜따한 남자가 준 선물 덕에 얻은 회사인데, 딱히 경영은 하기 싫지만 인류를 위해서 니가 기술개발하는 걸 허락하겠다. 하지만 내가 적절한 때에 막겠다. 뚜따 남자가 준 힌트에 기술이 있잖아? 알빠노. 생각 못 함 ㅇㅇ.

태양계 망하게 생겼는데 운 좋게 그때 기술로 몰래 만든 함선 있네? 인류는 박살나지만 나는 그들을 위해 살아가겠다. 그게 내 책임이니깐! <- ??

캐릭터가 역겨움.

내용이 블랙코미디식 진행이 되거나 그냥 운 좋은 사람이라 살았다는 거면 납득할 수 있지만 아니다.

세상이, 소설이, 작가가 이 캐릭터를 억빠하며 억지로 추켜세움. 소설은 서술을 통해 장황하게 납득가지 않는 설득을 하는데 전개되는 사건은 그 캐릭터성을 부정하는 걸 계속함.
이게 반복되다보니 타고난 반골인 나는 뭘 해도 삐딱하게 보게 되고.

소설 속 사건과 독자를 매개해야 할 캐릭터가 사라지니 사건이 붕 뜸.

외계 문명의 태양계 공격 들어왔을 때, 오! 하고 감탄은 하는데 우주선으로 탈출하든 말든 어쩌라고. 어차피 억빠할 거 아님? 긴박감은 못 느낌.

사건이 독자(나)랑 괴리되어 붕 떠서 그냥 신기한 사건 일지, 설정집이 됨. 3부작 중 가장 별로였다.






세줄정리


1부는 SF 소설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추천할 만 하고

2부는 소설 전개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 뽕맛이 뛰어나다

3부는 삼체 세계에 푹 빠져서 조금이라도 더 그 세상이 움직이는 걸 보고 싶은 매니아들을 위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