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단순한 번역 능력이나 철학 이해 부족을 넘어, 니체라는 사상가의 파괴성, 비도덕성, 반평등주의적 사상에 대한 한국 지식인들의 이데올로기적 자기검열 및 문화적 온건주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니체는 통상적인 근대 자유주의나 인도주의적 가치 체계 안에서 통용될 수 없는, 급진적 사유의 해체자이며, 니체의 사상은 철학적 주석 이상의 정치적 용도와 문화적 해석투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한국어 번역의 왜곡 또는 “길들이기”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요인들에 의해 설명 가능하다.


니체를 윤리주의, 도덕철학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려는 도덕적 온건주의 경향이 있는데 한국의 번역자들 다수는 니체를 '자기극복', '삶의 긍정', '존재의 수용'이라는 모티브 중심으로 해석하고, 니체의 급진적 반도덕주의, 반평등주의, 권력의지 개념에 내재된 계급적, 정치적 폭발성을 무마하거나 심리학적으로 환원한다. 이 경향은 니체를 삶에 대한 위로의 철학자로 변형시키며, 실제로는 위계적이고 반민주적인 인간형의 철학자였다는 점을 은폐한다.


니체는 평등, 연대, 인권, 약자 보호 같은 자유주의 핵심 가치를 철저히 조롱하고 해체한 철학자다. 그러나 한국 지식사회는 1980~90년대 민주화 이후 보편주의적 진보담론에 길들여져 있으며, 니체의 반평등적 귀족주의는 이 프레임에서 해석 불가능하거나 해석 불가능해야만 하는 철학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 결과 니체의 사상들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정치적 급진성을 제거하거나, 윤리적 중립으로 ‘세탁’된다.


니체는 독일어 문체에서 관습을 거부한 인물로, 수사학적으로는 성경, 바그너식 음악어법, 그리스 비극, 라틴식 아포리즘, 고전 산문, 심지어 풍자체까지 혼합했다. 한국어 번역자들은 이 전복적 문체를 유지하는 데 실패하고, 교과서적 문장 구조와 개념주의적 번역 전략으로 평탄화한다. 특히 그의 다의적 표현(예: "Umwertung aller Werte", "Ressentiment", "Herdentier")은 대개 문제적 개념어로서의 긴장을 잃고 무해한 단어로 전환된다.


니체를 ‘실존주의의 선구자’로 잘못 규정한 낡은 해석 틀의 지속도 문제이다. 한국 철학계는 한동안 니체를 키에르케고르, 하이데거와 연결된 실존주의적 계보 속 인물로 포섭하려 했고, 이 관점은 ‘자기실현’, ‘불안’, ‘고통의 의미화’ 같은 인간 내면의 도야 서사에 니체를 맞추는 구조를 강제했다. 결과적으로 니체의 철저한 비휴머니즘적 폭력성, 유전자적 위계주의, 초인 개념의 정치성은 배제되고, 니체는 내면적 성찰의 철학자로 둔갑했다.


니체는 원래 대중철학자가 아니었으며, 니체의 문장은 자극적이지만 독해는 극히 어렵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니체가 ‘삶에 대한 위로의 철학자’, ‘자기계발의 선구자’, ‘나를 사랑하라’는 식의 포지티브한 브랜드로 상업적 포장되었고, 번역자는 이 수요를 따라 철학을 완화하고 순화한 결과물을 제공하게 된다. 이는 원문의 급진성을 제거하고, “읽기 쉬운 니체”라는 허구적 이미지를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