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으로 정해두었던 목표를 종강과 함께 날려보냅니다.

50권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저서로 마무리한 점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재수를 할 당시에 이번 수능만 끝나면 책을 질릴 정도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질릴 정도로 읽기에는 세상에 너무 좋은 책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 호기롭게 한 학기에 100권은 읽어야지 싶었던 처음의 목표가 중간중간 어려운 책에서 오래 머물면서 50권으로 줄어들기도 했네요



50권이 절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읽은 책의 목록을 봐도 이제 독서에 막 입문한 것을 아실 것 같은데...

갤러리에서 책 추천도 많이 받고 저랑 비슷하신 분들을 보면서 나만 머리가 안 좋은 게 아니구나... 공감도 하고 그랬습니다.

독서 연식이 쌓이신 분들은 정말 ㅎㄷㄷ 하더라고요.



사실은 독서에 대해 허황된 기대를 품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읽다보면 내 삶의 정답도 쉽게 닿을 수 있게되고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물론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귀중한 경험이 너무 많았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제가 평생 경험하지 못할 최악의 위기를 여러 번 겪었고 너무나 아름다운 찰나를 엿보기도 했습니다.

소심한 제가 소설이 아니고서 이런 경험들을 할 수 있었을까요... 참 재미난 세상입니다!

철학책을 통해서는 지금까지 읽은 소설들과 제 삶의 저 아래에 있는 골조를 더듬을 수도 있었습니다.

공대에 있으면서 쉽게 얻지 못할 지혜를 나름 합리적인 투자로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 지식뿐 아니라 )



반수를 준비하게 되어 2학기 목표는 세우지 못할 것 같습니다만

이번 수능이 끝나고 읽을 수많은 책들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겨울에 국문학을 잔뜩 읽고 싶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죽음에 이르는 병> - 키르케고르 입니다.

유한한 인간이 본성적으로 집착할 수밖에 없는 무한성에 대한 주제도 좋았지만 자신의 절망을 깨닫지 못하고 속물적인 세상에 빠져 자신을 읽어버린 사람들이 정말로 절망 속에 있다고 소리친 키르케고르의 직설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카뮈가 말하는 실존의 보충으로 유신론적 실존주의를 공부한 거였는데 오히려 키르케고르에게 더 빠져버렸었네요:)






갤주의 봄눈도 너무나 재밌게 읽었네요. 특히 무심한듯 툭툭 던지는 기가막힌 표현에 감탄을 연발했고 종일토록 필사한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4부작을 모두 읽기 전에 아름다운 표현들에 압도되어 지쳤던 걸까요 왠지모르게 끝까지 완주하지 못했습니다ㅠㅠ

아마 수능이 끝나면 바로 새벽의 사원을 꺼내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름이 깊어집니다. 다들 날씨 조심하세요ㅎㅎ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독서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