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내용을 확인하시려면 스크롤 해주세요.

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만두이미지
viewimage.php?no=24b0d769e1d32ca73cee8efa11d02831b169fb2255dcc071d46251c583ff8273518dfb3459e5a28a672d15fb0f2bebd325b0042593de4e77ca45eb5c91dea19467b5f2a635a5c6ac5e6e541df8f7


올 봄에 토지를 다 읽은 후로, 박경리 작품 몇 개를 더 읽어보기로 함. 그 첫 책이 김약국의 딸들임.

제목만 보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림. 형제(자매)들이 서로 다른 개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이런 가정 속에 커다란 비극이 일어나는 이야기임. 그런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처럼 막 사상의 대립, 신과 인간의 연결, 삶의 의미에 대한 고찰, 뭐 이런건 없음. 그냥 아침연속극 보는 느낌도 남.

김약국의 아내이자, 다섯 딸들의 어머니인 한실댁은 딸들을 이렇게 평가함.
용숙 - 만사가 칠칠하여 대가집 맏며드니가 될 것이고
용빈 - 영민하고 훤칠하여 뉘 집 아들 자식과 맞바꿀까
용란 - 말광냥이지만 달나라 항아리 같이 어여쁘니 으레 남자들이 시중들 것이요
용옥 - 심정이 고와 살림을 알뜰이 꾸며 나갈 것이요
용혜 - 연한 배 같이 상냥하고 귀염성스러워 어느 집 막내며느리가 되어 호강할 것이다.

킬링포인트는, 한실댁의 기대와는 다르게 딸들이 모두 저마다의 비극을 맞이한다는 점.
용숙 - 일찍 과부가 됐다가, 의사랑 눈이 맞아 지 아들을 연못에 빠뜨려 죽임.
용빈 - 김약국 집 사업이 망해서 가세가 기울어, 결혼 실패함.(애인 ntr당함)
용란 - 종놈 꼬드겨서 밤일하다 걸림. 아편쟁이한테 시집 갔다가 종놈을 못 잊어 바람피다가 또 걸림. 결국 정신질환으로 몸져 누움.
용옥 - 남편놈은 아내 놔두고 이리저리 돌아댕기고, 남편 찾으러 부산 갔다가 돌아오는 배가 침몰해서 죽음.
용혜 - 학교 다니다가 가세가 기울어 자퇴함.

만약 민족정신의 완성이나 깊이 있는 소설을 보고 싶다면, 얘보단 토지 읽는 게 훨 나음. 그치만 박경리의 문체나 방언, 여성들의 파국적인 생활상을 가볍게 엿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함. 대화가 찰져서 한번 맛들리면 사극이나 이런 데 나오는 어설픈 대화가 어색해질 정도임 ㄹㅇ.

딸들의 실패가 전부 결혼의 실패와 깊이 연결된다는 점도 당시 여성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로웠고, 박경리 고향인 통영 뱃사람들의 이야기도 읽을만 했음. 토지가 너무 길어서 엄두가 안 난다면, 이 작품 먼저 읽는걸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