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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인들은 왜 지구를 공격했느냐?
청신이 집검인이 되었을 때
대전제: 삼체인들에게 지구문명의 기술수준은 벌레와 같음.
가정: 삼체인들이 태양계에 왔고, 화성, 수성 등을 할양받아서 거주하게 됐다고 치자.
군사력 차이가 비대칭적이기 때문에 삼체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지구문명을 침공할 수 있음(필연1).
지구 문명 입장에서는 같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안전보장을 받아야 함(필연2). 지구인이 알고 있는 수준에서 안전보장을 확실하게 받는 방법은 상호확증파괴밖에 없음(필연3).
삼체2부를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뤄지는 위협전략을 통해 두 문명의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게 하는 매우 특이한 배경을 가진 인물임. 그런데 인간의 수명은 유한함. 반드시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함(필연4).
그런데 검잡이가 되기 위한 조건은 상당히 정의하기가 어려움. 인류문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그 검잡이가 인류문명이 계속해서 존속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것임.(필연5)
그러니까 삼체에게 위협을 당하지 않았음에도 감정적인 이유로 우발적으로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게 더 우선순위임. 궁극적으로 검잡이는 면벽자와 같이 삼체인에게 생각을 읽히지 않는게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동시에 심리적으로 굉장히 안정된 인물이어야 함. 이 두 가지 모순적인 조건은 동시에 만족하는 사람을 40억 인구의 지구상에서 한 명도 찾기 어려움. 이건 한국의 인구가 5000만이지만 그 중에 대통령감 한 명 찾기 어렵다는 사실만 생각해봐도 공감될 것임.
삼체인에게 생각이 읽히지 않는다는 건 지구인에게도 생각이 읽히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함.
지구인에게 생각이 읽히지 않는 사람은 지구인조차 예측치 못한 행동을 할 확률이 1% 정도는 있다는 말임. 어쩌면 웨이드가 청신보다 훨씬 검잡이로서는 적격이었지만, 그 1%의 인류가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된 청신을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임. 청신 역시도 삼체인에게 생각이 안 읽히는 성질은 어느 정도 갖고 있으니까.
그럼 삼체인들은 왜 도박을 했느냐?
이런 식의 검잡이 교대의 구조가 계속된다면 리스크가 쌓이기 때문임. 인류는 고맙게도 돌발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0인 청신을 검잡이로 선택해줬음.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삼체항성계보다 훨씬 더 예측하기 어려움. 겨우 60년 만에 인류가 원수나 마찬가지인 삼체인에게 완전히 호의적으로 바뀐 것만 봐도. 그 다음번 교대 때는 또 돌발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1%라도 있는 인물이 검잡이로 선출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
인류는 역사가 겨우 5000년밖에 안 될 정도로 짧고, 진화적인 이유로 삼체인과 심리학적인 뇌구조가 다름. 지구의 수십억년 간 진화의 역사상 단 한 명의 복수심 등 비이성적인 심리로 인해 전 행성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위기에 처하는 위기에 처해본 경험이 전혀 없음. 오히려 진화적인 요인은 과잉보복이나, 예측할 수 없는 미친 행동을 일부 개체가 가끔은 할 수도 있다고 긍정함.
인류의 비이성적 행동이 발동할 확률이 1%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이게 누적되면 500세대 이내에 버튼을 누를 확률이 99%임. 역사가 짧은 인류문명의 입장에선 500세대가 거의 영원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삼체문명 입장에서는 삼체항성계보다 훨씬 더 위험한 거임. 그래서 청신의 10% 정도 확률은 99%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거.
필연적으로 도박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음.
인류가 잘못한 건 청신에게 검잡이를 맡긴 게 아니라 너무 자만했던 것임. 뤄지 다음에는 검잡이 역할을 AI한테 맡겼어야 하는데 인간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믿었다는게 인류의 자만임.
흥미롭네. 근데 ai는 아직 의식과 마음을 가지지 못한 기계라서 삼체인이 꿰뚫어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