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fato profugus를 ‘도망쳐 운명을 좇아’로 옮긴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하는 부분임. 이 내용만 보면 고전학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초보적인 오역이거나, 아니면 의역이 심해서 원문의 의미와는 꽤나 달라진 것처럼 느껴짐.
그런데 번역자는 이 구절에 곧바로 주석을 달아서, 자신이 왜 이렇게 번역했는지를 밝히고 있음. 이 구절은 <운명으로부터 도망쳐>라고도 옮길 수 있지만, 리비우스의 <로마사>의 한 대목을 고려하여 fato를 도구 내지 양태의 탈격으로 보아 <운명에 이끌려>에 가깝게 번역했다는 것임. 그리고 자신의 해석의 전거로 Conington의 영역본을 인용하고 있음.
물론 이러한 해석이나 번역도 이준석 교수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음. 다만 그렇다면 이러한 주석의 내용을 언급한 뒤에, 그런 해석이 어떤 면에서 부적절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더 나은 번역은 무엇인지를 언급해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
나 같이 라틴어를 잘 모르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대뜸 전문가가 ’해롭고‘ ’고전번역계 일반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번역이라고 말하면 해당 번역본에 대한 선입견만 심해질 수 있음. 그보다는 해당 구절의 번역이 왜 불만족스러운지, 어떻게 번역하는 편이 더 나은지를 전문가 입장에서 설명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음.
저분도 이름값한다고 번역계에서 저런 포지션 잡으려하는건가
ㅇㅈ... 까는건 쉽지
트윗이 원래 길게 글 쓰기는 적합하지 않은 매체라서 같네 140자라는 매체의 제한이 쓰는 사람도 직설적으로 말하게 만들거든
주석 확인도 안하고 걍 슥 보고 아 ㅈ같네? 하고 글 쓴거겠지
이유 확인도 안하고 ~겠지 카더라 살포하는 너랑 똑같네 - dc App
리비우스 로마사의 문맥에선 fatis가 양태의 탈격이 맞지만,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아스의 문맥에서 fato를 양태의 탈격으로? 문법적으로 불가능은 아니지만 난 부자연스럽다고 느낌. 나도 fato profugum을 거의 즉각적으로 분리의 탈격으로 해석했고, 네가 올린 이미지의 주석을 읽고 나서야 양태의 탈격으로 볼 수도 있구나 이해했지만
이해만 했을 뿐 납득은 잘 되지 않아. 나도 라틴어 중급자라 강하게 내 주장을 외치진 못하겠지만... 만약 아이네아스의 해당 구절을 양태의 탈격으로 이해한다면, '운명을 좇아'보다는 '운명적으로' 또는 '운명에 따라'가 더 낫다 싶기도 하고.
인용되어 있는 Conington을 찾아봤는데, 거기서는 fato가 profugus와도 연결되지만 venit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보아 도구와 양태의 mixture라고 해석하는 것 같음. 천병희 역도 같은 논리로 <운명에 의해 (…) 망명해>라고 옮기는 것을 보면 부자연스러운 해석은 아닌 듯?
그와는 별개로, 주석을 보면 번역자는 <운명에 이끌려>라는 뜻을 의도한 게 분명한데 <운명을 좇아>라는, 뉘앙스에 조금 차이가 있는 번역어를 채택했는지는 저도 정확히 모름..
아마도 번역자는 한국어 ‘좇다’가 가진 의미 중에서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뜻이나 대세를) 그대로 따르다.‘라는 뜻을 염두에 두고, 운명에 의해 결정된 여로를 뒤따라 가서 이탈리아와 라비니움에 닿았다는 뜻으로 번역한 게 아닐까 싶긴 한데.
주석도 안읽어보고 질렀을 거라고 생각은 안 드는게 마침 저 트윗 아래에 주석 많이 달려서 괜찮은거 아니냐는 멘션이 있는데 아니라고 하셔서. 이건 좀 더 상세한 설명을 필요로 하는 논쟁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