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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은 정치인인 리처드 댈러웨이의 부인 클라리사가 파티를 열기 위해 준비하는 아침부터 파티가 열리는 저녁까지의 시간을 한 편의 소설에 담아낸 작품이다. 삶을 찬양하고 삶의 순간순간들을 기념하기 위해, 클라리사는 파티를 열어 흩어져있던 그들을 모아 젊은 날의 순수했던 감정들과 관계들을 상기 시키는 것이다.

 

클라리사가 이 소설의 한 축이라면 또다른 축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돌아와 PTSD에 시달리는 셉티머스와 그의 부인이다. 그는 참전하기 전 셰익스피어를 사랑하던 순수하고 섬세한 청년이었으나, 전쟁터에서 동고동락하며 모든 것을 함께했던 전우를 잃고 나서 조현병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정신병자가 되었다. 그가 느끼는 삶에 대한 환멸과 인간이라는 종 그 자체에 대한 증오는 병적인 것이기에 안타깝지만, 클라리사의 삶에 대한 찬양과 대비된다.

 

클라리사가 상징하는 삶에 대한 긍정에 대한 또 다른 대비로, 외동딸 엘리자베스의 가정교사인 미스 킬먼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는 적대국인 독일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는 이유로 원래 직장이던 역사 선생님 자리에서 해고되고 난 후 이 직업 저 직업을 전전하며 가난에 시달리다 간신히 댈러웨이가의 가정 교사 자리를 얻은 인물이다. 그녀의 신앙에 대한 광신적인 태도와 물질적인 기쁨에 대한 광적인 거부는 어리석은 것으로 묘사한다.

 

이 소설의 처음 부분에 등장하는 피터 월시는 영국적인 것에 대한 인상 비평을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사실상 이 소설을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키포인트 같은 인물이지만 클라리사의 과거를 상징하기도 한다. 클라리사가 지금 누리는 안정적인 생활과는 대비되는, 감정 기복이 심한 인물이기에 남편이 될 수 없고 옛 연인에 머무르고만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가 리처드를 택하면서 포기해야만 했던 젊은 날의 자유와 섬세한 정신을 상징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순간 순간의 섬세한 감정과 생각들을 마치 현미경을 들여다 보듯이 묘사한 소설로 의식의 흐름이라는 모더니즘 기법을 사용한 소설이다. 이 인물에서 저 인물의 생각으로 전환될 때에는 아주 작은 단서로만 이어지며 그 인물들 간의 접점은 같은 공간을 머물렀다 정도이기 때문에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을 문학에서 처음 접한 독자라면 이야기의 흐름이 일견 산만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의식의 결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그려내는 소설이기에, 사회나 국가 혹은 계급에서 비롯되는 복잡한 사회적인그물망에서 벗어나 인간의 내면 그 자체를 세밀화처럼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삶의 빛과 그림자를 대비시켜 삶이 주는 기쁨에 집중하는 것이다. 삶이라는 것은 처음 태어나서 끝까지의 하나의 스토리라기보다는 순간 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빛이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름과 같이 짧은 순간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임을 역설하는 것이다.

 

Carpe Diem! 순간을 잡아라! 라는 캐치프레이즈의 길고 아름다운 변주곡 같은 이 소설은 그러나,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참전용사 셉티머스와 전쟁에서 비롯된 국가주의의 피해자인 미스 킬먼을 주변화시킴으로써 전쟁이 남기고간 그림자와 상처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집중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상처 그 자체가 너무나 깊고 참혹하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일종의 주장처럼 느껴질 정도 이 작품은 삶이 주는 아름다움과 기쁨에 천착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토록 삶을 찬미했던 작가가 인생의 마침표를 스스로 찍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강한 긍정은 강한 절망을 불러오게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소설. 읽고 난 후 창 밖을 내다 보았을 때 초여름의 찬란한 햇살이 더욱 강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게 하는, 인상적인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