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ecda7ecef630ac7c99fafb29e2086cca07208cf1ec4851858454868b6457132488ef05


일본의 문학 (2016, 사사키 아츠시) 에서 추리소설 관련 부분만 번역




교고쿠 나쓰히코 - '신본격' 그 너머로


'신본격 미스터리'의 성공으로, 90년대에는 '고단샤 노벨스'는 '미스터리' 독자에게 안심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정력적으로 신인을 배출하는 자세는 필자에게도 매우 호감 갔고, 모르는 이름의 데뷔작이기 때문에 오히려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더욱 가속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1994년,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교고쿠 나쓰히코가 갑자기 장편 미스터리를 써서 고단샤 노벨스에 직접 투고했고, 그것이 그대로 데뷔작으로 간행되었습니다. 그 작품의 제목은 《우부메의 여름》, 이 작품은 간행되자마자 압도적인 평가를 받았고, 교고쿠 나쓰히코는 한 작품으로 단숨에 가장 주목받는 작가가 됩니다. 필자도 당시 읽자마자 대단한 신인이 나타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고전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단정한 문장에 끌렸습니다.


어디까지나 질질 늘어지는 어설픈 경사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다 올라간 곳이 목적지인 교고쿠도이다. 장마도 갠 듯한 여름 햇살은 그다지 상쾌하다고는 하기 어렵다. 언덕길 중간엔 나무처럼 햇볕을 가릴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희끄무레한 기름 담장 같은 것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이 담장 안에 있는 것이 민가인지, 절이나 요양소 같은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혹은 공원이나 정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건물을 둘러싸기에는 면적이 너무 넓으니 역시 정원 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언덕길에는 이름이 없었다.

(중략)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 집에서 그 언덕길에 이르는 길거리 풍경도, 도중에 있던 모든 것에 대한 기억도 나에게는 희미하다. 언덕길 이름은커녕, 이 근처 지명 주소까지도 나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 하물며 담장 안에 무엇이 있든 나는 관심이 없었다.

갑자기 해가 가려졌다. 기온은 변하지 않는다. 언덕길 7부 능선쯤에서 나는 숨을 내쉬었다.

(《우부메의 여름》)


여기까지 읽은 것만으로도 필자는 걸작을 확신했습니다. 고서점 '교고쿠도' 주인 나카젠지 아키히코, 그의 친구이자 소설가인 '나' 즉 세키구치, '장미십자 탐정사' 탐정 에노키즈 레이지로, 경시청 수사1과 형사 기바 슈타로 등, 등장인물 묘사도 매우 매력적이며, 시리즈화되면서 '캐릭터 소설'적인 양상도 강해집니다. 전에 언급했듯이 에노키즈는 일종의 초능력자로, 눈앞의 인간의 기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사건의 진상을 가장 먼저 알아채기도 하지만, 옛 화족 출신으로 인한 거만함과, 타고난 귀찮음 때문에 거의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설정입니다. 초기에는 '요괴 소설', 현재는 《백귀야행 시리즈》라고 불리는 《우부메의 여름》으로 시작되는 시리즈의 탐정 역은 나카젠지 아키히코입니다.


또한 이것도 스포일러가 되므로 쓸 수 없지만, 《우부메의 여름》은 '이 진상은 공정한가 불공정한가'라는 점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는 이 책에서도 이미 설명한 '본격 미스터리'의 어떤 형식에 따른, 말하자면 그 핵심 없는 극치라고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중에 짓소지 아키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을 때는, 필자도 "저것을 대체 어떻게 영상화할 것인가?"라고 걱정(?)했던 것입니다.


애매하게 남겨둔 채 이야기를 계속해서 죄송하지만, 그 '진상'도 포함하여 《우부메의 여름》은, 마야 유타카나 야마다 마사키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신본격 미스터리'의 '그 너머'를 제시한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교고쿠 자신은 '신본격' 학파에는 속하지 않지만, 그의 사고방식은 분명히 '수수께끼와 논리적이고 공정한 해결'이라는 '본격계 미스터리'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하면서,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그것을 전도하고 있습니다. 《백귀야행 시리즈》에서는, '요괴 소설'이라고도 불리듯이, 사람이 아닌 것=요괴의 소행인 듯한 괴사건이 일어나지만, 그 정체는 오컬트적인, 초자연적인 것이 전혀 아닙니다. 교고쿠도의 결정적인 대사는 '이 세상에는 이상한 일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입니다. 그는 유물론자인 것입니다.


