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에 대하야」


김춘수 형의 이 책 『늪』은 전저(前著) 『구름과 장미』에 비하야 월등한 진경이나 비약을 뵈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치밀이라면 훨씬 더 치밀해졌고, 심화라면 또한 상당한 심화를 뵈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여간 그의 잔잔하면서도 독특한 감성의 여러 체험들은 이 책에 와서도 한결같이 꾸준하야 우리들의 기꺼운 기대를 걸기에 족한 바가 있다.


한 개의 김춘수적 사상의 높이와 김춘수적 시적 종교의 넓이에까지, 이들의 체험이 마침내 도달될 날이 있기를 바라 마지않을 따름이다.


이상 멫 마디 기쁨의 말씀으로써 부탁하신 것(서문 운운)에 대신하는 바이다.


경인 삼월 병상에서

서정주




책 이야기:

김춘수는 서정주에 대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시를 쓴 적이 있음. 세 시인의 호가 지닌 이미지를 비교한 작품임.




「대여(大餘)」


  꽃진 오동나무. 가지들이 수척해 보인다. 그들 위에 뜬 달도 수척해 보인다. 목월(木月), 당신은 순수한 서술체다. 미당(未堂)의 집 당(堂) 자는 골기와에 이끼가 핀다. 축축하다. 미당께서 지어주신 내 아호가 대여(大餘)다. 푸짐하다. 선생은 나더러 춘수(春洙)는 시와 더불어 영원을 살아라 하셨다.


- 『서서 잠자는 숲』(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