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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학 (2016, 사사키 아츠시) 에서 추리소설 관련 부분만 번역



제4장 꽤 편향된 '일본 미스터리'의 역사


장르 소설과 팬덤의 형성


이 장에서는 '일본의 미스터리'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은, 꽤 필자의 개인적인 지향/기호에 편향된 일본 미스터리사입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본격 미스터리' 및 '신본격 미스터리'라고 불리는 계보, 거의 그것만을 다룹니다.


일본에서 '미스터리'는 수많은 '장르 소설' 중에서도 꽤 큰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으나, 그 한 장르인 '본격→신본격'은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지는 않지만, 결코 중심에 위치해 온 것도 아니고, 판매량 면에서도 메이저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오랫동안 이 장르의 애독자였습니다. 또한 이 책의 주제에 비추어 보아도, 여기서 '본격/신본격 미스터리'를 다루는 데에는, 필자의 취미와는 또 다른 확고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음 장에서 이야기할 '일본 SF'와 공통됩니다.


본격계 미스터리와 SF는, 작가나 팬의 일부가 겹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몇 가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둘 다 원래는 해외에서 온 것이며, 미스터리라면 에드거 앨런 포나 코난 도일 등, SF라면 쥘 베른이나 H.G. 웰스 등을 원문이나 번역으로 읽은 사람들이, 스스로도 그러한 유형의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에서 시작되었고, 그 후에는 '일본'이라는 해외와는 여러 면에서 다른 조건/환경 하에서 독자적인 역사적 발전을 이루어 왔습니다. 둘 다 2차대전 이전부터 있었지만, 작가도 독자도 늘어나고, 번역가나 편집자도 참여하는 친목적 공동체(팬덤)가 탄생하고, 대형 서점의 한 코너를 차지할 만한 장르로 성립해 가는 것은 전후가 되어서부터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일본의 출판 시장, 출판 문화의 급성장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즉 미스터리와 SF는 다른 장르에 비해, 아직 비교적 젊은 장르라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끝이 없지만, 에도가와 란포의 데뷔작 《2전짜리 동전》이 1923년, 운노 주자의 일련의 공상 과학 소설이 1930년대 무렵의 작품이므로, 2차대전 이전부터 헤아려도, 아직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것입니다.


본격계 미스터리도 SF도,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특수한 경향과 필요조건을 가진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비교적 역사가 짧고(그것은 계보를 더듬기 쉽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마이너한 장르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듯이, 둘 다 창작자(작가, 번역가, 편집자, 평론가 등)와 독자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같은 취미를 가진 소수의 특이한 취향으로 연대하는, 소위 팬덤을 형성합니다. 거기에는 강한 공동체 의식, 내부 의식과 같은 것과 동시에, 타인으로부터의 몰이해나, 소설 전체에서의 주변적인 위치로 인해, 다소 강하게 말하자면, 일종의 피차별 의식, 그리고 배타주의와 같은 것이 생겨납니다.


아시다시피, 이것은 나중의 '오타쿠'와 매우 비슷한 심리이며, 실제, 특히 SF 팬덤과 '오타쿠'는 일부에서 연결되게 됩니다. 물론 팬덤에 속하지 않아도, 읽거나 쓸 수는 있지만, 취미성, 마니아성이 강한 장르이기 때문에, 이제 보게 되겠지만, 열렬한 독자/팬에서 창작자가 되는 사람이 매우 많은 것이 본격계 미스터리와 SF에 공통되는 특징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팬덤이란, 말하자면 일종의 소우주와 같은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완전히 닫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때때로 엄격하게 '외부'와 구별되는 (구별되어야 하는) 세계이며, 그로 인한 무의식적인 합의, 암묵적인 양해 사항, 지켜져야 할 약속이 있으며, 그것들은 종종 배제나 선별 장치로서 기능합니다. 이것은 '문학'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프롤로그'에서 '문학'을 '장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만, 본격계 미스터리와 SF라는, 마이너성, 폐쇄성, 순수성 등의 측면에서 '문학'과 공통되는 '장르 소설'을 고찰함으로써, '일본의 문학'을 거울처럼 비추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하나, 오히려 이쪽이 더 중요한 이유로서, 특히 2000년대 이후에, 본격계 미스터리나 SF와 '문학'이라는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작가가 여러 명 나왔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언급하겠지만, 그중 몇몇 작가들은, 역시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했듯 '제도'에 따르며, 완벽하게 '문학'으로서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습니다(요컨대 아쿠타가와상을 비롯한 문학상 후보가 되거나 수상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출현했는지, 이 장과 다음 장에서, 그 전사를 간략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본격 미스터리'란


그럼, 본격계 미스터리의 계보를 더듬어 봅시다.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과거에는 추리소설이나 탐정소설이라고 불렸지만, 단순히 그 단어들만으로는, 상당히 막연한 이미지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미스터리란 '수수께끼'라는 의미이지만, 결국 무엇이든간에 수수께끼나 사건이나 범죄 등이 나오면 그것만으로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기도 합니다. 애초에 '수수께끼'에도 다양한 것이 있어서, 이 문제는 '미스터리=수수께끼' 자체의 정의와도 관련됩니다. 그중에는 일단 미스터리라고 불리지만(칭하지만), 읽고 나서 대체 어디에 '수수께끼'가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작품도 존재합니다(실제, 현재 '미스터리'의 '수수께끼' 대부분은 '숨겨진 사건'이라고 부르는 게 좋을 지도 모릅니다). 이제 '미스터리'는, 말하자면 '록' 등과도 비슷한, 왠지 잘 모를 이미지로 확산되어 버렸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중에서 '본격 미스터리'는 어떤 것일까요. 사실 이것도 '미스터리'만큼은 아니지만, 엄밀한 정의가 작용하고 있지 않습니다('본격'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고가 사부로라고 합니다). 아니, 오히려 '본격 미스터리'에서 '신본격 미스터리'로의 흐름은, 그 '본격'성의 철저한 순화와, 반대로 그 끝없는 융해를 양극의 벡터로서 진화해 온 면이 있습니다. 어쨌든 우선은 '본격 미스터리'를, '수수께끼'와 '해결'로 성립하는 소설로 정의해 봅시다. 어떤 수수께끼 즉 문제가 제시되고, 최종적으로 그 해결=정답이 제시되는 것이, '본격 미스터리'의 기본 패턴입니다. 가장 상투적인 것은, 우선 누군가가 살해되고, 탐정 역이 등장하여 수사와 추리를 하고, 범인을 맞히며 끝나는 것입니다.


