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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을 다 읽었다. 가식과 허영을 증오하는 16살 홀든 코울필드가 세속의 풍파 앞에서 위태롭고 안타깝게 흔들리는 이야기.
순수란 마음의 수만큼 존재하기에 외로움은 순수주의자의 숙명이다. 그리고 홀든은 순수주의자다. 세상의 모든 가식과 허위를 증오하고 진솔된 태도만을 원하는 그 역시 외로움이라는 순수주의자의 가련한 숙명 속에 던져진 인생이다. 그런데 홀든은 외로움에 맞서는 방법을 모른다. 때문에 홀든은 연속된 퇴학으로 학교를 전전해 왔으며, 겨우내 들어간 펜시 고교에서도 문제아나 정신병자 취급을 당할 뿐이다. '진솔한 마음'의 태도로 하고 싶은 공부만 한 탓에 5과목 중 4과목을 낙제한 그는 마침내 펜시에서마저 퇴학을 당한다. 자신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그 개좆같은 명문 고교를 뒤로 한 홀든은 뉴욕을 헤집고 다니면서 어딘가에 있는 무언가를 찾으러 떠난다.
당연히 이야기가 잘 굴러갈리가 없다. 홀든에게는 돈도 없거니와 재주도 없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말주변이 뛰어난 것도 아니며, 성격이 매력적인 것도 아닌 그는, 뉴욕 곳곳의 사람들, 자신의 옛 친구들, 술집의 웨이터들, 심지어는 이동 중에 만나는 택시 기사와도 진솔된 대화를 하지 못한다. 최후의 최후에 가서는 없는 돈을 털어 창부까지 사불러 놓고도 한 마디의 이야기를 원했던 그에게 세상이 돌려주는 것은 냉소나 무시, 그리고 기만과 폭력 뿐이다. 사랑하는 이상의 세계가 있고, 그렇지 못한 현실에 살고 있는 그는, 마치 시계추 아래에 매달린 사람처럼 끊임없이 분노와 절망 사이를 왕복할 뿐이다.
작 중 '되고 싶은 것이 있냐' 여동생 피비의 질문에 홀든은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어린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말야. 어린아이들은 놀다 보면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잖아. 그럴 때 내가 있다가 얼른 붙잡아 주는 거지.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그러니까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인 셈이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그런 거야. 물론 바보 같은 생각인 줄은 알아……." 그것은 비단 허례허식과 가식이 없는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바치는 경외감만이 아니라, 외로움이라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스스로를 붙잡아 줄 누군가를 홀든 자신이 누구보다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었을 테다.
그러나 이 궂은 세상이 선호하는 소통 방식은 진심이 아니라 예상 가능한 행동들이기에, 홀든은 끝끝내 그 누군가를 찾지 못하고, 다만 비를 맞아 쫄딱 젖은 채 폐렴에 걸려 집으로 돌아오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소설의 말미에서 부모에 의해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된 그는 이제 세상의 교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 역시도 예상할 수 있는 인간이 되거나─혹은 되지 않게 되겠지. 그 교정의 과정에서 홀든 코울필드라는 인간이 어떻게 깎여나갈지 예상하는 것도 나름의 충만한 사색거리가 될 수 있겠으나 그것은 나중의 서글픔으로 남겨둬야겠다.
+) 일본판에서 번역된 제목은 《ライ麦畑でつかまえて》라는 듯 하다. 나는 그 번역이 참 마음에 든다.
사실 파수꾼은 무엇일까로 끝나지만 그건 피비를 상상하는 것과 같다 사랑스러운 아이 피비가 낭떨어지에서 떨어지는 홀든을 구해주는 파수꾼이다 - dc App
일단 소설 자체가 어렵진 않아서 아쉬운 번역도 아주 큰 문제는 되지 않았는데.. 진짜 좀 제대로 날것 느낌 강하게 번역본 나오면 영화보다 더 입체감 느껴지는 소설일 거 같음. 읽는 내내 뇌내망상으로 해외 배우들 가상 캐스팅해서 화면을 상상하며 읽었었음. 옛날에 여기에 내가 가상 캐스팅 배우 글도 썼었다..ㅋㅋ
아무리 미쳐날뛰는 놈이라도 여동생은 못이기지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