이 연작의 시대 설정은 종전 직후이지만, 교고쿠도가 매번 피력하는 추리에는, 분명히 80년대 이후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사고방식이 엿보입니다. 바꿔 말하면 그것은 시스템론적인, 네트워크 사고적인 것이며, 한 명의 '범인'에게 수렴하는 계략이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그물망 같은 관계성이 그 자체로서 엮어내는 기구=이치에 의해,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 일어나 버린다는 것입니다. 이 의미에서 필자는 교고쿠 나쓰히코는 말하자면 포스트모던적인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데뷔 이후, 교고쿠는 엄청난 속도로 속편을 발표해 갑니다. 《망량의 상자》(1995년 1월), 《광골의 꿈》(같은 해 5월), 《철서의 우리》(1996년 1월), 《무당거미의 이치》(같은 해 11월)로 데뷔 2년여 만에 이미 다섯 작품, 게다가 페이지 수는 작품을 거듭할수록 늘어나, 《철서의 우리》와 《무당거미의 이치》에서는 노벨스판 한계에 육박하는 800페이지를 넘었고, 이어지는 《도불의 연회》(1998년)는 마침내 한 권에 다 담지 못하고 두 권으로 나뉘게 됩니다. 또한, 이 시리즈는 여덟 번째 작품(《도불의 연회》를 두 작품으로 세면 아홉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사매의 물방울》(2006년) 이후 속편이 끊겼습니다. 그러나 그는 병행하여 여러 다른 연작을 시작했고, 곧바로 '미스터리' 이외의 '장르'도 넘나들게 됩니다. 1997년에 《비웃는 이에몬》으로 이즈미 교카 문학상을 수상, 나오키상 후보가 되었고, 2003년에 《엿보는 고헤이지》로 다시 나오키상 후보,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 그리고 2004년, 세 번째 도전 끝에 《후 항설백물어》로 나오키상을 수상했습니다.


메피스토상의 창설


교고쿠 나쓰히코라는 경이로운 신인의 출현은, 고단샤 노벨스에게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아직 어딘가에 제2, 제3의 교고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편집부는 '메피스토상'이라는 신인상을 창설했습니다. 이것은 선정위원제가 아니라, 장편 신작 원고를 상시 접수하여 그것을 전부 읽은 편집부원의 합의에 의해 선정된 작품을 '메피스토상'으로 고단샤 노벨스에서 데뷔시키는 것입니다.


즉 실제로는 '직접 투고 원고'를 '신인상'으로 형식화한 것이었지만, 제1회에서 교고쿠 나쓰히코 못지않은 대단한 신인이 등장해 버립니다. 모리 히로시입니다. 나고야 대학 공학부 조교수(현재는 퇴직)로 근무하면서 미스터리를 쓰기 시작한 모리는, 메피스토상에 무려 네 편이나 되는 장편을 연속 투고, 1996년에 네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모든 것이 F가 된다》로 제1회 수상자로서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책 표지에는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쓰인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이하 속편 제목이 처음부터 적혀 있었습니다.


국립 N대학 건축학과 조교수 사이카와 소헤이와 대학생 니시노소노 모에가 주인공으로, 두 사람의 머리글자를 따서 'S&M 시리즈'라고 총칭되는 장편 연작의 시작입니다. 사이카와와 모에도 그렇지만 이 시리즈에는 (이 시리즈뿐만 아니라) 이과 천재들만 등장합니다. 도저히 인간 같지 않은 냉철한 지성으로 계산된 범죄에, 뛰어나게 머리가 좋을 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감정이나 약점을 함께 가진 두 사람이 어떻게 도전해 나가는지가 볼거리입니다.


"165에 3367을 곱하면 얼마죠?" 여자는 갑자기 질문한다.

"55만……, 5555예요. 5가 여섯 개네요." 모에는 바로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조금 놀란다. "어째서, 그런 계산을?"

"당신을 시험해 본 거예요. 계산을 잘하는 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여자는 조금 미소 지었다. "하지만, 7의 곱셈이 서툰 것 같네요. 지금, 마지막 자릿수만 시간이 걸렸어요. 왜일까요?"

"딱히 서툴지 않아요. 7은 좋아하는 숫자예요." 모에는 다리를 꼬고, 마음을 진정시킨다.

"아니에요, 당신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당신이 처음 구구단을 배웠을 때, 당신은 7단이 서툴렀을 거예요. 유치원 때? 더 어렸을까요? 7은 특별한 수니까요. 당신, 형제가 없죠? 숫자 중에서 7만이 고독한 거예요."

모에는 확실히 외동딸이었다.

(《모든 것이 F가 된다》)


《모든 것이 F가 된다》 시작 직후, 니시노소노 모에가 어떤 여성과 대치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모리 히로시도 교고쿠 나쓰히코 못지않은 믿기 어려운 속도로 작품을 양산해 가며, 90년대 말에는 이미 일선 인기 작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후의 대활약은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필자는 방대한 수에 달하는 모리의 소설 전부를 다 읽지는 못했지만, 《모든 것이 F가 된다》와, 그에 이어지는 'S&M 시리즈'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열중해서 읽었습니다. 이렇게 메피스토상은, 생각할 수 있는 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출발을 했습니다.


