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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았다
이전에 읽은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다른 책인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 ‘체체파리의 비법’ 보다 좋았다. 가장 좋았다
모든 단편이 좋았다
이건 아마 단편집에 실린 이야기들 자체가 더 훌륭하다기보다는
내가 팁트리를 더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 저 다른 책들을 다시 읽으면, 그때 별로였던 이야기들을 아마도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팁트리가 묘사하는 우주와 인간에서 나의 세계를 읽었다
존재만으로 사랑하는 상대를 상처입히는 ‘주체’
세계의 표면을 핥아먹으며 만족하는 멍청이들과, 세계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과학이라는 도구를 쓸 줄 아는 인간들과, 그럼에도 닿을 수 없는 세계의 핵심. 과학이 볼 수 없는 ‘현실’은 당당하게 외면하는 ‘문명’
전에 내가 언급한 ‘여자를 죽이는 남자와 남자에게서 도망치는 여자’ 라는 도식은 틀렸다. 팁트리는 사실은, 여자가 오만한 주체의 자리를 탈환하는 페34미니즘 작가가 아니다
여자도 남자도 모두 ‘운명Plan'의 일부일 뿐이다
인간의 감상주의(혹은 이기주의)에 무관심한, 잔혹하고 무자비한 본능
살아남고자하는 유전자가 만들어낸, 개체의 종말
그 불안과 허무, 끝없는 고통의 아이러니
팁트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었다
왜 나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라는 활동적이고 예쁘장한 백인 양성애자 여성 sf 작가와 나를 동일시할까
나는 모솔아다고졸히키삼대남인데 말이다
의외로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도 그녀도 아웃캐스트이기 때문이다...
당신도 아웃캐스트라면 팁트리를 읽어라
매혹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