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을 쓰다가 든 생각인데,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사형 판결을 유도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본문을 인용하고 감상을 쓰겠다.
*중간중간에 (본문) 표시는 무시하셈
선 요약
1. 소크라테스의 말에 따르면 그에게는 ‘신령스러운 것의 예언‘이 들린다.
2. 소크라테스의 말에 따르면 ’신령스러운 것의 예언’이 반대하지 않은 일로 말미암아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없다.
3. 소크라테스는 [추방형, 징역형, 벌금형]을 나쁜 것으로 정의내린다.
4. 소크라테스의 말에 따르면 재판 내내 ’신령스러운 것의 예언’은 그에게 반대하지 않았다.
5. 소크라테스는 재판 내내 [추방형, 징역형, 벌금형]이 내려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며, 그런 형을 받기 위해(사형을 감면받기 위해) 항변하지도 않았다.
6.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유죄 판결을 받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본문)
7. 고로 소크라테스는 [추방형, 징역형, 벌금형]보다 사형 판결을 받도록 유도했다.
본문: 107p
나에게 으레 나타나는, 신령스러운 것의 예언이 이전에는 늘 대단히 끈질기게 거듭되었는데, 내가 뭔가 옳지 않은 일을 하려 할 때면 대단히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반대했지요. 그런데 여러분 자신도 보고 있다시피, 바로 그것들이야말로 나쁜 것들의 극치라고 누군가가 생각할만한, 그리고 통상 그렇게 간주되는 그런 일들이 지금 나에게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신의 신호는 내가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설 때도 반대하지 않았고, 여기 재판정에 올라올 때든 연설 중에 뭔가 말하려 할 때든 그 어느 대목에서도 나에게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논의를 할 때는 정말로 여러 대목에서 말하는 중간에 날 제지했었죠. 그런데 이번에 이 일에 관련해서는 내가 무슨 행동을 할 때든 말을 할 때든 그 어느 지점에서도 나에게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그 까닭은 무엇이라고 내가 상정하고 있을까요? 내가 여러분에게 말해 주겠습니다. 나에게 일어난 이 일이 좋은 것이 아닐까 싶고, 죽음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올바르게 상정하고 있는 것일 수가 없습니다. 이것의 큰 증거가 나에게 생겨났습니다. 내가 하려던 일이 뭔가 좋은 것이 아니었다면, 으레 나타나는 신호가 나에게 반대하지 않았을 리 없거든요.
감상: 내가 이해하기로는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신령스러운 것의 예언‘은 양심의 목소리로 보인다. 마치 성경에서 성령에 대해 말하는 것과 비슷하게 말하고 있는데, 무언가 옳지 않은 말이나 행위를 하려 할 때 나에게 반대한다는 묘사가 그렇다. 그리고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신령스러운 것의 예언‘에 따랐을 때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소크라테스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을 그의 재판에 반영해서 해석하면 매우 흥미롭다. 이 책에서 소크라테스는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죽음)을 피하기 위해 확실히 나쁜 것[추방, 징역, 벌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본문) 만약 이 재판의 판결로 사형이 아니라 [추방형, 징역형, 벌금형]이 선고되었다면 확실히 소크라테스에게 나쁜 일이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재판에서 항변하는 동안 [추방형, 징역형, 벌금형]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 했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항변하는 동안 [추방형, 징역형, 벌금형]이 선고될 거라고 짐작했다면 즉시 ‘신령스러운 것의 예언‘이 반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걸 고려하면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사형 판결을 유도했다는 해석이 가장 자연스럽다. 적어도, [추방형, 징역형, 벌금형]은 피하려고 했으며, 사형 판결은 굳이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소크라테스가 재판관들의 무지를 지적하며 도발한 점, 그가 [추방형, 징역형, 벌금형]을 나쁜 것이라고 정의내린 점, 유죄판결을 예상하고 있었던 점, ’신령스러운 것의 예언‘이 그의 항변 내내 반대하지 않은 점, 소크라테스의 말에 따르면 그 경우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점 등이 납득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는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해 가족이나 친척을 동원하여 재판관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일은 도저히 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본문) 그것이 정의롭지 않고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진실만을 말하면서, 소피스트적 변론을 하지 않고, 나쁜 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사형 판결을 유도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또한 나는 [크리톤]에서 그가 일부러 크리톤을 설득하기 위해 소피스트적 논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일관성을 더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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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렇게 보는 입장이 많음. 크세노폰이 소크라테스의 megalegoria (허풍)이 aphronestera(어리석은)이라고 까지 할 정도니까 자세한 건 IF스톤의 소크라테스의 비밀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