모리 히로시에 이어 제2회 메피스토상에서, 세이료인 류스이가 《코즈믹 : 세기말 탐정 신화》(1996년)로 데뷔합니다. 세이료인 또한 교토대 미스터리 연구회 출신이지만, 작풍은 마야 유타카 이상으로 기형적입니다. 마야의 경우, 아무리 이상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본격계' 규칙을 따르고 있지만, 세이료인은 '신본격 미스터리'의 '규칙'만을 추출하여 극단적으로 비대화시킨 극히 기이한 스타일로 등장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소설'이 아닌 '류스이 대설'이라고 칭하며, 어떤 의미에서는 '신본격' 계보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그것이 가장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 '일본 탐정 클럽(JDC)'이라는 설정입니다. JDC에는 350명이 넘는 '탐정'이 소속되어 있으며, 모두 이상한 이름과 너무나도 특수한 캐릭터와 특기(추리법)를 가지고 있습니다(이 발상은 분명히 야마다 후타로의 《인법첩》에서 따온 것입니다). 《코즈믹》으로 시작되는 《JDC 시리즈》에서는, 현실성이 전혀 없는 탐정들이, 현실성을 완벽하게 결여한 황당무계한 사건들에 도전해 갑니다. 첫 작품 《코즈믹》부터, 첫머리에서 '밀실경'을 자칭하는 수수께끼의 인물로부터 "올해, 1200개의 밀실에서, 1200명이 살해된다"라는 범죄 예고장이 도착하는 것입니다. 명탐정과 밀실의 인플레이션. '본격계 미스터리'의 패러디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도를 넘은 엉망진창인 세계관에 대해, 당연히 찬반양론이 잇따랐습니다.


그러나 세이료인은 반복해서 '신본격'에 대한 사랑을 표명하고, 자신의 작품이 '미스터리'에 대한 존경의 산물임을 강조했습니다. 실제 그는 유서 깊은 교토대 미스터리 연구회 출신이고, 메피스토상으로 데뷔했으므로, 독자들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랐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필자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코즈믹》은 엄청나게 팔렸습니다. 《JDC 시리즈》는 교고쿠 나쓰히코 이상으로 장대화되어 갔지만, '류스이 대설'의 모든 측면의 극단성은, 적어도 90년대 후반 '소설' 시장에서는, 컬트적인 뜨거운 지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이윽고 'JDC' 소속 캐릭터가 돋보이는 탐정들을 내세워 다른 소설가들이 스핀오프 작품을 다루는 'JDC 트리뷰트'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마찬가지로 메피스토상으로 데뷔하는 마이조 오타로의 《쓰쿠모주쿠》(2003년)라는 걸작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 후에도 메피스토상에서는, 나중에 《이니시에이션 러브》(2004년)가 대히트하는 이누이 구루미가 《J의 신화》(1998년)로 (이누이는 두 번째 작품 《상자 속》에서 다케모토 겐지의 《상자 속의 실락》에 오마주를 바쳤습니다), 데뷔작으로 시작되는 '꼬인 미스터리(필자 명명)'의 수작 '안도 나오키 시리즈'나 '죽지 않는다'는 특수 능력을 가진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야기 쓰요시 시리즈' 등을 써나가는 우라가 가즈히로가 《기억의 끝》(같은 해)으로, SF나 해외 미스터리의 마니아적인 지식으로 뒷받침된 날카롭고 스타일리시한 '신본격 미스터리'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2013년에 아쉽게도 사망한 슈노 마사유키가 《가위남》(1999년)으로 각각 데뷔해 갑니다.


메피스토상은 '본격계 미스터리'의 총본산인 동시에,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깜짝 상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2000년대=제로년대에 들어서면, 여기서 더욱더 강력한 인물들이 속속 등장합니다. 이 기세 그대로 다음 장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제8장 '제로년대' - 장르의 확산


마이조 오타로 - '문학'이라 부를 만한 '무언가'


2001년에, 마이조 오타로가 《연기, 흙, 혹은 먹이》로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마이조는 1973년 후쿠이현 출생이라는 것 외에는 자세한 경력이나 얼굴 사진이 현재까지 공표되지 않은 복면 작가지만, 작품의 무대로서 후쿠이현 니시아카쓰키정(이 마을 이름은 가공의 것입니다)과 함께 도쿄 조후시가 빈번하게 나오므로, 적어도 조후 근처에 살았던 적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샌디에이고에는 대략 300만 명의 시민이 살고 있지만, 그놈들이 어째서인지 온갖 부상이나 병을 짊어지고 호지 종합병원으로 오기 때문에, ER에 있는 나는 마차 세 마리 분량만큼이나 열심히 일해서 그놈들을 정해진 곳으로 몰아낸다. 착착착 한 그릇 뚝딱. 착착착 또 한 그릇. 하는 일도 리듬도 요리사 일과 비슷하다. 도마 위의 식재료를 요리할 때의 착착착착. 요리사와 다른 점은 놈들이 잘라내거나 잘게 써는 것만 하는 데 비해, 우리들은 최종적으로 전부 원래대로 꿰매버린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일단 엉망진창으로 상처 입히고 그것을 또 원래대로 되돌리는 작업을 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외과의사 정도밖에 없지 않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나는 이 일이 좋다. 남의 부상을 고칠 수 있어서 기쁜 것이 아니다. 바빠서다. 나는 바쁘게 일하고 손을 움직이면서 걸어 다니거나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나는 솜씨가 좋아서 착착착착 눈앞의 일을 해치우는 동안 몇 건 연달아 목숨을 구하는 일을 하다 보면, 마치 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세상의 유일신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신화나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러 신 중 한 명이다. 의료의 신. 치유의 수호신. 어떤 놈이든 덤벼라.

