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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옥스퍼드판은 총 4권으로 축약되었으며, 각 권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거친 소개에 불과함)

 1) 숲의 왕
 (1) 인간 사회는 주술-종교-과학의 순서로 선형적인 발전을 겪었다.
 (2) 주술은 '공감'을 기반으로 하며, 공감주술은 동종주술과 감염주술로 다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유사는 유사를 낳고, 결과는 원인을 닮는다. 이 원리로 행하는 주술이 동종주술(모방주술)이다. 둘째, 한 번 접촉한 사물은 접촉이 끊어진 뒤에도 상호작용을 한다. 이 원리로 행하는 주술이 감염주술이다.
 (1)과 (2)는 프레이저의 제1원리로서 황금가지 전체의 내용을 지배하는 법칙이다. 

 2) 신의 살해
 고대에는 인간 제물, 특히 왕을 살해하는 풍습이 성행했다. 여기서 왕은 신의 자격으로 살해당하는 것이다(왕은 신을 담는 그릇이므로). 그 동기는 인간신인 왕의 육체가 노쇠하거나 죽기 전에 그를 먼저 살해하여 신성한 영혼을 새로운 그릇에 옮길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3) 속죄양
 유대인의 부림절은 사카에야 제전의 연장이며, 유대인들은 (하필 그 해에) 정례적으로 사형당할 범죄자로 그리스도를 지목해 하만의 대역으로서 살해했을 것이다. (대담하기 이를 데 없는 이런 치명적인 일격으로, 황금가지는 한때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납득하긴 어렵지만, 프레이저는 '신화는 정기적으로 제전을 시행하기 위한 일종의 각본'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당연히 말 그대로 신화=연극대본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4) 황금가지
 발데르 신화는 유럽 전역의 하지절 불놀이 풍습과 연결되며, 하지절에는 겨우살이를 꺾는 풍습이 있다. 즉, 네미 숲의 사제전승 의식에 사용되었던 황금가지는 바로 겨우살이이다.
 
 요컨대 황금가지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제목과 같은 '황금가지'의 정체를 추적하고 밝히는 것이다.
  


2. 프레이저와 비트겐슈타인

 황금가지가 명저인 것과는 별개로, 4판까지의 수정을 거치기까진 이런저런 탈도 많고 비판도 많이 받았던 책이다. 대표적으로 자료의 질적 문제가 있는데, 프레이저는 저서를 위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수집했지만, 그 대부분이 다른 책의 인용이거나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들의 재구성이다. 따라서 그의 자료와 서술에선 종종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다음 인용을 보라.
 [무엇보다도 왕의 몸에는 쇠가 닿지 않아야 했다. 조선의 정조대왕은 1800년에 등에 난 종양 때문에 죽었다. 침을 쓰면 목숨을 구할 수 있었겠지만, 아무도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정조가 종양으로 고생하다가 죽기는 했지만, 그가 '왕의 몸에 쇠가 닿아선 안된다'는 터부로 인해 죽었다는 서술은 한국인이라면 확실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지점일 것이다. 다분히 자의적인 서술이 아닐 수 없다.

 비트겐슈타인 또한 프레이저를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주술은 목적의식을 지닌 행위가 아니라 단순히 욕구에 기인해 존재하는 행위'라며, 프레이저가 제시한 '주술-종교-과학'의 선형적인 사회 발전 모델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프레이저의 말마따나 주술이 목적의식을 지닌 행위라면, 고대인들은 한 밤중에 나가서 해가 뜨는 의식을 진행하고 우기가 아닌 건기에 기우제를 지냈어야 했으리라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우환식, 비트겐슈타인과 제례적 행위 :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 대한 고찰」을 중심으로'를 참조하라.) 비트겐슈타인은 프레이저의 이러한 과학적 태도를 비난하면서, '프레이저는 그가 미개하다고 일컫는 미개인들보다 더욱 미개하다.'고까지 말했다.

 따라서 이 저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접해보는 것 또한 황금가지 본편을 읽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 문제의 4권

 논증이 완성되기 직전, 그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프레이저 경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바로 플리니우스의 '매달 제6일에'를 '제6월에'로 잘못 번역하고 만 것이다. '발데르-하지절'의 연관성은 어찌저찌 기웠다고 쳐도, '하지절-겨우살이 채집'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끊어져 버린 셈이다. 900 페이지를 달려온 독자에게도, 저자 본인에게도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여기서 살짝 눈물을 짰다. 프레이저는 이후 4판까지 이 부분의 논증을 거듭 수정했지만, 가장 중요한(결국 이 저작의 최종 목적지였던) 발데르 파트는 결코 회복되지 못했다고 평가받는다. 이 부분을 기점으로 시종일관 무미건조하던 프레이저의 서술이 감정적으로 동요하기 시작한다(개인적인 감상). 어떤 부분에선 이제껏 자신만만하던 그가 게임을 포기하는 자기포기적인 태도를 보이기까지 한다(옥스퍼드판 주석의 견해). 그렇게 성급하고 위태롭게, 황금가지의 여정은 실패로 마무리된다…….
 옥스퍼드판의 주석은 이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 준다. "연설은 설득력 있고, 소망은 칭찬할 만하나, 결과는 치명적이다."



4. 마무리

 그러나 한 개인이 일생에 걸쳐 이만큼의 자료를 수집하고, 13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을 탄생시켰다는 점은 결코 폄하되어서는 안되는 업적이다. 그는 연구자가 해낼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했다. 비판과 함께 박수갈채까지 받아야 마땅하다. 어쨌건 나에게 황금가지는 명저였고, 1년간 이 책과 씨름하며 수없이 좌절하고 기뻐했던 것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감상문을 쓰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호전적이면서도 한없이 다정한 선장이었던 프레이저 경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글을 마친다.



"자기가 신이기 때문에 그 역할을 한다기보다 그 역할을 함으로써 신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 옥스퍼드판 서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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