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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정도 지나 나비 사망 조사단은 해체됐다. 그렇게 해체된 이유는 더 이상 나비들이 죽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었지만, 나비들의 죽음에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어느 날 밤 꼬붕윈이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깨어났다.
꿈속에서 그는 나비 한 마리가 되어 있었다.
- <나비>
이름도 작품도 생소한 버마의 시인 겸 작가, 띳싸니(Thitsar Ni)의 소설집, <나비>다.
표제작 <나비>가 88년 양곤 민주화투쟁 때 죽은 7천 명의 혼을 위로하기 위한 작품이라길래 문득 궁금해져서 읽어보았다.
작품집은 전체적으로 일종의 우화집과도 같은 느낌인데, 소설들의 길이가 길지 않고, 우리가 아는 소설의 형식보다는 아주 짧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수필처럼 읽힌다. 언젠가 독갤에서 '서울국제전의 아랍문학 설명회에서 최근 엽편소설이 유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본 거 같은데, 동남아시아 역시 이러한 형식의 엽편소설이 보다 많이 쓰이고 읽히는 듯 싶었다.
작가가 작품 내에서 간접적으로 '그는 리얼리즘에 반대하는 사람이었다'고 적듯이, 띳사니의 작품은 대개가 몇 겹으로 포장된 초현실적인 은유들로 쌓여있기 때문에 버마의 어떤 현실적인 측면을 기대한 사람에겐 실망처럼 느껴질 수 있다. 다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몇몇 작품은 우화를 바탕으로 우회적으로나마 버마의 현실을 직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화가 으레 그렇듯 작가의 불교적 사상, 인간관, 세계관 등으로 구성된 이 일련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세상사나 인간사의 문제들을 되묻게 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기묘한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 세계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토록 하는 것이 띳싸니 작가가 추구하는 글쓰기라 해도 될까 모르겠다.
만약 역사적 맥락을 깊게 통찰하고, 인물들의 심리를 낱낱이 분석하고, 사상과 인간의 속의 속까지 침투하려는 그런 작품을 바란다면, 이런 우화스러운 이야기들이 그다지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내가 감상을 남기는 이유는 이 작품들에 세상을 통찰하는 기묘한 방식의 '무언가'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케이지를 만들다가 스스로 케이지 안에 갇힌 사람, 문자를 모르지만 선생이 물려준 책으로 삶 전체를 꾸리는 사람, 집을 두지 않아 다른 이들에게 집을 빌리며 삶을 전전하는 사람, 구두 비가 떨어지자 샌들은 멸종하고 구두를 신고 다니면서 그것을 일종의 관광처럼 팔아먹게 된 마을, 동행 없이 세상의 끝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잡아먹게 된 비둘기가 노아의 방주에서 탈출했다는 걸 알게 된 사람... 이러한 여러 환상담은 어떻게 보면 그저 평범하고 교훈적이고 교설적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어쩌면 이 작품집은 아주 단선적인, 문학 공부만을 열심히 해온 룸펜 엘리트 작가가 이제껏 존재해왔던 문학의 형식과 사색을 빌려(그의 작품에는 실제로 많은 문학 작품들이 스치듯 언급된다) 그냥저냥 기시감 드는 이야기들을 써낸 거라고 생각될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 어딘가에서 우리에게 자리하고 있는 어떤 깊은 것을 불쑥 인식하게 하는 이상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작품들은 사변적이고 사색적인 문장들로 구성된 게 태반이라 정경을 묘사한 미문이나 극도의 환상성을 바란다면 그 역시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글쎄, 이미 말한 대로 그저 그냥저냥한 우화집 한편이라 생각해도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히 생각해 볼만한 지점들, 마음이 머무르는 지점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작품들의 길이가 전부 짧은 편이라 금방 읽어낼 수 있으니 혹시 궁금하다면 한 번쯤 펼쳐봐도 괜찮을 것이다.
참고로 가격은 안 괜찮다. (1만 8천원)
그리고 신기한 게 버마어 전공한 한국인 연구자가 아니라 양곤대 한국어과 나온 비즈니스맨이 번역 활동을 병행하면서 번역된 책이다. 문장에 어색함은 없는데 살짝살짝 오탈자가 있었으니 참고하길.
와 이거 궁금했는데 소재 보니 꽤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