'본격 미스터리'의 '본격'스러움은, 그렇게 진행되는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는 것, 적어도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설득력이 있다는 것은 해결을 알게 된 독자에게 의문이 남거나, 다른 해결이 있을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 해결을 이끌어내기까지의 앞뒤가 맞는 것, 모순이 없는 것, 즉 논리적, 로지컬하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중요한데, 그 논리에 허위나 속임수가 없는 것, 공정하다는 것입니다. 공정성은 '본격 미스터리'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이 명확하게 나타나는 것이, 소위 '독자를 향한 도전'입니다. 오늘날까지 맥맥히 흐르는 본격계 미스터리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엘러리 퀸이 "국명 시리즈" 등에서 많이 사용한 기법으로, 소설이 어느 페이지에 이르면, 작가로부터 독자에게의 메시지가 삽입되어 있고, 거기까지 읽은 단계에서 해결을 위한 모든 열쇠가 다 갖추어져 있으며, 범인과 진상을 논리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므로, 여기서 책을 잠시 놓고, 스스로 추리해 보라고 '도전'하는 것입니다. 즉, 작가는 완전히 공정하게 쓰고 있으니, 알 수 있다면 탐정보다 먼저 범인을 지적해 보라는 것으로, 정중하게 쓰고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바로 도전장, 즉 작가와 독자의 지혜 겨루기 같은 것입니다. 설령 '독자를 향한 도전'이 삽입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러한 자세로 쓰인 것이 바로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수수께끼=질문'에 대해 '다른 해답이 있을 수 없다'는 것. A와 B와 C라는 용의자가 있다고 할 때, A가 범인이라고 한다면, 동시에 B와 C가 범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자칫하면 '본격 미스터리'는, 퍼즐이나 퀴즈와 같은 것(실제 '본격 미스터리'는 '퍼즐러'라고도 불립니다) 또는 단순한 머리 운동이라고 생각되기 쉬운 부분이 생겨납니다. 굳이 '소설'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논리나 공정성과 동시에, 이야기나 인물 묘사 등과 같은 '소설'적인 재미를 어떻게 가미하느냐가 포인트가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작가가 탐정을 통해 독자에게 게임을 거는 것에 특화된, 순도 높은 '본격'도 지금도 계속 쓰이고/읽히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 장르에서는, 그러한 '게임'의 규칙 갱신과 '소설'로서의 진화가 병행하여 진행되어 온 부분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수께끼와 해결'을 둘러싼 문제


그런데, 지금까지 알아본 '본격 미스터리'의 모습은, 생각해보면 어딘가 이상하거나, 곧바로 일종의 벽에 부딪힙니다. '독자를 향한 도전'이라고 해도, 너무나도 답이 명백해서, 누가 읽어도 금방 범인을 알 수 있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해결이 제시되었을 때 독자가 "???"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도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즉, 진상이 제시되기 직전까지는 많은 독자에게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그러나 제시되자마자 누구나 납득하지 않을 수 없는 의외이면서 완벽한 '해결'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언뜻 보기에는, 너무나도 아크로바틱하거나, 극히 난이도가 높은 일 같습니다. 그러나 '본격 미스터리'란 그런 것이며, 그로 인해 '독자가 진상에 이르지 못하도록'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미스디렉션, 레드 헤링이라고도 불리는 독자를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는 수법이 그중 하나입니다. 독자를 속이는 것, 게다가 공정하게 속이는 것으로, 이는 작품의 구성이나 문장 기술과 관련됩니다. 중요한 증거에 독자의 주의가 향하지 않도록 쓰거나, 인물 묘사를 양면적으로 하여 선악의 판별을 어렵게 하거나 하는 기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방향이 과격화되어 간 끝에 출현한 것이, 서술 방식 자체에 독자를 속이기 위한 장치를 숨겨두는, 소위 '서술 트릭'이라는 것입니다. 거기서는 소설의 구성(시간적 전후 관계)이나 인칭, 화법 등의 조작과 교란, 작중 세계에서는 명시되어 있는 것을 고의로 빠뜨리는 아슬아슬하게 불공정한 묘사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시도되었고, 특히 일본에서는 거의 기형적이라고 해도 좋을 독특한 진화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 제시한 '본격 미스터리'가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난제는, 이 장르의 소설이 쓰이면 쓰일수록 비대화되어 갑니다. 흔히 말하는 것은 '탐정'이라는 존재가 안고 있는 패러독스입니다. 이것은 '탐정소설'의 황금기를 지탱했던 요코미조 세이시의 유명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연쇄 살인 사건의 경우, 왜 긴다이치는 사망자가 여러 명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가 하는 비판(?)입니다. 어째서 탐정은, 결말에 이르지 않으면 진상을 밝혀낼 수 없는가. 좀 더 이른 단계에서, 심지어 첫 번째 사망자로 범인을 밝힐 수는 없는가. 원래부터 그런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버리면 되기는 하지만, '탐정'이 최종적으로는 일종의 전능한 '신'처럼 행동하는 '본격 미스터리'에 있어서 이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탐정'의 권능과 그 한계를 둘러싼 문제는, 엘러리 퀸이 후기 작품군에서 추구했던 것이기도 하며, 그로 인해 나중에 나올 '신본격' 작가인 노리즈키 린타로가 '후기 퀸 문제'라고 명명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문제로 '다중 추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해외 '본격 미스터리'의 황금시대(1920년대 후반부터 30년대)에 여러 작가가 시도했던 것으로, 그 시대의 명작으로 로널드 A. 녹스의 《육교 살인사건》(1925년)이나 앤서니 버클리의 《독이 든 초콜릿 사건》(1929년), 제목에 '레드 헤링'을 배치한 도로시 L. 세이어스의 《다섯 마리 붉은 청어》(1931년) 등이 있습니다. 다중 추리란, 문자 그대로 추리가 다중 구조로 제시되는 것으로, 우선 '제1의 추리'가 '본격'의 방법론에 따라 제시되지만, 이어서 곧바로 ('제1의 추리'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자가 살해되는 등)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다음으로 '제2의 추리'가 등장, 이후엔 연달아 진행되는데, 이것은 작가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수수께끼'에 여러 개의 논리적이고 공정하며 설득력 있는 '추리'를 고안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게다가 다음 '추리'에서는 이전 '추리'를 부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추리의 정당성' 문제는 '탐정의 전능성'과 더불어 '본격 미스터리'의 약점이며 그렇기 때문에 '가능성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일본 본격 미스터리 = 탐정소설 = 추리소설은, 어느 시기까지는 '수수께끼와 해결'에 있어서, 사실 그다지 논리성이나 공정성을 중시하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우선시되는 것은 '소설'적인 묘미나 기발함 쪽이며, 그로 인해 후세 독자로부터 '본격'성을 의심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 미스터리의 선구자인 에도가와 란포도 그래서 초기 몇몇 단편을 제외하면, 일련의 작품은,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오히려 '엽기 소설', '이상 심리물'이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란포에 이어 등장한 요코미조 세이시도 마찬가지로, 논리보다는 화려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트릭, 정합성보다 의외성이 중시되었고, 토착적인 촌락 공동체나 봉건적인 가족제도가 남은 지방 가문에서의 후계자나 유산을 둘러싼 다툼을 이야기의 기반으로 하여 섬뜩한 살인극이 전개됩니다. 흥미롭게도 주로 1950년대에 쓰인 요코미조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70년대 후반부터 이치가와 곤 감독, 이시자카 코지 주연(긴다이치는 그 이전에도 가타오카 지에조 등에 의해 연기되었습니다)으로 카도카와에서 영화화되어, 카도카와 하루키에 의한 미디어믹스의 첨병으로서(카도카와 영화 제1탄 《이누가미 일족》은 1976년 공개) 한 시대를 풍미하게 됩니다.