(《연기, 흙, 혹은 먹이》)


랩을 연상시키는 리드미컬한 구어체를 가지고, 마이조는 씩씩하게 등장했습니다. 그의 무기는 무엇보다도 우선 이 문체입니다. '문체'보다 오히려 '목소리'라고 부르는 편이 좋다고 생각될 정도이지만, 그것이 확실히 '쓰여진 글'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아버지가 장관도 역임한 거물 정치인인 나쓰카와 가문의 넷째 아들인 '나' 즉 나쓰카와 시로는 미국의 ER=응급실에 근무하는 외과의사이지만, 어머니가 '연속 주부 구타 생매장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받고 일본으로 귀국하여, 본가가 있는 후쿠이현 니시아카쓰키정에서 형 사부로와 재회, 기괴한 사건에 조우해 갑니다. 메피스토상 작가 특유의 패턴처럼 데뷔작으로부터 반년 만에 간행된 두 번째 작품 《어둠 속의 아이》(2001년)에서는, 소설가인 나쓰카와 사부로(그는 '문학'에서 '미스터리'로 장르를 전향했다는 설정입니다)가 화자가 됩니다. 당초 이 두 작품은 '나쓰카와 사가'라고 불렸지만, 현재까지 속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참고로 필자는 《연기, 흙, 혹은 먹이》 이상으로 《어둠 속의 아이》를 좋아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작품은 노벨스로 나온 후 문고화도 전자책화도 되지 않았습니다).


마이조 오타로는 나쓰카와 사부로와는 반대 방향으로 '미스터리'에서 '문학'으로 월경합니다. 그는 《어둠 속의 아이》 발간 이전에 《군조》에 단편 《곰의 장소》를 써서(즉 실질적인 두 번째 작품) 문예지에도 데뷔합니다. 이 작품은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 이후 마이조는 고단샤 노벨스에서는 '미스터리'를, 문예지에는 '문학'을, 이 또한 메피스토상 작가다운 맹렬한 속도로 연이어 발표해 갑니다. 2003년, 그는 장편 《아수라 걸》로 미시마상을 수상했습니다. 선정위원 중에서 특히 강하게 추천한 것은 츠츠이 야스타카였다고 합니다. 그 후 아쿠타가와상에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 《인간의 제로는 뼈》, 《단편오망성》, 《맛있는 샤워헤드》로 총 네 번이나 후보가 되었지만, 아직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마이조 오타로의 '미스터리'에는, 기괴한 밀실이나 수수께끼의 암호, 그로테스크한 시체 절단, 미싱 링크나 다잉 메시지 등등의 '본격계' 기본 패턴이 많이 사용되지만, 그것들은 노골적으로 가젯처럼 일종의 클리셰로서 사용되며, 정통 '신본격'계 작가와 같은 공정한 논리성은 거의 배려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세이료인 류스이 이후'의 메피스토상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조의 작품에는 '본격계 미스터리'에 대한 애정이나 눈짓은 거의 전무합니다. 작품을 거듭할수록 명확해졌지만, 그는 '본격계 미스터리'의 도구를 사용하여 뭔가 다른 것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역시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문학'이라고 부를 만한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고단샤 노벨스 창간 20주년 기념 기획 '밀실본' 중 한 권으로 쓰인 《세계는 밀실로 되어 있다.》(2002년)도, 물론 '밀실'이 나오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트릭보다는 분명히 '밀실=타인의 마음'이라는 메타포가 더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본격계 미스터리'의 패러디처럼 보인다는 점에서는 세이료인 류스이와 비슷하지만, 세이료인이 끝없는 설정의 에스컬레이션으로 넌센스로 돌파해 버리는 데 비해, 마이조에게는 '미스터리'적인 의장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해야 할 주제가 있다는 것이 읽으면서 절실하게 전해져 옵니다. 그리고 그 주제는, 단 두 단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사랑'과 '용기'입니다.


'사랑'과 '용기'를 정면으로 묻다


문예지 첫 등장 작품 《곰의 장소》는 '용기'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마 군의 고양이 살해를 눈치챈 것은 나와 마 군이 둘 다 열한 살 때, 즉 같은 유치원에 다녔던 우리들이 함께 니시아카쓰키 초등학교에 올라가,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기 시작한 지 5년째 무렵이었다'는 인상적인 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화자인 '나'가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공포를 없애려면, 그 근원의 장소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로 수렴해 갑니다. '곰의 장소'란 '공포의 근원'을 말합니다. 그 장소로 돌아갈 용기를 가지지 않으면, 공포는 언제까지나 어디까지나 따라옵니다. 이러한 감각은 '나쓰카와 사가' 두 작품에도 공통되며, 그 후 마이조 소설에서도 기조를 이루어 갑니다. 그는 현재까지 일관되게 '용기'의 실천이나 '용기' 획득의 의미와 의의를 이야기하는 소설가입니다.


