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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그러니까 오늘, 기차를 탈 일이 생겨서 주말에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사두었다. 기차 안에서 기차 안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이야기를 읽으면 재밌겠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틀 전 1부, 어제 2부를 읽고, 오늘 결말부에 해당하는 3부를 읽었다. 마침 우연의 일치로 중요한 부분을 읽는 도중에 내가 탄 기차가 갑자기 비상 정지를 해서 스릴이 더해졌다. 그 틈을 타 본문을 면치기 하듯 맛있게 읽었다. 진상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왜 크리스티를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 부르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신선한 작품이었다. 칭찬을 남발하면 신빙성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칭찬 말고는 전혀 할 말이 없다...
감상을 쓸 때는 내 감상의 근거가 되는 소설 내용을 말해야 그럴듯해진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내용을 조금이라도 흘리는 것이 정말 두렵다. 어차피 사건이 복잡해서 스포일러가 어렵기는 하지만, 아직 읽지 않은 독자가 받을 충격을 조금도 덜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추리에 관해서는 간단하게 평하련다. 에드거 앨런 포가 《모르그 가의 살인》에서 보여준 태도를 극한까지 계승했다고. “불가능한 일은 벌어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불가능한 일은 겉보기엔 그렇게 보이더라도 사실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야 하지요.”
추리 외적인 부분은 좀 안심하고 말할 수 있다.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겠지만 어차피 2부에서 진작에 밝혀지는 사실이니 충격을 줄이지는 않으리라 본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사적 제재에 관한 이야기다. 사적제재 자체는 흔한 소재기는 하지만 볼 때마다 착잡한 마음을 일으킨다. 가령 옷걸이 하나 던졌다고 살의를 사서 죽은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정말로 독자에게까지 혐오감을 일으키는, 죽어도 싼 작자들도 많다. 극적인 진실이 규명되고 "자세한 건 서에 가서 얘기하시죠."라고 마무리 짓는 말을 들으면 괜히 나도 김이 빠진다. 물론 범죄로 하는 보복은 부당하다. 하지만 법이 충분히 범죄자를 심판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법이 완벽해도 그걸 집행하는 인간이 불완전한데 어쩔 것인가? 물론 사적 제재를 옹호할 수는 없다. 그걸 허용하다 보면 형법이 종이쪽에 불과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너무도 억울한 일들이 많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도 이런 식의 비극이다. 악당이 진작에 제대로 심판을 받았더라면, 그리고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진실이 빨리 알려졌더라면, 상처를 치유하지는 못해도 더 벌어지지 않게 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푸아로는 실재하지 않는 인물이지만, 수사 기술과 과학은 지금쯤 푸아로보다도 똑똑해졌으리라 본다. 부디 그때보다 나아진 인류의 회색 세포를 올바르게, 그리고 깨끗하게 사용하기를 바랄 뿐이다.
한편으로 살인의 무대기는 하지만 대륙 횡단 열차라는 공간 자체가 재밌어 보였다. 좁은 한반도의 반쪽을 쓰는 내게는 기차에서 숙박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신기했다. 그리고 거기서 각양각색의 여행객들이 모여 어울리고 친해질 수 있다는 것도 낭만적이다. "이만한 소설은 아직 쓰인 적이 없을 겁니다. 그것은 아주 낭만적인 소설이 될 겁니다. 지금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세요. 계급과 국적과 나이가 다 다르죠.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사흘 동안 함께 지내게 된 겁니다. 한 지붕 아래서 먹고 자고, 서로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날이 되면 각자의 길로 가서 다시는 서로 만날 수 없게 되겠죠." 운명의 교차야말로 세상살이의 묘미인 것 같다. 비록 오리엔트 특급은 저승사자를 한 명 태우고 말았지만, 아무튼 푸아로든 코난이든 탐정이 타지 않은 안전한 기차 여행이라면 나도 언젠가는 한번 해보고 싶다.
여하튼 기차 여행은 못해도 이 소설 속으로의 여행은 재밌었다. 사람이 죽는 얘기를 읽으며 재밌었다고 말하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그 말 말고는 떠오르는 말이 지금으로서는 없다. 마침 내가 지금 탄 기차가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다. 오늘 하루는 푸아로의 추리처럼 만사가 딱딱 떨어지는 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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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영화재밌던데 - dc App
진짜 클리셰급 작품 언제 이렇게 다 써놨는지 존경스러울 정도
대서양 횡단비행한 린드버그 아들 납치사건 모티브란 것도 TMI
@ㅇㅇ(220.86) 손녀가 남긴 후기에서 실화에 기반한 소설이라길래 무슨 사건일까 궁금했는데, 끔찍한 사건이었네요...
근데 솔직히 일부 범인들은 동기가 좀 빈약함. 피해 당사자들이라면 모를까 너무 제3자들까지 엮어 버려서. 범인을 모두 피해 당사자들로 설정했으면 좋았겠지만, 작가가 이렇게 써야겠다 설정부터 먼저 하고 나서 인물들을 하나하나 만들어내다 보니 이렇게 된 거겠지. 재밌긴 재밌었지만, 내가 제3자라면 절대 공범으로 참여할 생각은 안 했을 거란 현실적인 생각이 들더라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