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어디선가 작가 이름을 봐서 언젠가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글인데, 그 출처가 전혀 기억나질 않는다. 모래사나이 포함 3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인데, 환상과 공포를 섞는다는 점에서는 사실 아이들 겁주는 용도의 독일식 동화책하고도 유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글. 각각의 단편에 대한 짤막한 느낌은 다음과 같다.
모래 사나이
아마 호프만의 가장 유명한 저작이기도 할테고, 읽어본 다음에도 3편의 단편 중 제일 나았다고 생각하는 글. 어린시절의 공포스러운 기억에서 기인한 트라우마가 개인의 내면과 삶을 파괴하는 이야기인데, 중간에 등장하는 자신의 우울한 말을 항상 잘 들어주는 여성 자동인형에 대한 사랑은, 이 시기에 널리 퍼진 계몽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오늘날에는 자신에게 매몰되어 교류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추는 거울로도 보이게 한다. 더욱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도구인 망원경이 진정한 현실과 유리된 망상을 보게 만든단 점과, 트라우마에서 기인된 광기가 주는 파멸은 나름 고전적인 비극의 형태를 띄기도 해서 즐겁게 읽었다.
이그나츠 데너
신앙 깊은 소시민이 사악한 마술사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이겨내는 이야기...말 그대로의 이야기라 아이용 동화에 가까운 이야기인데, 요술이나 마법약 등의 소재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 낭만주의적인 사고를 느낄 수도 있을 듯도 하지만, 단순한 선악구도의 글이라는 점에서는 다소 심심하게 읽은 글.
팔룬의 광산
스웨덴의 광산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연애담. 젊고 착실한 남녀의 연애담이란 점에선 큰 특징은 없지만, 역시 여기서도 끼어드는 것은 주인공이나 다른 광부들이 공통적으로 보는 광부의 유령과 같은 환상적인 존재. 환상적 존재가 등장인물들을 끝없이 자극하여 불안으로 몰아가고 파멸에 이르게 만드는 과정을 나타내는 글이지만, 신파적 요소가 덮씌워져 있어 받아들이기 쉬운 결말로 끝난다는 점에서 역시 동화로도 읽힐법한 글일듯.
호프만의 글들은 대개 환상의 존재들과 마주치면서 개인이 겪는 불안을 묘사하는데,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는 부모의 부재에서 느껴지는 불안이 이런 환상적인 존재로 나타내는 듯 함. 모래사나이가 셋 중에는 제일 다층적으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단 점에서 1편만 읽어도 충분할듯 하지만, 책 자체가 가벼이 읽을 만한 글이라 다 읽더라도 오랜 시간을 쓰지는 않을듯.
어디 번역으로 읽음?
민음사입니다
어디서 본 이름인 이유=뉴진스의 ETA
민음사 그거는 단편 발췌해서 엮은 거임. 호프만이 직접 출간한 밤 풍경을 읽어보길 바람. 국내에선 을유에서 나온 번역이 있음. 모래 사나이랑 이그나츠 데너는 겹침.
얘가 좀 더 두껍긴 하네. 나중에 끌리면 읽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