미시마상을 수상한 《아수라 걸》 이후, 마이조는 이전 장 말미에서도 언급했듯이 세이료인 류스이의 《JDC 시리즈》 헌정 기획 중 한 작품으로, 세이료인이 고안한 명탐정 중 한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 이름을 제목으로 한 《쓰쿠모주쿠》라는 장편을 고단샤 노벨스에서 발매합니다. 이것은 마이조가 쓴 최초의 대장편으로, 세이료인의 캐릭터를 사용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완전히 마이조 오타로의 작품이 되어 있습니다(실제 《JDC 시리즈》 를 잘 몰라도 문제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한 장이 진행될 때마다 이전 장이 '소설'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다케모토 겐지의 《상자 속의 실락》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실로 복잡한 중첩 구조로 되어 있는 메타픽션입니다. 이 작품 이후, 마이조는 메타픽션적인 장치를 여러 번 시도해 갑니다. 《쓰쿠모주쿠》에 관해서는 아즈마 히로키가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2007년)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즈마는 이 책에서 그가 제기하는 '게임적 리얼리즘'의 '소설'에서의 실천 예로, 나중에 함께 소설을 공저하는 사쿠라자카 히로시의 《All You Need Is Kill》(2004년)과 함께 《쓰쿠모주쿠》를 들고, 꽤 자세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2004년)도 역시 메타픽션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거기서 이야기되는 것은 제목에 단적으로 나타나 있듯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 즉 '사랑'입니다. 이에 앞선 《산속의 시미 도모나리오》(2003년)에서는 "곰의 장소"의 연장선상에서 '용기'가 문제시되었습니다. '사랑'과 '용기'라니, 너무나도 진부해서, 마치 만화 같은 느낌도 들지만, 마이조 오타로의 독자성은 오히려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문학'에서, '사랑'이라든가 '용기'라든가 하는 것이 정면으로 이야기되는 일은 사실 거의 없습니다. 물론 그것들이 주제가 된 작품은 많지만, 등장인물의 언동에 잠재되어 있거나, 다른 주제와 연결되어 있어서 그만큼 희석되어 있는 것입니다. 마치 '사랑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소중해'라든가 '용기를 내야 해' 등과 같이 직접 입에 담아버리면, 그것이 '문학'과는 별개의 것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그러나 마이조는 솔직하게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라고 말해버립니다. 그의 작품에는, 이러한 부끄러울 만큼 원시적인 대사나 독백이 자주 나오지만, 그것이야말로 마이조의 개성이며, 다른 작가를 압도하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메타픽션'이나 '신본격 미스터리'적인 복잡하고 기괴한 '구조'로 '사랑과 용기'라는 단순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작가인 것입니다.


이러한 마이조 오타로의 특성이 최대한 발휘된 것이, 2005년부터 《신초》에서 비정기적으로 연재되어, 추가 집필을 해 완성된 초대작 《디스코탐정 수요일》(2008년)입니다.


지금과 여기로 표현할 현위치가 어디에도 없는 영어의 나라에 태어난 나는 디스코 수요일. Dis와 co가 나란히 붙은 이름도 좀 그렇지만, 웬즈데이의 y가 세 개나 겹치는 탓에 모든 친구들이 카우보이의 "이히히히하!"처럼 어미를 드높게 "웬즈데E!"라고 울부짖으며 후후훗 웃어댔기 때문에 나는 이런저런 일을 겪었고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번다'는 식으로 미아 찾기 전문 탐정이 되었다. 내 캐딜락 차체에는 이름과 사무실 주소, 전화번호 위에 '베이비, 당신이 찾는 건 결국 당신 자신이야'라고 적혀 있다.

(《디스코 탐정 수요일》)


'나' 즉 미국인 탐정 디스코 웬즈데이는 도쿄도 조후시에서 여섯 살 여자아이 '코즈에'와 살고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코즈에의 몸 안에 열일곱 살이 된 '코즈에'가 들어온다. 그리고 그것은 인류 역사상 최대 최악의 사건의 막이 오르는 것이었다, 라는 것이 이 작품의 대략적인 줄거리지만, 이 작품에선 마이조의 메타픽션적 방법론이 완전히 한계를 돌파하여 수행되고 있습니다. 탐정들이 무리 지어 잇따라 추리를 행하는 '다중 추리 미스터리'적인 요소, 시간 여행이나 다원 우주 등과 같은 'SF'적 요소가 끝까지 구사되고 있으며, 솔직히 필자도 이 소설 전부를 이해하고 있는지 자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아마도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퀴즈나 퍼즐이라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반드시 답이 있습니다. 즉 '정답'을 숨기기 위해 복잡해져 있는 것입니다.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정답'이 맞았을 때/알았을 때이므로, 푸는 쪽의 입장에선 복잡할수록 가능한 한 빨리 효율적으로 '정답'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마이조 소설의 '정답'이란 '사랑과 용기'입니다. 답은 어떤 의미에서 누구나 처음부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다'와 '이해하다', '절실히 깨닫다'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거의 헛수고에 가까운 '구조'와의 격투 자체에 의미가 있습니다.


