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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다

독갤의 누군가가 훌륭한 sf라고 하길래 충동적으로 구매했는데

사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책은 지금까지 꽤 읽었고 다 괜찮았기 때문에 아무 대책없이 산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읽고보니 sf라기보다 테크노 스릴러가 맞는 것 같다

김진명이나 댄 브라운 같은? 댄 브라운은 읽어보지 못했다만

이런 소설들은 대체로 개성을 팍 죽인 문체로 사실과 서술자의 감상들을 늘어놓는데, 개성을 팍 죽인 것이 오히려 이놈들의 정체성 비스무리한 것이 되는 것 같다. 문장들이 다 비슷해 보인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내전과 전쟁이 한창인 아프리카 콩고 산골짜기 어딘가에

인류의 다음 단계, 신인류에 해당하는 초지성 생명체가 태어난다

전세계의 통신을 훔쳐듣던 미국에서 이를 알아내고는 국가 안보 위협으로 판단하여 민간 군사 기업을 경유해 암살하고자 한다

이들 용병 일행의 대장을 맡은 조너선 예거가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조너선 예거에게는 아들이 한 명 있는데 그 아들은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려 죽을 날을 받아놓은 상태다

그리고 또 한 명,

일본의 평범한 약대생 고가 겐토라는 남자도 주인공이다

고가의 아버지는 큰 성과는 없는 바이러스 연구자였는데 전철을 기다리다 급사하였다

장례를 치르고 대학으로 복귀해 지겨운 실험으로 돌아간 고가는

놀랍게도 죽은 아버지에게서 메일을 받는다

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다는 듯이, 부자간의 비밀을 이용해 메시지를 남겼는데

아무도 믿지 말고 경찰을 피하라는 말과 아파트 주소가 나왔다

아파트에는 실험용 쥐와 실험 도구, 노트북이 있었다

노트북에는 현재 기술력으로 절대 만들 수 없을 비현실적인 성능의 제약(약 만들기) 시뮬레이터가 있었고

아버지는 그 프로그램을 이용해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을 치료할 약을, 자신을 이어 만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정신이 나갔나보다... 하고 넘기려는 찰나 고가 겐토의 주변으로 경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겐토는 가까스로 도망치는데 성공한다

아버지가 예견한 대로 경찰들이 나타나자

갈 곳도 없어진데다 그 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게 되어 자극받은 겐토는 약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한다

자 이 정도가 발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허술해보이지만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오히려 잘 만든 스릴러 영화나 드라마들처럼 구성과 복선, 디테일이 매우 탄탄하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다른 장편들도 그런 것처럼.

확실히 인간이란 정말 개좆같은 존재다

어떻게 해야 덜 좆같아질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 진화란 인간들 사이에서 갑자기 초지성 생명체가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유전자 풀의 내용물이 교체되어가는 과정 자체로 알고 있는데

작가는 포켓몬의 진화처럼 쓰고 있다

근데 모르고 쓴 것 같지는 않고 이야기 전개상 어쩔 수 없이 무시하고 쓴 것 같다

약대 교수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더라

어쨌든 요즘 사는 게 재미없고 책 읽기도 힘들었는데

이렇게 흥미롭고 읽기도 너무나 편한 책이 있어 다행이다

700페이지 정도 하는데 이틀만에 다 읽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