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의 일본판이라 할 법하다. 초입부에 인물들의 환담에서 위 작품이 언급되며 “일본 사람들 중애는 안 읽은 사람이 없다”고 말해진다. 그리고 카타리나라는 백계 러시아 여자가 이웃으로 등장한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세밀하게 묘사된 사냥, 전원 활동의 시퀀스는 여기서 벚꽃 구경을 비롯한 상류층 여인들의 소풍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안나 카레니나가 레빈의 내적 성장을 중심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 세설은 인물의 성장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좋고 어쩌면 동양적이라고 생각한다. 일어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작가는 나름의 극적 요소를 가미해 사건들을 적당한 자리에 배열한다. 사치코가 느끼는 도쿄에 대한 징크스, 홍수, 전쟁의 심화 등의 사건들은 인물들에게 재난과 우연이다. 읽는 이들에게는 모든게 절묘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다.
큰 줄기는 사치코 네 자매 중 셋째 유키코의 혼담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극중 전언으로 들려지는 마키오카 가문의 역사까지 생각하면 꽤 긴 시간적 배경을 갖는다. 그 중, 1930년대가 주요 배경이다. 장소 또한 매우 중요한데 내게 이 소설이 가장 재미있던 점은 일본 관서 지방의 풍속에 관한 것들이었다.
1권 218 다쓰오의 양재 학원 : 양재는 서양식 의류 재봉술을 말하는듯 하다
자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아까 고난 고등학교 학생이 〈바다 같다〉고 한 말 그대로였다. 웅대하다거나 웅장하다는 말을 쓰는 것은 이런 경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지만, 사실 처음에 느낀 감정은 엄청나다는 것보다는 그런 말들에 가까웠고 놀라기보다는 멍하니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대체로 이 주변은 롯코 산기슭이 오사카만 쪽으로 완만한 경사로 내려가는 남쪽 사면에 전원이 있고 소나무 밭이 있으며 시내가 있고 그 사이에 고풍스러운 농가나 빨간 지붕의 서양식 건물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곳이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한신 지역도 지대가 높고 건조하며 경치가 환해서 산책하기에 쾌적한 지역인데, 그곳이 마치 양쯔 강이나 황하의 대홍수를 연상케 하는 풍경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보통의 홍수와 다른 것은 롯코 산에서 흘러내린 큰 산사태 때문에 새하얀 물마루를 세운 성난 파도가 물보라를 날리면서 연달아 들이닥쳐 흡사 전체가 끓어오르는 열탕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확실히 이렇게 물결이 이는 곳은 강이 아니라 바다, 거무죽 죽하고 탁하며 물결이 크게 너울거리는 흙탕물 바다였다. 데이노스케가 서 있는 철도 선로는 그 흙탕물 바다 속에 부두처럼 뻗어 있어 이제 곧 침수될 것처럼 수면과 스칠 듯한 곳도 있고, 지반의 흙이 씻겨 나가 침목과 레일만 사다리처럼 떠 있는 곳도 있었다. 문득 데이노스케는 발밑에 조그만 게 두 마리가 조르르 기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아마 이 게들은 시내가 범람해서 선로 위로 피해 온 것이리라. (1권 244 오사카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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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읽어야 하는데 읽고 싶은 책은 엄청 많으면서 맨날 딴짓하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