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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은 자신의 모교 서울대학교에서 영화에 대한 교양강의를 몇번 한 적이 있다.

(그 자신은 종교학과 졸업이고 아마 그 수업도 종교학과로 수업으로 열렸던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의 인지도보다야 당연히 덜하지만 그때도 나름 영화 평론계의 아이도루였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느정도 그를 알았기 때문에 강의는 인기가 많았다. 

수업 자체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 수업에서 내가 느꼈던 '평론가 이동진'에 대해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홍상수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에즈 감독을 굉장히 높게 평가했다는 것과

(다만 이는 홍상수 감독이 물의를 빚기 한참 전이다. 그 이후에 이동진이 홍상수에 어떠한 말을 했는진 잘 모르겠다.)


롱테이크에 대한 애착(?) 등이 있었다.

(사실 이것들은 그의 평이나 블로그를 봐도 잘 드러난다.)




그리고 지금 떡밥 관련해서 생각나는,

이동진이 허세와 허영에 대해 이야기한 일화들을 소개하겠다.

 

해당 수업은 주 1회 3시간정도의 수업으로, 강의 전체를 영화강의수업으로 하는 경우도 몇번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한개의 영화를 보여주고(분량에 따라 통째로 보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은 시간상 짤라서 보여줬다.)

그 영화에 대한 설명과 그 영화에서 특질적인 부분을 일반적인 영화이론과 결부시켜 강의하고 토론도 하고 그런 형식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주까지 그 영화에 대한 짤막한 감상글들을 제출하는게 숙제였는데


하루는 학생들중에서 여러 철학자들을 언급하며 지적인 허영에 가득찬 글을 쓴 학생들이 있다고 깠다.

허세를 줄이고 좀 더 자연스럽게 쓰는게 좋고, 만약 인용하게 되더라도 해당철학자를 좀 더 정확히 이해하고 쓰라는 이야기였다.

사실 해당 건에서는 후자에 비중이 있었다.


또 하루는 어쩌다가 영화(비단 영화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의 감독이나 작가의 작품에서 (그 작가 자신의)

허세와 허영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떡밥이 나왔는데, 그때 이동진이 한 말은 특히나 기억에 남았다.


"저는 허세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게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에야...

허세나 허영이 없다면 상승과 발전이 있겠어요? 

더 높은 무언가에 대한 동경심이 없다면, 높은 가치를 자신의 어줍잖은 허영으로나마 표출하고자 하겠어요?"


좀 오래되어서 정확한 단어선택은 모르겠지만 대채적으로 내용은 이러했다.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책 관련 이야기는, 

이 허세와 허영에 관해 이야기했을때 이동진이 자신의 흑역사도 얘기했는데,


아마 기자시절엔가? 영화관련해서였는지 필명으로 첫번째 책을 썼다고 했다.

본인말로는 젊은 치기에 지적인 허세로 가득차서 쓴 대단한 책으로 지금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처참하기 그지없다고 한다.

몇권 나오지도 않았고 본인말로는 지금은 자기가 중고서점에서 발견하는 족족 구입해서 태워버리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은 수업끝나는 그 날까지 그 책을 알고싶어했으나 본인은 끝까지 제목을 알려주지 않았고

정말 만에하나 언급한 단서들로 그런 책을 찾았다 싶으면 그냥 그 자리에서 불태워달라고 부탁했다.


누군가가 "찾으면 보내드리면 되나요?"라고 했는데 

"그러지 말고 그냥 태워버려"라고 장난스레 답하시더라. 

평소엔 항상 존댓말로 말하는 분이었는데 그날은 떡밥도 떡밥이고 해서 그냥 분위기가 형 동생 오빠 동생들 분위기였음

뭔가 도시전설같은 이야기지만 난 분명히 들었다.





난 오프라인 지인들과 영화얘기할때 동진이횽 이야기 나오면 깔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대단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동진이횽은 수업때 자신은 댓글 하나하나에 되게 민감한 스타일이라 되도록이면

분란이나 논쟁거리가 될 소지를 없애기 위해, 글을 노심초사해서 쓴다고 했다.


사실 그 수업 듣기 전까진 동진이형 글은 뭔가 명쾌한 맛이 없고 선비같아서 싫어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눈물이 났잖아...


근데 명징한~ 이런 어처구니 없는걸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니 지금쯤 본인은 얼탱이가 없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