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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타는 버스 정류장 바로 뒤편에 10평 남짓한 헌책방이 하나 있었음.


외관은 너무 허름했고 낡음을 추구하는지 간판도 너덜너덜. 남루하기 그지 없었음.


주변은 화려한 번화가인데 혼자만 어색한 고전을 꾸역꾸역 유지하고 있는 형상임.



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운영 했었음.


가격에 대한 기준도 없고 일률적이지도 않음. 한 권 골라서 건네면


한참을 이리저리 살펴 보고는 음음. 이건 3천원 저건 5천원 이렇게 말해줌.



내가 특정 시간에만 두번 연달아 갔었던 날에는


항상 안성탕면 하나를 반으로 부셔서 끓이고 계셨음.


점심을 라면 반쪼가리로 때우는 모습이었음.



어느 날은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에 가게 됐는데


웬걸 처음 보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꼬마가 앉아 있고


그 할아버지는 카운터 겸 실내인 뒤켠에서 움츠려 잠을 자고 있었음.


두 명이 나란히 하기엔 조금 버거워 보이는 공간에서


꼬마가 라면 반을 끓이고 있는 거임.


그걸 보는 순간 할아버지가 매일 반만 먹은 게


반은 손자로 보이는 쟤 몫을 남긴 거구나


그대로 그 생각이 떠오름.



애가 끓이고 있는 어설픈 모양이 그 때 할아버지의 모습이랑 정확히 겹치면서


순식간에 온갖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짐.


너무 어려보이는 애가 언제 익을까 젓가락을 들고 라면만 하염없이 보고


할아버지는 철 지난 식물의 시들은 잎처럼 희끗희끗한 머리에 미동도 없는 채 


오래된 특유의 뻣뻣함으로 누워있는 장면 임.



뒤에서 단잠 자고 있는 할아버지가


손자의 미래를 뜻 모를 예행연습 해주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