《디스코탐정 수요일》은, 파탄 붕괴 직전의 (아니, 아마 파탄 붕괴한) 거대한 공중누각과 같은 작품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기 때문에 비할 데 없이 감동적인 마이조 오타로만이 쓸 수 있는/쓰지 않는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이조 자신도, 역시 극한을 다한 것인지, 그 이후 작품에서는 메타적인 기교는 후퇴해 갑니다. 《이키루키스》(2008년)나 《인간의 제로는 뼈》(2009년)에서는 소박한 서술로 회귀했지만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마이조는 또한, 스스로 만화나 일러스트를 그리고, 단편 애니메이션을 감독하는 등, 다재다능한 재능을 발휘해 갑니다. 다양한 새로운 시도('밀실본'이나 'JDC 트리뷰트' 참여도 그렇습니다)에도 의욕적이어서, 2007년부터 2008년에 걸쳐 도쿄도 사진 미술관에서 개최된 '문학의 촉각'전에 출품된, 컴퓨터에 문장을 입력하는 것을 통째로 기록하고 재현하는 소프트웨어 'TypeTrace'로 쓴 성장하는 소설 《마이조 소설 가루눈》이나, 오랜만의 고단샤 노벨스 《짐승의 나무》를 포함한 소설, 연극, 영화의 미디어믹스 프로젝트 《NECK》(2010년), 마이조를 포함한 여러 미스터리/라이트 노벨 작가가 복면 작가 '에치젠 마타로' 명의로 동일 캐릭터의 신작 소설을 발표하는 《마계 탐정 명왕성 O 시리즈》(2010년), 아라키 히로히코의 대인기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 스핀오프 소설 《JORGE JOESTAR》(2012년), 원작자로서 오구레 이토와 팀을 이룬 연재 만화 《바이오그 트리니티》(2013년~), 트위터상에서 백야에 걸쳐 투고된 《심야 백타로》(2015년) 등, 수많은 기획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톰 존스의 작품집 《콜드 스냅》을 번역, 2015년에는 특수한 2인칭으로 계속 쓰이는 의욕적인 장편 《늪의 왕》을 발표했으며, 아직 열지 않은 서랍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사토 유야 - 메피스토상에서 미시마상으로


마이조 오타로는, 고단샤 노벨스=메피스토상 출신 작가가 문예지에 진출하여, 미시마상을 수상하고, 아쿠타가와상 후보가 된 첫 번째 사례입니다.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마이조 직후에도 비슷한 코스를 밟는 작가가 나타났습니다. 사토 유야입니다. 사토는 1980년생, 2001년에 《플리커 스타일 - 카가미 키미히코에게 어울리는 살인》으로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합니다(마이조 다음다음 회). 그리고 이것도 '카가미가 사가'로서 시리즈화됩니다. 카가미가 형제자매를 한 명씩 주역으로 한 연작인데, 네이밍부터 J.D. 샐린저의 소위 '글래스 사가'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습니다(카가미=유리=글래스). 사토는 2013년에 '글래스 사가'의 대표작 《아홉가지 이야기》를 오마쥬한 연작 단편집 《나인 스토리즈》(이것도 '카가미가 사가'에 속합니다)도 발표했습니다.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 - 카가미 료코와 변화하는 밀실》(2001년), 《수몰 피아노 - 카가미 소지가 되돌리는 범죄》(2002년)로 이어지는 '카가미가 사가'에서는, 분명 '미스터리'적인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만, 마이조 오타로와 마찬가지로 수수께끼 풀이가 주된 내용은 아니고, 등장인물의 내면적 성장이나 갈등, 타인과의 관계성 변화 등이 주제가 되어 있어, 좁은 의미의 '본격계 미스터리'와의 친근성은 마이조보다 더욱 옅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토 유야 또한 2003년경부터 《군조》나 《신초》와 같은 문예지에서도 글을 쓰게 되어, 음산한 이야기와 자의식의 미주를 냉담한 필치로 이야기하는 스타일은 찬반양론의 반응을 얻었지만, 2005년에는 단편집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가 노마 문예신인상 후보가 되었고, 2007년에 장편 《1000개의 소설과 백베어드》로 미시마상을 수상했습니다. 사토는 아쿠타가와상 후보가 된 적은 없습니다.


노부인들의 저항을 그린 이색적인 장편 《덴데라》(2009년)는 영화화되었습니다. 《1000년 후에 살아남기 위한 청춘 소설 강좌》(2013년)는, 《군조》의 연속 기획 '전후 문학을 읽다'에 연동하여 계속 쓰인, 노마 히로시의 《어두운 그림》, 다케다 다이준의 《독사의 자손》, 시이나 린조의 《심야의 주연》, 다자이 오사무의 《12월 8일》,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패스티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도 샐린저가 있지만, 사토 유야의 소설에는 항상 샐린저적인 '성숙'에 대한 의혹이나 거부가 느껴지며, 좋든 나쁘든 독특한 미숙함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니시오 이신 - 캐릭터의 매력


