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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익 중장의 처형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제국주의가 만연하던 시절의 일본인들도 결국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이다. 소박한 사람이 가지는 소박한 편견, “조센징” 그와 동시에 홍사익이 가진 또 다른 타이틀 “장군” 조센징―장군이라는 두 가지 이질적인 단어 조합에서 일본인이 가지는 경외심이라는 것은 신기하게도 한국식 교육을 받고 한국식 민족관을 가진 나에게 그들 또한 평범한 인간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해줬다.
예컨대 “초졸 출신 박사라면 당연히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겠나?”, “일본계 한국군 장군이라면 신기하지 않겠나?” 같은 비유는 적절했다. 홍사익이라는 인물에 대해 일본인들이 갖고 있던 존경심은 그의 개인적 능력에 대한 감탄이었을 수도 있고,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식민지 조선인의 ‘충성’을 기특하게 여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이 글의 핵심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인물 홍사익을 통해 전범재판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는 시종일관 전범재판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홍사익을 그 주장의 대표 사례로 제시한다. 식민지 출신의 장군이 존경받다가 전범으로 처형되었다는 사실은 저자의 문제의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홍사익의 위대함’보다는 ‘전범재판은 과연 공정했는가?’라는 질문에 있다고 생각된다.
다시 홍사익이라는 인물로 돌아가 보자. 책에 나오는 저자의 평가는 잠시 뒤로 하고, 홍사익이 직접 남긴 말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인물의 진면목은 그의 언행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홍사익의 아들, 홍국선 씨는 어린 시절 “조센, 조센”이라는 이유로 조롱과 멸시를 받는 나날에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왜 우리들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이것은 어떻게 해결할 길이 없는 것입니까?”
이에 대해 당시 홍사익은 이렇게 답했다고 전해진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 곤란한 문제, 또 조급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그것에 대해 깊이 조사해보았는데, 아일랜드와 영국인 사이에도 이와 대단히 비슷한 문제가 있다.
아일랜드인은 영국에서 어떤 취급을 받더라도 결코 아일랜드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밝힐 때는 반드시 ‘나는 아일랜드의 누구입니다.’라고 똑똑히 말한다.
너도 이를 따라서 어느 때라도 반드시 ‘나는 조선인 홍국선입니다’라고 똑똑히 말하고, 결코 ‘조선인’이라는 말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
이 일화는 홍사익이라는 인물이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으려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협력자’나 ‘기회주의자’의 모습이 아니라, 복잡한 시대적 조건 속에서 자존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의 면모가 드러난다.
또한 이 책에서는 홍사익이 독립운동가 지청천의 가족을 물밑에서 도왔을 가능성도 언급된다. 한국계 장교들이 발행한 회보 ‘전의회’ 기관지의 기사 등을 통해, 홍사익이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조국에 대한 연민이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 책은 홍사익이라는 인물을 통해 일본인이 조선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전범재판이 얼마나 정치적이었는지에 대해 다양한 시선을 제공한다. 단순히 한 인물의 생애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제국주의, 민족 정체성, 정의라는 큰 주제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홍사익이라는 복합적인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도덕적 판단 이전에 그가 처한 구조와 선택의 맥락을 읽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