물론 '본격 미스터리'에도, 아유카와 데쓰야나 쓰치야 다카오 등, 논리와 공정성을 중시하는 뛰어난 '수수께끼와 해결' 작가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고도 경제 성장기에 접어들어, 본격적인 샐러리맨 사회가 된 일본의 출판 상황에서는, 본래 '본격'이 짙게 가지고 있는 게임성이나 퍼즐성이 어딘가 유치한 것으로 멸시받게 되었습니다. 시대는 오히려 마쓰모토 세이초로 대표되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환영했고, 거기서 파생된 '경제 소설'이나 '기업 소설', 혹은 남녀 문제에 초점을 맞춘 소설 등이 주로 읽혔습니다.


요컨대, 고립된 저택에 갇힌 사람들이 차례차례 살해되어 가는 등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보다는, 좀 더 자신들의 생활이나 인생에 가까운 리얼한 '미스터리'를 많은 독자들이 원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일본 사회는 역동적인 변화의 한가운데 있었고, 그 격동에 대응하는 '소설' 스타일이 요구되어 갔던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본격 미스터리' 애호가는 존재했습니다. 그들은 결코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비밀결사처럼 '본격'을 갈망하며, 과거 작품을 탐독하고, 연구하고, 스스로 쓰려고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 중반에 그런 '본격' 팬들을 경악시킨 잡지가 창간됩니다. 그 이름도 《환영성》입니다.


잡지 《환영성》


《환영성》이라는 잡지명은 에도가와 란포의 평론집 제목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옛날의 좋았던 '탐정소설'을 되살리자는 것을 취지로 한 잡지로, 시마자키 히로시라는 뛰어난 편집자 아래 출판사를 바꿔가면서 1975년부터 79년까지 간행되었습니다. 필자는 중고등학생 시절, 고향 나고야의 신간 서점이나 고서점에서 이 잡지의 신간이나 지난 호를 사서 읽었습니다. 다음 장에서 이야기할 지금은 없는 SF 잡지 《기상천외》와 함께, 필자의 독서 경향을 결정지어 준 중요한 잡지입니다. 《환영성》은 과거의 알려지지 않은 걸작이나 환상의 명작을 복각하여 게재했을 뿐만 아니라, 신인상을 주최함으로써 '탐정소설=본격 미스터리'의 새로운 작가 등용문이 되었고, 그 신인들의 단행본도 정력적으로 세상에 내보냈습니다. 시마자키 히로시는 본명이 푸진취안(傅金泉)인 대만인으로, 일본에서 서지학자로 활동 하다 《환영성》을 창간하고 편집장을 맡았습니다. 70년대 말에 《환영성》을 휴간한 후 대만으로 귀국하여 일본 미스터리를 적극적으로 대만 독자에게 소개했고, 그 결과 대만에서도 일본의 '신본격'에 영향을 받은 신인 작가들이 나타나는 등, 일본-대만 미스터리를 잇는 핵심 인물로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환영성 신인상은 소설 부문과 평론 부문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제1장에서 언급했듯 평론 부문에서는 구리모토 가오루(나카지마 아즈사)가 제2회(1977년)에 《츠즈키 미치오의 생활과 추리》로 가작 입선했습니다. 사실 가장 눈부신 것은 소설 부문으로, 제1회(1976년)에 아와사카 쓰마오가 《DL2호기 사건》으로 가작에, 제3회(1978년)에 렌조 미키히코가 《변조 2인극》으로 입선하여 각각 같은 잡지에서 데뷔했습니다. 또한 제3회 입선작에는, 나중에 다나카 요시키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지는 리자펑(李家豊)의 《푸른 초원에...》도 있었습니다. 아와사카와 렌조는 모두 나중에 나오키상을 수상하지만,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르네상스를 《환영성》을 무대로 해낸 극히 중요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아와사카 쓰마오 - 심리 트릭의 명작


아와사카 쓰마오의 《DL2호기 사건》은 '아 아이이치로'를 탐정으로 하는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이 이름은 탐정 인명사전에서 가장 먼저 실리도록 지어졌다고 합니다. '본격 미스터리'에는 크게 물리 트릭과 심리 트릭이 있는데,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는 심리 트릭의 역사에 남을 명작입니다. 《아 아이이치로의 당황》(1978년), 《아 아이이치로의 전도》(1982년), 《아 아이이치로의 도망》(1984년) 세 권의 단편집이 있습니다. 심리 트릭이란 문자 그대로 인간 심리의 작용을 이용한 것으로, 착각이나 선입견, 무의식적인 오해 등 누구나 빠지기 쉬운 함정이 교묘하게 '수수께끼와 해결'에 도입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는 모두 역설적인 이야기가 되어 있으며, 그 발상원은 분명히 G.K. 체스터턴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입니다. "나뭇잎을 숨기려면 숲 속에 숨겨라"( 《부러진 검의 의미》)로 유명한 시리즈입니다. 체스터턴으로부터 60년 이상 지난 후에 쓰인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는 당연히 더욱 업데이트되어 있으며, 지금 보면 행동경제학적인 발상마저 엿보입니다.


