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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 썼던 글입니다... 부족한 표현은 알죠? 디씨입니다.

혼란한 시대상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경향이 있다. 1980년대 일본은 한국 전쟁, 미국의 군물자 판매업으로 인하여 일본 제국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로 평가받는 "거품 경제"를 이룩하였다. 써도 없어지지 않는 돈, 상가 거리에는 끌리기 쉬운 성적 유혹, 미디어에서 요구하는 물질만능주의적 시대상 등은 거품경제의 시대상을 허황하고도 진부한 인간상을 야기해냈다고 역사학자들은 종종 서술한다. 이 책의 번역가 양억관의 논평을 빌리자면, "거대도시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내면적 상처가 치유하려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보다는 그것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쉽다"라는 작품의 전체적인 세계관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고로, 호황기인 버블이 꺼지고 난 폐허에는 그들이 이룩하였던 거대도시에 대한 붕괴로써 실업률이 증가해 홈리스들이 양산되었고, 사회 불안의 형태로 극악의 범죄 등등 여러 문제가 봇물 터지듯 발생한다.


극악무도한 범죄의 유형은 수많은 나라에서 관찰되었고 많은 범죄심리학자에 의해서 이론화되었지만, 범죄를 하나의 "이벤트" 혹은 "예술"로써 접근하려는 그것들의 유형은 꽤 참신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거품경제의 몰락한 시대상이 낳은 사회 불안의 후계를 이어받은 세대들은 그들의 불안정한 상태를 대변하려 여러가지 행동을 취한다. 가령, 이 작품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는 범죄를 그들이 표현하는 방식인 "예술"로써 심리적으로 결여된 상태를 보여오거나, 허황된 시장 경제의 몰락을 객관적으로 인식해 남다른 방법으로 성공을 쟁취하는 바람직한 방법으로써 그것을 극복해나가거나, 불황에 순응하여 여러 사회 불안들에 저항하지 않는 방편으로 보여주곤 한다. 그런 관점으로 작품을 바라보았을 때, 이 작품은 관조적으로 그들의 심리적 불안을 서술해나가지만 범죄를 하나의 "예술"로써 접근하는 형태에 초점을 맟추어 거품 경제의 종합적인 시대상을 비추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은 자라오면서 결여된 부모로부터의 사랑, 온전하지 못한 인간관계로써 그들의 범죄행위를 대리충족한다는 범죄심리학적 이론으로 작품은 객관적인 서술을 부여하지만, 몰락한 시대상이 범죄로 연결짓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제공하기도 한다. 거품 경제 이전의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시대에서 살아온 메밀국수집을 운영하는 사장 "다카이 노부카쓰"는, 점잖은 그의 아내 "유미코" 와 결혼하면서 그의 일생일대의 보물인 메밀국수집을 착실히 운영해왔다. 노부카쓰 부부는 아들 "다카이 가즈아키"를 낳는데, 학습 장애가 있어보이고, 지능이 낮아보이는 아들이 실제로는 안구 기능 이상으로 인한 남들과는 다른 인식을 보여온다는 점에서 아들의 지능 결여를 극복하려 한다. 작가는 불안한 시대상으로 인해 여자들을 "예술을 위한 상품" 취급하는 작품이 그리는 암울한 세계관에서 그가 유일한 "희망"이라도 된 것처럼 단정적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이러한 접근법으로 인해 작가는 간접적으로 자신의 포부를 전달하고 있는데, 어떤 국가에서의 암울한 시대상이라도 "인간성" 의 회복이 결국에는 극악무도한 범죄의 예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작가는 보이지 않는 뜻을 밝혀온다. "쓰카다 신이치" 는 사건의 서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고, 작품의 전개 속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불안한 시대상에 순응하여 여러 사회 불안에 저항하지 않는 방편으로써 작품은 독자에게 그의 성격을 전달하는데, 과거의 일가족이 몰살당한 참혹한 살인을 두 눈으로 지켜본 그에게는 일가족을 몰살한 범인 가족들의 합의를 맹목적으로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작품에서 그려지는 여성의 의미를 "상품" 으로 인식하는 잔학무도한 사상을 가진 그들이 접근해도 그는 그들에게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결국에는 순종하는 성격을 띈다. 하지만 작품의 범죄에 있어서 매력적인 여인으로 묘사되는 "후루카와 마리코" 집안의 실질적 가장인 혜안있는 노인 "아리마 요시오"를 통해 그의 깨우지 않았던 "인간성"을 회복하게 되고, 결말 부분에서는 자주적인 태도로 심연에 빠진 아리마 요시오를 위로한다. 