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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문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되짚어보니 중학생 때 읽었던 죄와벌이 그 시작이였다. 도스토옙스키가 이 작품에서 그려냈던 라스콜니코프의 번뇌와 소냐의 연민은 러시아적인 소설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해주었고, 그를 계기로 다른 작품들 또한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러시아 문학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이 작품이였다. 대단히 많은 분량을 지니지도 않고, 특별히 느껴지는 무언가도 없었던 작품이 기억에 밟혀 다시 페이지를 펼쳤을때, 거기서 반겨주던 것은 백야와도 같은 글이였다. 건물과 인사를 나누거나 자주 마주치는 노인과 내적 친밀감을 느끼는 음울한 밤 같은 주인공은 화창한 낮처럼 밝게 빛나는 나스텐카를 만나게 된다. 밤에 낮이 섞여들어 가듯이 그는 그녀와 급속도로 친해져 가고, 점점 서로를 알아가며 속내를 터놓게 된다. 음울하게 살아오던 평생에서 최소한 두 밤은 제대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인공의 말에 나스텐카가 평생을 입에 올리며 그를 다그치자 주인공은 밝게 빛나는 지금 이 순간조차도 그저 잠깐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며칠간의 환상에 매료된 주인공이 그녀에게 고백하자 이는 사실로 판명된다. 미래를 그리는 서로의 앞에서 나스텐카는 백야가 끝나듯 떠나가고, 무대가 되던 아침 같던 밤이 아닌 현실의 아침이 찾아오자 모든 것들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음울해진다. 이 백야는 그리도 길게 지속되지 않고, 지속될수도 없는 그런 환상에 지나지 않았음과 스스로의 말처럼 타고남은 재와도 같은 인생을 살게될 것임을 깨달은 그는 이상하게도 환상을 저주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머물렀던 잠시간의 행복에 감사하며 사람의 일생이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냐며 그를 축복하기에 이른다. 5일 남짓의 이 짧은 환상이 한 사람의 인생을 대변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이 남아있게된 이 모습이 내가 러시아 문학을 사랑하게 된 계기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원하고 그 끝이 어떻던간에 달려나가는 이 러시아 문학만이 가진 열렬함이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져서 사랑하게 된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