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텍스트가 어떻게 쓰여졌을까 하는 점에서.

구약을 보면 이게 아예 판타지가 아니라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신화화시킨 역사책이라는 느낌이 팍팍 듬. 여기에 예언서나 각종 좋은말씀들이 끼어있는 모양새고.

탈출기를 보면 모세가 수많은 기적을 일으키는데도 불평분자들이 존나 많고 모세의 신통력을 의심하는 장면이 많이 나옴. 이런 부분은 역사 속의 모세가 기적을 일으키지는 않았고, 권위를 도전받는 경우가 왕왕 있었던 실제 역사의 반영처럼 느껴졌음. 실제로 눈앞에서 바다를 가르고 나뭇가지에 싹을 돋아나게 했으면 누가 감히 대들 생각도 못 했겠지.
이런 부자연스러운 묘사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신화화된 텍스트라곤 해도 실제 역사의 흔적이 많이 들어 있는 것 같았음. 그래서 모세가 실존했던 인물인 게 거의 확실해 보였고.

성경을 읽어보기 전에는 개인적으로 아무리 고대 갬성이 현대 갬성이랑 다르다지만 야훼의 캐릭터가 왜 그리 잔인하고 속좁은가 궁금했는데, 읽어보니까 알 것 같았음. 무슨 경사스러운 일이 있으면 민족 수호신인 야훼가 굽어 살피거나 아예 기적을 내려주셔서 그렇고, 전투에서 지거나 어디가 오랫동안 정복이 안 되거나 하는 건 하나님이 분노하셔서인데 그 분노의 이유로 제시할 만한 게 우리가 하나님을 덜 공경해서 그렇다, 어제 했던 제사의 절차에 흠이 있었다, 불손불자들이 끼어 있어서 그렇다 이런 식이니 제사에 초 하나 잘못 놓아도 빡쳐서 학살을 자행하는 좀팽이가 되어부린 것 같다.

창세기는 성경의 상징이고 기독교에서 복음서 다음으로 중요하게 치는 부분이지만, 원래는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는 느낌이 들었음. 천지창조는 그냥 하나님이 세상을 뚝딱 만드셨다는 내용이고, 에덴 이야기, 노아의 방주, 바벨탑 등 모세 이전의 신화 시대 역사는 주변 민담전승에서 적당히 긁어와서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음. 특히 바벨탑은 엄청 뜬금없는 느낌이고. 중요한 건 위대한 령도자 모세 이후의 역사고, 창세기는 그냥 설정놀음 느낌.

지혜서에는 특이하게 욥기라는 소설이 하나 끼여 있던데, 내용은 더 특이했음. 분석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텍스트 내용 자체로 좋다는 느낌을 받았던 유일한 부분이었고.
신에게 감히 무고를 선언하고 재판을 하자면서 따지고 들던 욥은 야훼한테 아가리로 털리긴 해도 오히려 자기를 감히 판단하려 했다는 점만 빼면 옳았다면서 상을 받고, 위로한답시고 니가 뭔가 잘못을 했나보지~~ 이딴 소리 하면서 욥 성질 긁던 친구놈들은 개소리했다고 털리고. 성경에서 이런 독특한 이야기를 볼 줄은 몰랐음.
악의 문제나 인과응보 같은 이야기의 철학적 주제를 제쳐두고서라도,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니 잘못이 이랬니 인과응보니 하면서 논리의 폭력을 들이댈 게 아니라 순수한 위로와 도움을 줘야 한다는 저자의 순수한 견해가 느껴졌음. 그러면서도 내용 자체는 순수하게 논쟁을 벌이는 내용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또 아이러니했고.

생각해보면 요즘도 홍수났다 지진났다 하면 그 지역 사람들이 하나님 안 믿어서 그렇다고 하는 병신들이 꼭 하나씩 튀어나오는데 그 당시에는 더 심했을 거임. 욥기는 그렇게 무책임하게 힘든 사람들의 상처에 소금 뿌리는 사회 분위기에 반감을 품은 누군가가 쓴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음.

신약은 아직 마태오 복음서 하나만 읽어봤는데... 음... 이건 별 생각이 안 들었음. 그냥 성경 하면 생각하던 느낌. 예수가 당시 신학자들이랑 사이가 줜나 안 좋았다는 건 알겠더라. 당연하다면 당연한 게, 웬 놈이 하나님의 아들이니 선지자니 자처하면서 예언서 내용들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해서 자기를 신격화하는데 써먹는데 그러는데 마찰이 없을 수가 없지.
그리고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자 하나님 본인이라는 해괴한 설정이 어쩌다가 생겨났나 했는데, 그냥 예수 제자들이 예수한테 우르르 몰려와서 님 하나님 본인 아님? 이런 식으로 물어보니까 마지못해 맞다고 대답한 느낌이었음.
부활은 그냥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제자들이 예수의 예언에 맞춰서 시체를 빼돌린 다음에 부활쇼 벌인 거라고 대놓고 암시하는 느낌이던데, 다른 복음서에는 어떻게 쓰여있나 모르겠다.


성경은 그냥 서양 문화의 뿌리라는 생각에서 부분부분만 읽어본 건데 이런 점들 때문에 생각보다 아주 흥미로웠음. 물론 내가 성경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관련 글을 본 것도 아니라서 틀린 부분도 많을 것 같긴 하지만. 당장 모세가 실존인물이라는 게 정설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뭔가 쓰고보니 글에서 무신론부심 부리는 것 같은 냄새가 좀 많이 나는데 딱히 그런 건 아님. 밑에 성경 이야기는 재밌지 않냐는 글 보고 성경 읽으면서 받았던 인상을 의식의 흐름기법대로 쓴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