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7fea8175c7f66ef423e780e7409c7069171faa480d2b7ad49fff9cd3af27d68835cde9bfadd86523820b02148fddcca370dfec41dd

7bee8405b6836b8223ed8191349c706561d917075503e8afc5996fc317f2b99bf0786eb46757ca46aeb94db487cf0fb5e8d1e4b1

-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를 통해 살펴보는 오스카 와일드, 그리고 그를 통해 생각해보는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론


나쓰메 소세키-<풀베개>를 최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이 작품에선 뚜렷한 줄거리(서사)가 전개돼 있지 않아ㅡ<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산시로> 등에서 인상깊게 보던 줄거리의 궤적이 없어서ㅡ독자 입장에서 혼란이 가중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나쓰메 소세키 전집 중에서 많은 작품이 인기가 많은 편이지만, 이 <풀베개> 만큼은 크게 인기가 없더라구요. 읽으면서 이해가 됐습니다.

하지만, 나쓰메 소세키가 이런 구체적인 서사가 없고, 작품 안에 화자의 의식의 흐름, 내지는 사고의 흐름, 그리고 관념의 전개, 그리고 그에 맞물리는 하이쿠들을 적어둔 것은 분명 그에 맞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이 책의 사고의 흐름을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적는 것은 다음 기회로 연기하기로 하고, 제가 인상깊게, 그리고 주의깊게 읽은 부분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풀베개> 작품의 중후반부에 보면, 요즘으로 치면 호텔 같은 곳에 묵고 있으며 책을 읽고 있던 화가이며 화자로서의 남주와, 여주가 책, 그리고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화자는 뚜렷한 줄거리가 있는 책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는 것보다는, 어느 페이지부터 읽던 상관없다고 말하며 여주를 혼란에 빠트립니다. 거기서 상상력이 조형되고, 생각이 즐거움이 생긴다고 덧붙이면서요. 여주는 남주의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그것을 기이하게 바라봅니다. 그리고 여주는 남주에게 남주가 읽고 있던 영어로 쓰인 책을 읽고 즉각적으로 해석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남주가 여주에게 책을 읽어 주게 됩니다. 물론 당연히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요. 발화되는 작품에서의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 생각을 듣고 있던 여주는, 작품에 소개되는 것들에 대해 기상천외한 경험을 하게 되고, 작품 속의 주인공들의 대사, 행동, 생각에 대해 의문을 품고 상상력을 발전시키게 됩니다.

제가 첨부한 글 사진에서의 글의 출처는 <와일드가 말하는 오스카>-오스카 와일드, 박명숙 옮김, 민음사 출판사의 책에 수록돼 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1900년에 별세했고, 나쓰메 소세키는 1903년에 영국에서의 유학을 마쳤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그 시기에 세계적으로 대문호라고 사람들에게 인지되고 있었고ㅡ그의 기행들도 물론 어느 정도 감안되면서ㅡ“무엇을 읽어야 할지, 무엇이 중요한지, 그런 판단이 나에게는 부족하다.” 이런 류의 소세키가 지인에게 유학 시기에 보냈었던 편지를 감안하면, 당시에 영국에서의 이방인으로서 소세키가 오스카 와일드라는 사람, 그리고 작가를 그냥 지나쳐 버릴 순 없었던 것 같다는 추측을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소세키 그가 유학 중에 겪었던 상당한 혼란이 저로서는 도저히 어느 정도인지 추측조차 힘듭니다.

이 내용에 대한 남주의 사고 방식은 사진으로 올린 오스카 와일드의 생각과 상당 부분 유사합니다.

그리고 마침 또 친절하게 <풀베개> 작품 속에서 후반부에 오스카 와일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이 작품은 결국 오스카 와일드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것을 내재적으로 드러냈다고 저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분명 유미주의(내지는 탐미주의)에 대해 깊이 있게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문체에 있어서의’ 탐미주의보다는, 글에 표현되는 관념, 내지는 글에 드러내는 사상, 조금씩 돋보이는 하이쿠 속에서 개인 내지는 집단에 집중하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독자적인 문체를 발전시킨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오랜 기간 표절설이 돌면서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소세키의 팬들을 화나게 하는 것도, 결국에는 나쓰메 소세키 자체적으로 서양 문학을 깊이있게 의식하고, 그 의식을 일본에 소화해 도입하려 했던 노력의 산물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7ce58402b7f7198523ed87e6359c701bf1f5e494cbeed06ad7aa76df183e20e3ad6c70ba3a00e55ba59209c0f660c9d424487f6c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