그리고 니시오 이신이 등장합니다. 2002년에 《잘린머리사이클 - 청색 서번트와 헛소리꾼》으로 메피스토상을 수상. 니시오는 1981년생으로, 사토 유야보다 한 살 어립니다. 당연히 이것도 《헛소리 시리즈》로 발전하지만, 권을 거듭할수록 점점 인기가 높아져, 시리즈 최종작 《모든 것의 래디컬》(최종권은 첫 작품과 같은 부제입니다)이 완결된 2005년에는 대히트 작품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전후로 《헛소리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인간 시리즈》나, 《너와 나의 망가진 세계》(2003년)로 시작되는 《세계 시리즈》, 《신본격 마법소녀 리스카》(2004년~07년) 등을 써나가고, 2006년 《바케모노가타리》부터 시작된 《모노가타리 시리즈》로 대성공을 거둡니다. 《바케모노가타리》가 2009년에 애니메이션화된 이후, 극장판 애니메이션, 게임, 드라마 CD, 설정 자료집 등 대대적으로 미디어믹스되었고, 이 시리즈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왜 이신은 이렇게나 큰 성공을 거두었을까요. 그는 종종 '라이트 노벨 붐의 선두 주자'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데뷔는 고단샤 노벨스이고, 현재도 《모노가타리 시리즈》를 간행하고 있는 곳은 고단샤 BOX(후술)이지, 소위 '라이트 노벨' 전문 레이블은 아닙니다. 그러나 확실히 이신의 작품은 그 이후에 나온 일단의 라노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문체', 보다 알기 쉽게 말하면 '말투'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신의 작품은 모두, 상당히 강한 의미에서의 '캐릭터 소설'입니다. 그의 '소설'의 모든 구성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등장인물의 캐릭터입니다. 특이한 출신이나 배경을 가진 캐릭터들의 매력에 독자들은 열광합니다. 그리고 그 매력은 오로지 '말투'에 의해 연출되고 있습니다. '말투=캐릭터라이제이션'인 것입니다. 원래 '소설'은 시각적 요소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캐릭터 조형'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만화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빠지는 것과 비슷하게는 '소설'에 좀처럼 빠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소설은 기본적으로 활자밖에 없고, 비주얼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이신은 인물 각자에게 말투나 결정적인 대사나 독특한 표현을 부여함으로써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소설 전체의 1인칭 화자에게도 적용되었습니다. 이신의 소설이 음성화에 적합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전편 '말하는 언어'로 쓰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이조 오타로와도 다릅니다. 마이조의 '목소리'는 독특한 그루브를 가지는 한편, 오히려 '쓰는 언어'가 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신은 문자 그대로 말한 그대로를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이신은 데뷔 때부터 '타케'의 일러스트와 한 세트로 등장했습니다. 그의 각 시리즈는 타케를 비롯한 그림 작가의 작업과 분리할 수 없습니다. 《모노가타리 시리즈》나, 2014년 10월에 첫 번째 《오키테가미 교코의 비망록》이 나온 후 2015년 말 시점에서 5권을 헤아리는(즉 약 1년 만에 다섯 권!) 《망각 탐정 시리즈》에는 'VOFAN'의 일러스트가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일러스트와의 공생' 그리고 '말투=캐릭터로서의 문체'는, 라노벨이라고 불리는 장르의 큰 특징입니다. 니시오 이신이 라노벨의 대표처럼 언급되는 것은 이러한 점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니시오 이신은 데뷔 이래, 메피스토상 선배인 마이조 오타로나 모리 히로시, 혹은 교고쿠 나쓰히코를 능가할 만큼 엄청난 기세로 작품을 계속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소설은 계속 팔리고 있습니다. 팔리면 팔릴수록 빠른 속도로 속편이 나오고, 시리즈가 장대화되어 가는 것도 라노벨이나 만화와 같습니다. 그는 마이조 오타로와 마찬가지로 복면 작가로, 얼굴 사진은 공표되지 않았습니다. 길을 걸어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지만, 애초에 그렇게 대량으로 쓰면서 밖에 나갈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런 필자의 걱정(?)과는 무관하게, 니시오 이신의 신간은 지금도 끊임없이 서점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는 문학상과는 무관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미 일본의 '소설' 역사에 이름을 남길 존재임은 틀림없습니다.


신잡지 《파우스트》


21세기에 들어서, 마이조 오타로, 사토 유야, 니시오 이신이 잇따라 나오면서, 고단샤 노벨스라는 자기장이 가진 잠재력과 그 브랜드력은 확고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더욱더 새로운 전개를 맞이합니다. 고단샤 노벨스는 '신본격' 붐 이전부터 《소설 현대》 증간호로서 《메피스토》 라는 잡지를 간행하고 있었지만(메피스토상 선정 과정은 이 잡지에 게재됩니다), 니시오 이신의 담당이었던 편집자 오타 카츠시가 2003년에 《파우스트》 라는 신잡지를 창간합니다. 《메피스토》 에는 중견이나 베테랑 작가도 작품을 싣지만, 이 《파우스트》는 마이조, 사토, 니시오를 중심으로 젊은 작가나 신인에 초점을 맞춘 잡지로, 창간 시 캐치프레이즈는 '싸우는 일러스토리 노벨스 매거진'이었습니다. '일러스토리'라는 조어가 '니시오 이신 이후'를 느끼게 합니다. 《파우스트》 게재 소설에는 당연히, 인기/주목 그림 작가에 의한 일러스트가 붙었고, 컬러 페이지도 있었습니다. '노벨스 매거진'이라는 것은 고단샤 노벨스와 같은 판형이었기 때문이지만, 점차 교고쿠 나쓰히코처럼 두꺼워졌고, 그와 함께 간행 속도도 느려졌습니다. 이 잡지는 기본적으로 오타가 단독으로 편집했고, 그의 가치관과 비전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잡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우스트》는 나스 키노코(《공의 경계》), 용기사07(《쓰르라미 울 적에》) 등 동인 게임 출신 작가를 적극적으로 기용하여, 수많은 히트작을 배출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젊음과 새로움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하는 오타의 편집 방침은, 고단샤 노벨스와는 별개로 《파우스트》에 대응하는 레이블 '고단샤 BOX'(2006년~)로 발전했고, 마침내 고단샤가 100퍼센트 출자한 신 출판사, 세이카이샤 설립(2010년)에 이르게 됩니다.


