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포도주에 젖은 책들
아랍어로 나크바―
히브리어로 쇼아―
어쩐지 아름다운 입술 모양의 단어들
우리는 TV 허블 망원경으로 볼 수 있다.
우주 끝에서 어떤 외계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눈을 가리지 않고서 얼굴을 돌리지 않고서
가까운 곳에서 죽어가는 것도
얼마든 바라볼 수 있다.
아주 멀리 있다고―상상하면 되니까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군요
몇 세기 전의 맑은 가을날 사과가 떨어지듯
머리 위의 사과를 심장이 관통했군요
잘 생긴 젊은 사수의 은빛 화살처럼 백린탄이 날아왔군요
멀리서 보면 전부 그렇다
캠핑용 모닥불처럼 따듯하게 타오르는 도시
하늘 위엔 오래전 사라진 별처럼 반짝이는 비명들
- 진은영, <후이늠에서>
작년 도서전 주제였던 '후이늠'(<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말의 나라)을 소재로 쓴 진은영의 시
진은영, 신형철, 강화길 토크쇼에 참가해서 시 얘기도 듣고 싸인도 받았던 좋은 기억이 있음
그게 벌써 1년 전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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