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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에서 기요아키랑 혼다가 사토코 만나려고 몸부림치는 장면이 내 문학 인생 최고의 장면이었는데......
잉 찬이 작중 내내 꿈으로 다음 환생자를 들여다보는 장면이 나오지 않은 거나 도루도 그런 묘사가 하나도 없어서 환생자가 아닐지 모른다는 예상은 했지만
"잘못 본 거 아님?" 엔딩이라니 이 런 씨 발 이 런 씨 발
근데 머리 식히고 생각해 보면 '보는' 능력을 극한까지 과신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던 도루(와 내가 미녀라고 믿지만 사실은 개무쌩긴 기누에 - 서로 자기가 만든 세계에 갇혀 사는 인물)든 그와 똑 닮은 인물인 혼다든 이런 결말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던 걸지도 모른단 생각도 든다
난 시리즈 전체의 주인공이 혼다라고 쭉 생각해왔는데 이런 결말로써 혼다가 '시리즈 주인공 맞음' 인증 마크를 받은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할복 사건 당일날 천인오쇠 원고를 넘겼다던데 작품의 결말이 '네가 추구하고 믿고 네가 봐온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 사실 다 네 마음이 그렇게 보고 듣고 느끼도록 한 것에 불과하잖아'로 매듭지어진다는 걸 생각하면 미시마의 할복과 이 작품이 어떤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미시마는 이 결말에 어떤 의미를 담았던 걸까......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난 결국 유서 같아. 난 이래서 죽는다,고 <천인오쇠>를 쓴 거지. 아름다움의 절정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겠다, 뭐 이런. 결말 좀 허무했는데 그게 불교 유식론이더라. 세상만사가 내 의식에 비친 환상이라는 거.
이거 다 읽기 전까진 미시마가 자기 사상에 극도로 심취해서 할복한 줄 알았는데 읽고 나선 반대로 '끝까지 심취하고 보니까 이게 다 의미 없었네?' 하는 허무로 자기 생을 끝내버린 걸지도 모른단 생각이 듦 <우국>도 그렇고 <달리는 말>도 그렇고 정열에 모든 것을 바치(고 죽)는 인간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본인의 취향을 그렇게 드러냈으면서 정작 <천인오쇠>에서는 "네가 보고 싶어서 그것들이 그렇게 '보인' 거다"로 일축하니까 생각이 많아지네 정열에 미쳐서 인생을 갖다 박은 장본인들(기요아키, 이사오)이 아닌 그것을 '지켜보는(인식)' 인물(도루, 혼다)이 각자 진실을 폭로당하는(게이코에게 '넌 그냥 범인이야 이 새끼야'/사토코에게 '네가 보고 싶어서 그렇게 본 거 아님?') 흐름은 또 무슨 뜻일까
확실한 건 '인식하는', '인식하기만 하는' 사람에 대한 미시마의 취급은 많이 안 좋은 것 같음 혼다가 단순히 기요아키와 사토코의 일만 부정당한 게 아니라 모든 생애를 부정당한 뉘앙스라서
어쩌면 기요아키가 혼다 자신일 수도 있어. 혼다가 사토코를 만나는 거에 왜 이리 집착했겠어.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원래는 한 몸이라는 말도 있잖아. 내가 본 세상 전부가 내 안에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결말은 진짜 황당한데 미시마 답다 싶기도 하고 그렇더라.
월수사 시퀀스부터 다시 읽어봤는데 그렇게 부정적인 결말은 또 아닌 것 같음 '너 그거 네 마음이 보고 싶어서 그렇게 본 거다' 하는 식으로 봄눈, 나아가 혼다의 삶 전체를 깡그리 부정하는 걸 수도 있지만 "그것도 각자의 마음이지요."라고 했잖음? 그냥 '사람의 마음마다 각자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정도의 의미처럼도 읽힘 혼다는 여태 '나에게 보이는 것'이 '내 눈에 비치는 객관적인, 부동하는 실재의 것'이라고 여겨왔기에 그걸 납득할 수 없었던 거고 그러니까 혼다가 겪은 기요아키-사토코의 사랑도 사토코가 '난 마쓰가에 기요아키를 전혀 모른다'라고 말한 것도 전부 진실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