예를 들어 《DL2호기 사건》에서는, 진상을 간파한 아 아이이치로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우연히 일어나는 일을 예측할 때, 인간은 대체로 세 가지 사고방식을 취한다. 주사위를 던져 처음에 1이 나오면, 다음에도 1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유형. "두 번 있는 일은 세 번 있다." 진짜 도박꾼이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에 첫 번째 눈은 무시하고, 다음도 확률은 6분의 1이라고 생각하는 유형. "지금까지 일어난 일은 지금까지 일어난 일, 앞으로 일어날 일은 앞으로 일어날 일." 그리고 세 번째가, 처음에 1이 나왔으니, 두 번째는 이제 1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유형.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렸으니, 내일은 내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는 이렇게 묻습니다. 


"세 번째 사고방식의 인간이 지진을 맞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다면, 이 사람은 어디에 살면 좋을까요?"

"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네."

하고 이나가키가 말했다.

"지금 주사위의 세 번째 사고방식을 따르는 거군. 지진이 무서운 사람이라면, 대지진 직후에 그 땅에 살면 된다.  연이어 두 번이나 큰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DL2호기 사건》)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 후, 필자는 이 단편을 떠올렸습니다. 여기서 아 아이이치로가 피력하고 있는 논리에는, 설령 "연이어 두 번이나 큰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살 것, 거기에 돌아갈 것이 허용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빠져 있습니다. 물론 아와사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역시 인간 심리를 깊이 통찰하고 있었다고 필자에게는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이 "세 번째 사고방식"은, 원전 재가동 논리의 배후에 작용하고 있는 심성과 매우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 땅에 연이어 두 번이나 큰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빗나갔습니다. 아와사카 쓰마오는 마술사이기도 하며, 전문서도 여러 권 썼습니다.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 외에도, 역시 《환영성》에서 나온 《11장의 트럼프》(1976년), 《헝클어진 꼭두각시》(1977년), 《호수 밑의 축제》(1978년)와 같은 장편, 레이아웃이나 제본 자체에 트릭을 건 경이적인 두 작품 《행복의 서――미탐정 요기 간디의 심령술》(1987년)과 《산 자와 죽은 자――명탐정 요기 간디의 투시술》(1994년) 등, 그야말로 마술사적인 기교 넘치는 작품을 차례차례 발표해 가면서, 점차 좁은 의미의 '본격 미스터리'에서 시대 소설이나 인정 소설, 연애 소설로 범위를 확대해 가, 1990년에 서민가를 무대로 남녀의 섬세한 연애를 그린 《그늘진 도라지꽃》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합니다. 아와사카 쓰마오는 2009년에 작고했습니다.


렌조 미키히코 - '본격 미스터리'의 기술


렌조 미키히코의 《변조 2인극》도 《꽃 장례 시리즈》라는 모든 제목에 꽃 이름이 들어 있는 단편 시리즈로 발전합니다. 이 연작은 모두 남녀의 애정을 이야기하면서, 마지막에 강렬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날카로운 놀라움으로 가득 찬 걸작들입니다. 거의 세계가 통째로 반전되는 듯한 그 솜씨는, 렌조가 '본격 미스터리'의 방법론을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아한 문장을 포함하여 소설가로서의 탁월한 테크닉을 데뷔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렌조는, 소설이란 허구일 수밖에 없다는 당연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꿰뚫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독자를 망연자실하게 할 만큼, 반전, 역전, 반전에 철저히 집착하는 그 스타일은 많은 마니아 팬을 낳았고, 후속 작가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환영성》에서 나온 첫 장편 《암색 코미디》(1979년)는, 네 개의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이야기가 병행하여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형태로 연결되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작품이지만, 이사카 코타로의 초기 장편 《러시 라이프》(2002년)는 《암색 코미디》에 영향을 받아 썼다고 이사카 자신이 말하고 있습니다.


렌조 미키히코 또한 아와사카 쓰마오와 마찬가지로, 점차 작풍을 넓혀가며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쓰지만, 그 농도나 완성도는 제각각이라도, 밑바탕에 흐르는 것은 항상 '본격 미스터리' 정신이었습니다. 《나라는 이름의 변주곡》(1984년)과 《어디까지나 살해당하다》(1990년)는 '서술 트릭'의 극치, 화법의 곡예와 같은 걸작입니다. 렌조 미키히코는 1984년에 《연애편지》로 나오키상을 수상했습니다. 이것은 미스터리가 아닌 연애 소설입니다. 그러나 《환영성》이라는 초강경파 '본격 미스터리' 잡지에서 등장한 작가가 두 명이나 나오키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아와사카 쓰마오도 렌조 미키히코도, 소설의 허구성에 민감한 작가였습니다.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 극히 형식적인 '본격 미스터리'의 사고방식을, 연애로 대표되는 '정(情)'에 능숙하게 끼워 맞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로 인해 '본격' 따위는 읽지 않는 독자에게도 받아들여졌습니다.


아주 평범한 남녀 관계, 인간관계에도, 미스터리한 요소는 여러 가지 있습니다.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속고 속이거나, 마음이 변하거나, 배신하거나, 그런 것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본격 미스터리적인 발상으로, 인간 사이의, 남녀의 이야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것을 매우 교묘하게 해냈고, 나오키상 작가까지 되었습니다. 아와사카나 렌조의 독자 대부분은, 그들의 소설을 '본격 미스터리'나 '서술 트릭'으로 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런 기술이 전면적으로 구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대로 '소설'로서의 재미가 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만큼 중요하며, 후의 '신본격 미스터리'나, 이사카 고타로와 같은 작가의 등장을 준비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렌조 미키히코는 2013년에 작고했습니다.


