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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재밌게 읽은 단편이네
처음 읽을 땐
'나에게는 오래된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은 길다. 그 이름을 다 부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평생이 필요하다.'
'범람 직전의 댐처럼 말로 가득 차 출렁이는 슬픔, 그것이 내 이름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런식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뭔가 겉멋든 느낌이라 거부감 들었는데
다 읽고 다시 읽으니 문장 참 잘 빠졌다고 생각이 드네.
주인공, 화자는 말 언어 그 중에서도 세상에서 사라지기 직전의 언어임.
(처음 읽을 때 약간의 인지부조화가 옴. 주인공이 인물이 아니고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언어를 구사하는 단 한 명의 노인만이 살다가 방금 죽었고, 언어 자신은 사라지면서 언어들의 사멸 그런 것에 대해 쭉 늘어놓는 방식.
'그가 숨을 거두기 전 모습이 떠오른다. 감정을 가진 로봇처럼 기계음을 내며 계속 몸을 떨던 얼굴이. 그가 계속 해서 '우어어 흐어어' 라고
웅얼댈 때 그것은 빙하가 무너지는 풍경과 비슷했다. 수백만년 이상 한자리에 태연하고 엄연하게 존재하다 우르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얼음의 표정과 흡사했다.
...
뭐랄까. 세상에 아무 반향도 일으키지 못하는 멸망, 어색한 침몰을 목격하는 기분이었다.'
그 언어 자신의 마지막 화자가 죽으면서 그와 동시에 마지막 남았던 언어가 긴 역사를 뒤로하고 무너져 내리는 장면묘사는 개인적으로 참 좋았음.
김애란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좋은편이지만 이야기 자체의 몰입이나 흡입력은 좀 부족하단 생각은 있음.
그래도 문장은 참 잘 연마한 느낌이 든다. 모나지 않구로.
다른 작품들도 많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
내가 그거땜에 김애란꺼 찾아보게됐는데 그게 젤 나았음 결국
ㅎㄹ.. 고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