《파우스트》는 비평에도 힘을 쏟아, 가사이 기요시나 사이토 다마키 등이 논고를 기고했지만, 아즈마 히로키의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원형이 된 "메타리얼 픽션의 탄생"도 이 잡지에서 연재된 것입니다. 아즈마는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2001년)에서, 그때까지 속했던 '뉴아카'의 《비평공간》 흐름으로부터 크게 급선회했습니다. 오타와 아즈마는, 2000년대 후반에 '제로아카 도장'을 함께 주최합니다(《일본의 사상》 참조). 아즈마 히로키는 《파우스트》에 소설은 쓰지 않았지만, 그 후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에서 분석한 《All You Need Is Kill》의 사쿠라자카 히로시와의 공저 《캐릭터즈》(2007년)를 《신초》에 발표하여 소설가로도 데뷔, 마찬가지로 《신초》에서 연재된 장편 《퀀텀 패밀리즈》(2009년)로 미시마상을 수상합니다. 《캐릭터즈》는 '아즈마 히로키'가 자크 라캉의 '보로메오의 고리'처럼 세 가지(현실계(R)와 상징계(S)와 상상계(I))로 분열된다는 설정으로, 츠츠이 야스타카의 《위대한 조주》와 아베 카즈시게의 《아메리카의 밤》을 곱하여 농밀한 비평적 언설을 더한 듯한 메타 사소설, 《퀀텀 패밀리즈》는 고마쓰 사쿄와 츠츠이 야스타카를 지극히 사랑하는 아즈마의 자질이 마음껏 발휘된 'SF=문학'의 걸작입니다. 아즈마 히로키 또한, '이업종 작가'로서 '일본의 문학'에 소환된 한 명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출판 불황 속에서


메피스토상 작가나 《파우스트》 계열에는 그래도 기세가 있었지만, 그들이 두드러져 보였던 것은 다른 '소설' 그리고 '문학'에 활기가 없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2000년대는, 잡지 불황, 출판 불황이, 시시각각 심각해져 갔던 시대입니다. 그 징후는 세기를 넘나들 무렵에는 상당히 뚜렷했습니다. 작가도 출판사도 서점도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대책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팔리는 작가도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야베 미유키입니다. 미야베는 1987년, 단편 《우리 이웃의 범죄》로 올 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1989년 간행된 첫 장편 《퍼펙트 블루》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월광 게임》이나 기타무라 가오루의 《하늘을 나는 말》과 같은 도쿄 소겐샤 시리즈 《아유카와 데쓰야와 열세 개의 수수께끼》 중 한 권이지만, 곧이어 '신본격 미스터리' 계열 작가와는 상당히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1989년에는 나중의 작풍을 예감하게 하는 사회파 주제를 렌조 미키히코 같은 기교적인 줄거리에 담은 《마술은 속산인다》로 일본 추리 서스펜스 대상을 수상, 아야츠지 유키토의 《시계관의 살인》과 함께 1992년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을 수상한 《용은 잠들다》는 초능력을 다룬 일종의 SF 미스터리, 그리고 그 해에 발표된 신용카드 대출 지옥을 소재로 하는 의욕작 《화차》로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 이 작품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용은 잠들다》, 《답장은 필요 없어》, 《화차》, 《인질 캐논》, 《가모 저택 사건》으로 다섯 번의 후보 탈락 끝에, 1999년에 《이유》로 나오키상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유》는 《화차》의 사회파 미스터리 노선을 더욱더 밀고 나간 대작으로, 《모방범》(2001년)이나 《솔로몬의 위증》(2012년)으로 이어집니다. 그녀는 또한 《혼조 후카가와 이상한 이야기 책》(1991년), 《가마이타치》(1992년), 《본쿠라 시리즈》(2000년~ ) 등의 시대 소설이나 《드림 버스터 시리즈》(2001년~ )나 《브레이브 스토리》(2003년), 《여기는 보츠코니안 시리즈》(2012년~ ) 등의 모험 판타지, SF 앤솔러지 참여 등, 여러 '장르 소설'에 걸쳐 활약하고 있으며, 한 작품이 여러 장르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어느 것도 비할 데 없이 재미있고, 대다수 독자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야베는, 말하자면 일본에서는 드문 스티븐 킹 유형의, 질과 양과 인기를 겸비한 파격적인 규모를 가진 소설가입니다. 《이유》에서의 나오키상 수상은 너무 늦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설 무렵에는 흔들림 없는 존재감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말하면, 미야베 미유키를 필두로 하는 극히 한정된 작가들만이 팔리고 있었고, 출판 시장에서의 격차가 명확하고 대폭적으로 커져 갔던 것이 2000년대였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온갖 '장르 소설'을 넘나들고 포괄해 온 괴물 같은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그러나 지금까지 좁은 의미의 '문학'만은 쓰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