다케모토 겐지 - 메타픽션의 시도


또 한 명, 신인상 출신은 아니지만, 《환영성》이 낳은 놀라운 작가의 이름을 들어야 합니다. 다케모토 겐지입니다. 그는 약관 22세의 대학 재학 중에, 갑자기 《환영성》에서 장편 연재 데뷔를 한 경력의 소유자입니다. 그 작품이야말로 초대작 《상자 속의 실락》(1978년)이었습니다. 필자는 간행 당시 아직 중학생이었지만, 이것을 읽고 진심으로 전율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본 미스터리사에는 '3대 기서'라고 불리는 것이 있습니다. 유메노 규사쿠의 《도구라 마구라》(1935년), 오구리 무시타로의 《흑사관 살인사건》(같은 해), 나카이 히데오의 《허무에의 제물》(1964년)입니다. 특히 《허무에의 제물》에 심취했던 다케모토는, 3대 기서의 뒤를 이을 생각으로 《상자 속의 실락》을 썼고, 지금은 '4대 기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상자 속의 실락》은, 탐정소설 마니아인 대학생들 사이에서 밀실 살인이 잇따르는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나일즈'와 '홀랜드'라는 별명의 일란성 쌍둥이 남학생이 있고,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나고 제2장에 들어가면, 이전 장은 사실 나일즈가 쓰고 있는 본인들을 모델로 한 '소설'이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그러나 제3장이 되면, 제2장 쪽이 '소설'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같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홀수 장과 짝수 장이 (라고 해도 5장까지밖에 없지만) 서로를 '소설=허구'라고 주장하며 진행되는 메타픽션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소설 전체가 그야말로 '3대 기서'를 방불케 하는 현학 취미와 환상미로 덮여 있으며, 이것이 20대 초반 신인의 첫 작품이었으니, 다케모토 겐지의 이름은 순식간에 미스터리계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인상적인 데뷔였다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 후, 다케모토 겐지는 《바둑 살인사건》(1980년), 《장기 살인사건》(1981년), 《트럼프 살인사건》(같은 해)의 이른바 '게임 3부작'을 썼습니다. 이것은 IQ 208의 천재 바둑 소년 마키바 도모히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로,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절대로 고안할 수 없는 복잡하고 고도한 암호가 차례차례 나오는 놀라운 연작입니다. 또한, 80년대 후반에는 '퍼밀리언의 고양이 시리즈'로 SF에도 진출, 90년대에 들어서면 《우로보로스의 위서》(1991년)로 시작되는 '우로보로스 시리즈'로 《상자 속의 실락》과는 또 다른 메타픽션에 도전합니다. 이 연작에서는 다케모토 자신을 포함한 미스터리 작가와 업계인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현실의 사건을 병행시키면서 수수께끼의 살인이 일어나는데, 《상자 속의 실락》의 시도를 현실 세계를 무대로 해버린 것입니다. 《우로보로스의 위서》는 당시 미스터리계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러한 내부 지향적인 아이디어가 통용되는 것이 '본격 미스터리' 팬덤의 특이성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상자 속의 실락》은, 노골적으로 유희적이고 인공적인 소설이지만, 등장인물은 모두 20세 전후의 젊은이들이며, 전편에 걸쳐 그들의 미숙한 대화나 꼬인 관계성이 전개되는, 일종의 '청춘 소설'로서도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은 다케모토가 참고한 《허무에의 제물》에서도 느껴지는 요소지만, 이러한 '청춘 소설로서의 본격 미스터리'라는 경향은, 그 후의 '신본격 미스터리'에도 계승됩니다. 실제 《상자 속의 실락》은 '너무 일찍 온 신본격', '신본격의 원점' 등으로 불리게 됩니다. 


단명했지만 《환영성》은 아와사카 쓰마오, 렌조 미키히코, 다케모토 겐지 세 사람을 데뷔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일본 미스터리' 역사에 그 이름을 찬란하게 새겼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시마자키 히로시는 왕년의 '본격' 부활을 꿈꿨겠지만, 동시에 미래의 '미스터리'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아와사카, 렌조, 다케모토가 잇따라 나타났다고는 해도, 《환영성》 휴간(1979년)부터 '신본격' 탄생(1987년)까지, 여전히 '본격 미스터리'는 마이너하고 마니아적인 지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그 후에도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러나 바로 그 사이에 데뷔하여, 머지않아 올 '신본격'의 물결을 기다리게 될 선배 격으로 특기할 만한 작가가 두 명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시마다 소지입니다. 시마다는 바로 '신본격'의 큰형 같은 존재, 정신적인 후원자라고 해도 좋을 존재이며, 이제는 미스터리계의 중진 중 한 명입니다.


시마다 소지 - 선배 작가로서


시마다 소지는 1948년생, 무라카미 하루키와 거의 동세대, 무라카미 류와 같은 무사시노 미술대학 출신입니다. 그는 1980년 《점성술의 마법》으로 에도가와 란포상 최종 후보가 되었고, 수상은 놓쳤지만 이듬해 응모작을 개고한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데뷔했습니다. 이 작품은 '미타라이 기요시'를 탐정으로 하는 인기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점성술》은 경이적인 물리 트릭을 중심으로, 불가능한 흥미로 가득 찬 기믹과 가젯을 아낌없이 담은 순수하고 농후한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이 작풍은 분명히 《환영성》의 의지를 잇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데뷔 시점에서는 시마다와 《환영성》의 관계는 보이지 않습니다(시마자키 히로시가 대만으로 돌아간 후 친분이 생깁니다). 어떤 의미에서 《점성술》은 당시 시대의 흐름과는 어긋난, 시대착오적이라고까지 생각될 수 있는 작품이었지만, 그 후에도 시마다는 집필을 멈추지 않으며, 80년대 중반에는 인기 작가 대열에 합류합니다.


왕성한 집필 활동과 함께, 그는 '본격 미스터리'의 지위 향상에 힘쓰고,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훗날 '신본격 미스터리' 신인 작가들의 데뷔를 돕거나, 필명을 지어주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해나갑니다. '신본격' 발흥 이후에도, 그는 선구자로서 앞으로의 '본격 미스터리'는 어떠해야 하는가, 어떻게 시대의 변화에 맞서야 하는가, 와 같은 문제를 의식적으로 제시하며, 출신지인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가 주최하는 '장미의 마을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의 단독 심사위원으로서 신인을 배출하거나, 《본격 미스터리 선언》(1989년)이나 《21세기 본격 선언》(2003년)과 같은 뛰어난 평론을 써서 '본격 미스터리'의 업데이트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시마다는 1984년 하반기에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으로, 85년 하반기에 《여름, 19세의 초상》으로 두 번 나오키상 후보가 되었지만, 수상하지는 못했습니다.


가사이 기요시 - '본격 미스터리'의 이론화


또 한 명은 가사이 기요시입니다. 시마다 소지와 같은 1948년생, 학생운동 활동가로서 '구로키 류지'라는 필명으로 정치적인 선전물을 쓰기도 했지만, 연합적군 사건을 계기로 의문을 느껴 운동에서 탈퇴(나중에 자신의 정치 체험을 청산하는 의미로 《테러의 현상학》을 집필합니다), 70년대 중반에 프랑스 파리에 2년간 머무는 동안 쓰기 시작한 장편 미스터리 《바이바이, 엔젤》을 1979년 《야성시대》에 발표하여 소설가로 데뷔합니다.


