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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어려움, 심리를 문학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고골이 ‘외투‘에서 표도르 표도로비치를 구두 뒷굽이 닳을까 살금살금 걷는 인물로 묘사한 것에 분노하는 제부쉬낀의 모습은 특히 볼만하다. 또한 얇은 외투, 떨어지기 직전의 단추, 대출을 거절당하는 모습을 묘사하면서 가난한 사람에게 자존심이 어떤 의미인지, 빈곤이 자존심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독자에게 각인시킨다. 특히 제부쉬낀과 같은 하숙집에 거주하는 지극히 가난한 가정에서 아이가 죽자, 입을 덜어 조금은 형편이 나아지나 않을까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가난한 가정의 비애가 느껴진다. 또한 같은 가정이 겪고 있던 소송 문제가 원만히 해결돼,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자마자 가장이 죽는 전개는 가난한 가정의 비극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물질적 빈곤을 현실적으로 묘사함과 더불어 지적 빈곤함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특히 남녀 관계에서 지적 빈곤함이 어떤 의미인지 전하고 있다. 이 소설 내내 제부쉬낀은 바르바라에게 긴 편지를 써달라고 부탁하지만 바르바라는 끝까지 간결하게 편지를 쓰고 있다. 또한 제부쉬낀은 바르바라를 소중한 사람, 나의 천사,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사랑스러운 사람 등 온갖 미사여구와 사랑스러운 표현으로 바르바라를 칭하고 있지만, 바르바라는 제부쉬낀에게 형식상의 존경과 감사의 인사 정도만 전하고 있다. 유추하건대 제부쉬낀은 열정적으로 바르바라를 사랑하지만 바르바라는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지 않은 듯하다. 둘의 감정은 편지 뿐만 아니라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제부쉬낀이 바르바라와 교제하는 지금의 생활이 너무 완벽하고 행복하다며 감정에 도취되어 있는 것과 달리, 바르바라는 현실에 불안을 느끼며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마침내 바르바라는 제부쉬낀 대신 비꼬프를 배우자로 선택한다.
이같은 감정의 차이는 둘 사이 지적 역량의 아득한 차이에서 기인한다. 특히 제부쉬낀의 지적 빈곤함은 문학 작품에 대한 이해에서 드러나는데, 라노벨이나 다름없는 라따자예프의 3류 로맨스 소설을 보고 훌륭한 문학 작품이라며 치켜세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고골의 ’외투’를 읽고서 마치 자신이 직접 모욕당한 것처럼 분노하는 제부쉬낀의 반응은 그의 형편없는 문학적 소양과 자의식 과잉을 드러낸다.(우리 표현으로 제부쉬낀은 ‘외투’를 읽고 열폭하고 있다.) 거기다 스스로도 자신은 못 배운 데다가 책을 별로 읽지 않았다고 편지에 적고 있다. 반면 바르바라는 기숙 학교에 다닌 경험과 안나 표도로브나의 집에 하숙하던 시절 뽀끄로프스키와의 교제를 통해 상당한 문학적 소양을 쌓은 인물이다. 편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라따자예프를 치켜세우는 제부쉬낀을 나무라며 푸쉬킨, 고골의 작품을 제부쉬낀에게 권하기도 한다. 이처럼 바르바라와 제부쉬낀의 지적 역량은 문학적 소양을 통해 대비된다. 제부쉬낀의 헤픈 씀씀이, 무절제와 더불어 지적 빈곤함 때문에 바르바라는 그를 배우자 감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적어도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제부쉬낀을 내친다. 이런 해석은 어째서 바르바라가 제부쉬낀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지 의문을 남기지만, 작품에 정확히 묘사되어 있지 않으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추측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제부쉬낀을 희극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그를 조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문학적 해석이 필요한데, 작가가 등장인물을 조롱한다는 것은 그 등장인물의 특징을 조롱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독자를 통해 현실로 연결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제부쉬낀을 통해 지적 빈곤함, 문학적 소양의 결여, 소심한 허영 등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도스토예스프키는 ‘백치’에서도 평범한 인간의 위선과 허영을 낱낱이 고발한 바 있다.
총평: 후반부에서 바르바라가 썅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부쉬낀이 얼마나 볼품없는 인물인지 떠올리자 수긍하게 되었다. 다만 바르바라는 충분한 주의력과 염치를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데, 어째서 제부쉬낀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지, 심지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는지 개연성이 조금 아쉽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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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