이처럼 범죄가 하나의 이벤트로 전락해버린 지옥같은 시대상에서 극복하는 방편인 "인간성"에 작가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간접적으로 인물의 성향 묘사를 통해 그 포부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 소설이 단순한 휴머니즘을 다룬 인간극장이었으면 내가 리뷰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작품은 "미스테리 소설" 로써 분류되는데, 작가의 이름인 미야베 미유키가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쓰는 작가이기에 붙여진 하나의 꼬리표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스테리 소설로써 여겨지는 요소들은 거의 없고 "휴머니즘" 을 다루는 소설로 전락해버린 것이 "미스테리 소설" 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이 작품의 문제이다. 일단 첫번째로, 모방범 시리즈는 한 권이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3편의 트릴로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작품의 길이가 길어져 미스테리 소설에서 드러나는 범죄심리학적 추리, 범죄를 추격하는 누군가의 서스펜스한 극적 요소들이 제한적으로 나타남에 있다. 1부작은 나름대로 추리극의 성질을 드러내고 있어 독자의 흥미를 끄는 데 충분하지만, 2부작으로 가면서 필요 없이 길어지는 인물의 상황 심리 묘사는 추리극으로써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해치게끔 한다. 당연히 3부작으로 이어지면서 연결이 와해되고 휴머니즘인지 추리극인지 애매모호한 결말로 이어질 것은 뻔한 결과였다. 일본의 대중추리소설의 명가인 미야베 미유키가 혼신을 담아 쓴 1500쪽의 트릴로지기에 많은 것을 담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는 이해되지만 그런 욕심이 일부 평론가들로부터 미야베 미유키의 "대중추리소설의 명가" 라는 수식어에 대한 과평가를 내리는 이유이다. 두 번째로, 작품의 세계관에 수많은 인물 묘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소설의 자연스러운 이해로부터 방해하게끔 하고 있다. 윗 문단에서 서술한 인물 관계뿐만 아니라, 추리 소설로써 제공되있는 단서조차도 불필요한 인물 묘사를 담고 있는데, 작품의 장치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려는 요소로써 차용한 선택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묘사가 너무 길어져 "추리소설" 의 성격으로 인식하고 있는 독자들은 혹평을 가할 수밖에 없다. 만약 당신이 일반적인 추리소설을 즐겨읽는 독자이기에 사건에 제공되있는 단서에 추리 소설만이 아닌 또 다른 관념적 주제를 담고 있는 수사를 읽었다면 당신은 독서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그런 류의 불필요한 인물 묘사는 오히려 작품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이 있지만, 일본의 대중 신본격 추리소설계(뭐 사회 문제를 다루는 암울한 성격의 추리소설로 정의되는데 그냥 평론가들의 의미없는 의미부여로 보인다.)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작가답게 비유적인 표현이나 대중문학적 요소들은 독서하기에 감탄을 지어나게끔 한다. 1부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문장 "신이 없는 이 나라에, 이 순간만큼은 신의 철추가 떨어지는 소리를 사람들은 듣고 있었다." 라는 구절이라든가, 2부의 전체적으로 등장하는 여성권의 가치를 낮게 취급하는 범인 중 하나인 "구리하시 히로미"와 그를 구원하기 위한 구원자 "다카이 가즈아키" 의 진심어린 면담은 그들로 하여금 독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1500페이지가 넘어가는, 대하소설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의 속도로 읽어나가는 서스펜스적 전개에 대해 번역가 양억관의 논평을 한 번 더 잠시 빌리자면, "범죄가 일어난 이후에 매스컴이나 무기력한 개인들이 일으키닌 혼란과 충동의 모습을 극명하게 묘사하는 소설적 구성방식이 읽는 사람에게 조바심과 스릴을 느끼게 만들고, 그래서 긴 소설이지만 단숨에 읽힌다" 는 평가와 함께, 미야베 미유키의 트릴로지가 대중적인 요소로써 바라보았을 경우에는 나름 성공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휴머니즘의 회복을 다루는 인간극장적 성격을 지닌 소설"과 "추리소설" 과의 위태로운 외줄타기는, 문학적 요소에 있어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대중성을 고수하면서도 소설적 전개를 일부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마련이고, 불필요한 소설적 전개에서 나오는 높은 수준의 비유와 서스펜스함에 도가 튼 듯한 인물관계 서술은 작품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많은 해석을 제공한다. 그러한 많은 해석을 제공함에 있어서 이 소설은 현대 소설의 궤보를 써내려가는 시점에서 꽤 재밌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을 한 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