《바이바이, 엔젤》은 작가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 돌아온 탐정 '야부키 가케루'를 주인공으로 하며, 예외 없이 이것도 시리즈화되어 갑니다. 야부키 가케루는 '현상학적 방법'으로 추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현상학의 시조 후설을 본떠 '본질 직관'으로 사건의 전모를 꿰뚫어 보는데, 이 설정뿐만 아니라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는 철학/현대사상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로, 예를 들어 《철학자의 밀실》(1992년)에서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작중에서는 마르틴 할바흐의 《실존과 시간》)이, 《오이디푸스 증후군》(2002년)에서는 미셸 푸코(작중에서는 미셸 다지르)가, 《흡혈귀와 정신분석》(2011년)에서는 자크 라캉(작중에서는 자크 샤브롤)이, 각각 도마 위에 올려져 끝없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제는 범인 찾기 요소를 능가할 만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최근에는 한 작품이 매우 길어지고, 간행 속도도 극단적으로 느려지고 있지만(대략 10년에 한 작품), 가사이는 '본격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자부심과 긍지, 존재감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부키 가케루 시리즈' 외에도, 나카이 히데오의 《허무에의 제물》이나 다케모토 겐지의 《우로보로스》에 대항하여, 그들 작품까지 포함한 의욕적인 메타미스터리 연작 《천계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가사이는 소설가 데뷔와 거의 동시에 왕성한 평론 활동도 시작했으며, 초기 단행본으로 SF론집 《기계장치의 꿈》(1982년)이나, 앞서 언급한 《테러의 현상학》(1984년), 《상징으로서의 프리웨이》(1985년), 일본 환상소설을 논한 《이야기의 우로보로스》(1988년) 등이 있습니다. 1998년에 자신의 미스터리론을 정리한 《탐정소설론Ⅰ――범람의 형식》, 《탐정소설론Ⅱ――허공의 나선》을 발표, 유명한 '대량 사망 이론'을 제창합니다. 이것은 어느 나라에서 '본격 미스터리'가 발생하려면, 그 나라가 과거에 총력전 등에서 죄 없는 사람들의 무의미한 '대량 사망'를 경험한 것이 조건이라는 가설인데, 당연히 반론도 많이 제기되어 한때 미스터리 논단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시마다 소지와 마찬가지로, 가사이 또한 뒤이어 '신본격'이 등장하는 인프라 구축이라는 의미에서 중요한 존재입니다. 매력적인 '수수께끼와 해결'로 수렴하는 '소설'이라는 작풍 자체가 당시에는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가사이는 '신본격' 붐 이후에도, 작가로서, 평론가로서, 운동에 동반하며, 때로는 기수 역할도 자처하여, 차례차례 나타나는 신인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논하고 발언해 갑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포켓미스' 간행처이기도 한 하야카와 쇼보의 《미스터리 매거진》 장기 연재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에 날아오르는가?》에서 신작이나 화제작을 다루며 실제 작품뿐만 아니라 '본격 미스터리'의 이론적 지주로서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작가로서의 가사이 기요시는 '본격 미스터리'만을 쓴 것은 아닙니다. 그는 《뱀파이어 전쟁》, 《사이킥 전쟁》 등, 80년대에는 SF 전기 액션 시리즈도 썼으며, 《뱀파이어 전쟁》은 스티븐 킹스럽다고도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한 엔터테인먼트로 당시 상당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군조 신인문학상과 에도가와 란포상으로 작가/평론가로 데뷔한 후, 곧이어 《구인 사가》로 대히트를 한 구리모토 가오루/나카지마 아즈사와도 비슷합니다. 가사이와 구리모토는 데뷔도 거의 같은 시기입니다.


가사이 기요시가 작가/평론가로서 활기찬 활동을 펼쳐나갔던 80년대 전반은 뉴 아카데미즘 전성시대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졸저 《일본의 사상》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약칭 뉴아카란, 1983년에 아사다 아키라의 《구조와 힘》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계기로 일어난 '현대사상'과 그 논객들의 일대 붐입니다. 가사이는 당시 동지였던 다케다 세이지와 함께, 뉴아카 비판의 선봉장이었습니다. 가사이는 하스미 시게히코를 비판한 《'희롱'이라는 제도》(1985년)나, 가라타니 고진과의 논쟁적인 톤의 대담집 《포스트모더니즘 비판――거점에서 허점으로》(같은 해)도 썼습니다. 나이는 아사다와 나란히 뉴아카의 거물이었던 나카자와 신이치(1950년생)와 그다지 차이가 없지만, 가사이는 소위 '전공투 세대'의 말단에 해당하며, 정치 운동에 환멸을 느껴 《테러의 현상학》을 써 스스로 '총괄'했지만, 80년대에 찾아온 자칫하면 낙관적인 자본주의 예찬, 비판 의식을 결여한 현상 긍정으로 비칠 수 있었던 뉴아카 현상에는 일관되게 비판적이었습니다.


1995년에 가사이는 지금으로 말하면 리버테리언적인 아나코 캐피털리즘(무정부 자본주의)을 주장한 《국가 민영화론》을 썼습니다. 이야기가 시종 전혀 맞물리지 않은 채 끝나는 아즈마 히로키와의 왕복 서간을 수록한 《동물화하는 세계 속에서》(2003년)를 거쳐, 가사이의 사상은 미스터리론과 병행하여 쓰인 대저 《예외 사회》(2009년)로 결실을 맺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후에는 《8·15와 3·11――전후사의 사각》(2012년)을 발표, 《영속 패전론》(2013년) 저자 시라이 사토시와의 대담집 《일본 열화론》(2014년), 아즈마 히로키가 2000년대 후반에 개최한 신인 비평가 오디션 '제로아카 도장' 출신으로, 가사이가 후견인적인 입장을 맡고 있는 '한계 소설 연구회'의 중심 멤버이기도 한 후지타 나오야와의 대담집 《문화 망국론》(2015년)으로, 젊은 논객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습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데뷔


자, 이렇게 해서 드디어 '신본격 미스터리' 이야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본격 미스터리 제3의 물결'(가사이 기요시)은, 한 신인의 데뷔작에 의해 막을 열었습니다. 그것은 아야츠지 유키토가 1987년에 고단샤 노벨스에서 간행한 《십각관의 살인》(고단샤 노벨스는 매월 몇 권씩 간행되는 작은 판형의 신작 미스터리 소설 레이블)입니다.


아야츠지는 교토 대학 추리소설(미스터리) 연구회 소속으로(데뷔 시에는 아직 대학생), 《십각관》은 에도가와 란포상에 응모했다가 낙선한 작품을 개고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시마다 소지와 같은데, 아야츠지의 데뷔에는 시마다가 크게 관여했으며, 필명도 시마다가 지어준 것이고, 노벨스판 띠지에 추천사도 썼습니다. 당시 교토대 미스터리 연구회에는, 아야츠지에 이어 데뷔하는 노리즈키 린타로나 아비코 다케마루, 나중에 아야츠지와 결혼하는 오노 후유미도 있었습니다. 나이는 조금 어리지만 마야 유타카나 세이료인 류스이, 오야마 세이이치로도 마찬가지로 교토대 미스터리 연구회 출신이며, 최근에도 마도이 반, 모리카와 토모키 등, 같은 동아리에서 세상에 나온 '본격계 미스터리 작가'는 많이 있습니다.


'신본격 미스터리'란, 고단샤 노벨스 편집부가 아야츠지의 2번째 작품 《수차관의 살인》 띠에 붙인 '신본격 추리'라는 문구가 유래입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이 소설은, '신'이라기보다는, 고풍스러운 '본격'의 순도를 높이고 높여 응축한 듯한 작품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줄거리가, 수수께끼의 화재로 사망한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가 지은 기묘한 관 '십각관'이 있는 외딴 섬을 미스터리 연구회 대학생들이 방문하여, 외부와 단절된 상황 속에서 그들이 한 명씩 살해되어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1939년) 이래, 셀 수 없을 만큼 반복 사용되어 온, 소위 '눈보라 치는 산장', '절해고도'물이라고 불리는 '본격'의 상투적인 패턴, 이제는 낡아빠진 진부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야츠지의 이 데뷔작은 발표 직후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선, 이 작품의 진상이 가진 놀라운 예리함 때문입니다. '단 한 줄로 세계가 변한다'는 것은 '본격 미스터리'의 궁극적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완벽하게 그것을 이루어냈습니다. 그 내용은 물론 여기서 기록할 수는 없지만('스포일러 엄금'은 '본격계 미스터리'의 불문율입니다), 필자도 처음 읽었을 때, 거기에 이르렀을 순간, 무심코 소리를 질렀던 것입니다. 《십각관의 살인》 마지막에는, 그만한 충격이 있었습니다. 필자가 지금까지 읽어온 동서고금의 수많은 '미스터리' 중에서도, 틀림없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충격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필자의 감상은 차치하고, 이 작품이 '본격 미스터리'의 올타임 베스트에 들 만큼의 걸작이라는 것은, 그 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아야츠지 유키토는 그 후 《관 시리즈》를 계속 써나가지만, 처음부터 열 작품으로 끝낸다고 선언되어 있습니다(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관'이 '십각관' 외에 아홉 채 더 있기 때문에). 2016년 현재, 이 시리즈는 제9작 《기면관의 살인》(2012년)까지 나왔고, 남은 것은 한 작품뿐입니다(그렇다 해도 아홉 번째 '관'에 이르기까지 25년이나 걸렸지만). 아야츠지는 '관' 외에도 수많은 '신본격 미스터리'를 발표해 나가는 동시에, 《살인귀》(1990년) 이후에는 호러 소설(이라고 해도 모두 '미스터리' 정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에도 진출하여, 특히 《어나더》(2009년)는 만화화, 영화화되는 대히트작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후카도로 언덕 기담 시리즈》 등, 괴담 소설 단편 연작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신본격 미스터리'의 발흥


아야츠지에 이어, 고단샤 노벨스에서, 역시 교토대 미스터리 연구회의 노리즈키 린타로가 《밀폐 교실》(1988년)로, 아비코 다케마루가 《8의 살인》(1989년)으로, 각각 데뷔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고단샤 노벨스에서 우타노 쇼고가 《긴 집의 살인》(1988년), 고단샤 노벨스와 함께 '신본격'의 '호랑이 굴'로서 기능했던 도쿄 소겐샤에서, 오리하라 이치가 《다섯 개의 관》(1988년),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월광 게임》(1989년), 기타무라 가오루가 《하늘을 나는 말》(같은 해), 야마구치 마사야가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같은 해)으로 잇따라 데뷔하여, 모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어느새 '신본격 미스터리'라는 운동 같은 것이 형성되어 갔습니다. 당시 고단샤에는 우야마 히데오미, 도쿄 소겐샤에는 도가와 야스노부라는 '본격 미스터리 사랑'으로 넘치는 편집자가 있었고, 그들이 신인 배출에 적극적이었던 점, 또한 참관인 격으로 관여했던 시마다 소지나 아유카와 데쓰야의 공헌도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신본격' 신인 작가들에게는, 교토대 미스터리 연구회와 같은 직접적인 관계와는 별개로,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모두가 중증 '본격 미스터리' 애독자=마니아였다는 것입니다. 노리즈키 린타로의 작품에는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탐정 역이,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에는 '아리스가와 아리스'라는 화자가 등장합니다. 이것들은 '엘러리 퀸'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오리하라 이치의 《다섯 개의 관》은 '밀실'의 거장인 존 딕슨 카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오리하라는 《다섯 개의 관》과 같은 해에 에도가와 란포상 최종 후보가 되었다가 낙선한 장편 《도착의 론도》를 간행했지만, 에도가와 란포상 응모 자체를 트릭으로 한 이 작품 이후, 그는 '서술 트릭'에 속하는 작품을 계속해서 써 나갑니다. '신본격' 작가들은, 국내외 선행 작품을 열심히 탐독하고, 너무나도 '미스터리'를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도 쓰기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필자는 이러한 그들의 모습이, 영화광 시네필에서 영화 작가가 되어간 프랑스 누벨바그와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도할 정도의 '본격 사랑' 때문에 '신본격'은, 너무나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거나, 인간(인물상)을 그려내지 못했다거나, 트릭이나 서프라이즈를 위해 '소설'적 요소가 희생되었다는 등등의 비판에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신본격' 붐의 한가운데에 해당하는 1988년부터, JICC 출판국(현 다카라지마샤)에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간행이 시작되었지만, 이 잡지의 악명 높은 인기 기획이었던 '복면 좌담회'에서는 '신본격' 계열 작가가 자주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시마다 소지나 가사이 기요시의 이론적 무장은, 그러한 비난에 대한 대응이라는 의미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신본격'적인 유희적, 게임적인 '미스터리'는, 아야츠지 등의 출현으로 갑자기 발흥한 것은 아닙니다. 시마다, 가사이라는 선행자가 있었고, 그 이전에도 《환영성》 작가들이 등장했습니다. 다케모토 겐지의 《상자 속의 실락》이 '신본격의 원점'이라고 불리는 것은 그 설정부터 명백합니다. 오히려 아야츠지는 이 작품을 읽고, 이런 것을 써도 된다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상자 속의 실락》에서 현학과 책벌레 같은 탐닉을 빼고 견고하게 정련하면 《십각관의 살인》이 됩니다. 그들뿐만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에 《방과 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폭발적으로 팔리는 이유는 캐릭터의 매력이나 미디어믹스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소설에는 거의 일관되게 강한 '본격 미스터리' 정신이 엿보입니다. 히가시노는 '신본격'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면 달라지는 걸까요?), 특히 80년대~90년대 작품은 '신본격'이라고 해도 전혀 지장이 없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 '신본격' 붐 한가운데 고단샤 노벨스에서 나온 《십자 저택의 피에로》(1989년)를 비롯하여, 《가면 산장 살인사건》(1990년),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1992년) 등은 극히 '신본격'적, 게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가 교이치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히트 시리즈 중 한 권인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1996년)와 《내가 그를 죽였다》(1999년)에는, 해결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범인이 지적되기 직전에 소설이 끝나버리는 것입니다. 작가에게 '본격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상당한 자신감이 없다면 할 수 없는 궁극의 '독자에게의 도전'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신본격'의 출현에는 다양한 요소가 관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런 종류의 지향/기호를 가진 작가/독자는 어느 시대에나 일정 수 존재했지만, 우연히 《십각관의 살인》 성공으로 문이 열렸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다소 멀리서 보면, 80년대라는 시대가 현실 사회나 생활에 입각한 리얼리즘이 중시되었던 70년대와 다르게, 허구적인, 인공적인, 현실과 동떨어진=비일상적인 소설을 요구했다는 점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기이하게도 '신본격 붐'은, 버블 경기가 정점을 향해 가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소설이 존재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일본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여기에는 반대의 양상도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1989년에는 기타무라 가오루가 《하늘을 나는 말》로 데뷔했습니다(참고로 초기에는 완전한 복면 작가였고, 성별조차 공표되지 않았습니다). 기타무라의 작풍은 '일상 수수께끼'라고 불렸습니다. '본격/신본격 미스터리' 작품군은 대체로 상당히 대담했습니다. 그 작품 대부분은 무대 설정, 인물 묘사, 트릭, 어디를 보아도 황당무계합니다(그 점이 좋았지만). 그러나 기타무라의 초기 작품에서는 살인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바로 일상의 사소한 '수수께끼'를 주워 올려, 그러나 '해결'에 이르는 과정은 논리적이고 공정하며, 훌륭한 '본격 미스터리'가 되어 있습니다. 화려한 살인극이나 밀실이나 암호가 나오지 않아도 '본격'은 쓸 수 있다는 것을 기타무라는 겸손하지만 선명하게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러한 '일상 수수께끼'는 《일곱 아이》(1992년)의 가노 도모코 등을 거쳐, 《빙과》(2001년)로 데뷔하는 요네자와 호노부에게 계승됩니다. 사람이 죽거나,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것은 '본격계 미스터리'의 필요조건이 아니며, 거기에는 단지 매력적인 '수수께끼와 해결'만 있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본격 미스터리'의 '비일상'과 '일상'이라는 상반된 벡터는 그대로 90년대 이후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것은 '미스터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필자에게는 생각됩니다.


'본격'에서 '신본격'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미스터리'의 행보를, 숨 가쁘게 더듬어 왔습니다. '신본격 미스터리' 대부분이 고단샤 노벨스에서 나왔다는 것은 중대한 의미를 지닙니다.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이 레이블에서는. 이제 '신본격'으로도 '미스터리'로도 담을 수 없는 새로운 재능이 속속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중 여러 명이 '문학'으로 월경해 갑니다. 


마야 유타카 - '신본격'의 극점


그럼, 여기서 90년대 '미스터리'로 화제를 전환해 보겠습니다.


'신본격 미스터리'의 흐름은 계속되었고, 앞에서도 이름을 언급했지만, 마야 유타카라는, 1969년생의 교토 대학 추리소설 연구회에서 아야츠지 유키토나 노리즈키 린타로의 후배에 해당하는 작가가, 1991년에 《날개 달린 어둠》으로 데뷔했습니다. 부제는 '메르카토르 아유 마지막 사건'입니다. 메르카토르 아유라는 것은 탐정의 이름입니다. 마야는 '신본격'의 극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로, '신본격'이 그 이전의 '본격'이 대치해 온, 제4장에서 언급했던 여러 아포리아를 더욱더 파고들어 간 끝에, 마침내 논리와 역설의 저편으로 빠져나온 듯한, 비뚤어질 대로 비뚤어진 기괴한 '신본격 미스터리'를 계속 써나갑니다.


《날개 달린 어둠》의 메르카토르 아유는 '명탐정'이 아닌 '명탐정(銘探偵)'이며, '신'과 같은 존재로서 절대적으로 옳은 '추리'를 피력하고 진범을 지적합니다. 마야는 '본격 미스터리'의 규칙을 역이용하여, 설령 아무리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진상이라 하더라도, 논리가 완벽하고, 다른 모든 가능성이 논리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면, 그것이 반드시 '진상'이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합니다. 말하자면 '본격계 미스터리' 원리의 과잉 행사이며, 그로 인해 그의 작품은 말하자면 루이스 캐럴적인 역설적인 세계로 변모해 버립니다. 데뷔작이자 시리즈 첫 작품인 《날개 달린 어둠》에서, 처음부터 '마지막 사건'이 이야기된다는 것도 독특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신본격' 팬들을 크게 감탄시킨 것은 역시 1993년 《여름과 겨울의 소나타》일 것입니다. 이 대작의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는 기이한 세계는 간행 당시 엄청난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신본격 미스터리'이면서도 완전히 '환상소설'의 영역으로 돌파했던 것입니다. 스포일러 금지 때문에 아무것도 쓸 수 없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 작품에서 마야가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가, 그 후의 '신본격 미스터리' 역사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마야 자신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으며, 특히 장편 《애꾸눈 소녀》(2010년)는, 그 해 여러 '미스터리' 베스트 10 목록에서 상위권에 선정되었습니다. 단편집 《메르카토르 이렇게 말했다》(2011년)에서는, '본격'이 '본격'이 되기 위해 내포하는 '광기의 논리=논리의 광기'가, 태연하게 피력되고 있으며, 이제 이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만큼 굉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