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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학습법'은 인지심리학자이자 메타인지 연구자인 리사 손 교수가 쓴 책이다. 언젠가부터 교육업계는 물론 출판업계에서도 유행하게 된 메타인지라는 용어는, 어째서인지 여전히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거나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능력' 정도의 버즈워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메타인지는 마법처럼 객관적인 시선에서 핵심을 꿰뚫고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게 해주는 그런 능력이라기 보다는 위 글에 나온 계획, 점검, 조절을 비롯한 여러 머리 아픈 교육학의 주제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관점에 가깝다. 리사 손 교수는 이러한 메타인지에 대한 오해들을 자세히 다루며, 메타인지의 관점에서 교육과 학습을 바라보았을 때 우리 교육이 가진 문제는 무엇이며 그 해법은 무엇인지 설명한다.


다만 학부모 대상으로 쓴 책이라 그런가 학습자보다는 교육자의 시점에서 쓰인 내용이 많으니, 괜히 무턱대고 샀다가 속았다고 화풀이하지 말고 목차와 미리보기라도 읽어보고 구매하기 바란다. 네. 정보 계획, 점검, 조절에 대한 머리 아픈 이야기



메타인지 학습법을 다시 읽었다. 위에 적은 것과 같이, 이 책은 메타인지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주는 심리학 교재라기 보다는 메타인지를 그저 ‘성적 급상승의 비결’ 정도로만 생각하고 정작 메타인지가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특히 학부모)이 가진 메타인지에 대한 환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책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메타인지에 기반한 과학적 공부법은 그다지 새롭거나 이상적인 게 아니다. 굳이 메타인지를 들먹이지 않아도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며, 쉽고 빠르게 공부한 것은 빠르게 잊힌다’면서, ‘벼락치기가 아닌 주기적인 복습과 인출 연습, 교차연습과 같은 능동적이고 인지부하가 큰 학습법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오히려 신물이 날 정도로 교육계에 널리 퍼져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기존에 공부하던 방식에 메타인지와 과학적 공부법을 끼얹기만 하면 모든 게 더 좋아질 거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착각인 이유를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글이 늘어지길래 짧게 줄임)


1. 메타인지는 학습만큼이나 힘들고 어렵다. 메타인지는 곧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기에, 힘들고 부끄러운 모습을 찍어서 보여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2. 많은 학부모들은 공부를 잘하려면 메타인지를 해야한다고 하면서도, 메타인지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주거나, 학습에 뒤쳐지는 걸 용인하진 않는다.


3.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춤, 노래를 못한다고 다그치며 같은 파트만 계속 반복시키거나, 거식증 환자가 계속 거울과 체중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과 같다.


4. 학생들은 공부를 하면서 메타인지도 해야하는 이중고에 빠진다. 이런 상황에선 메타인지가 발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되려 메타인지를 꺼리게 된다.


따라서 저자는 ‘쉽고 빠르게 실패 없이 공부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공부를 잘 못하게 된다’면서, 잘 알려진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를 언급한다. 토끼가 거북이와 달리기 경주를 하다가 자신이 빠르게 달린다고 자만한 나머지 느리지만 꾸준하게 걸어간 거북이에게 패배한다는 이야기인데, 냉소적인 사람들은 곧잘 토끼가 거북이보다 빠른 것은 사실이고, 토끼가 자만하지 않았다면 거북이에게 이겼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이야기에서 토끼가 아닌 거북이에게 주목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이러한 생각이 틀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재미있게도 이런 설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머리 아픈 심리학 연구들 보단 저자 스스로 조급함을 느껴 되려 학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들이다. 저자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영어를 잘 하지 못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던 적이 있어서인지, 영어를 잘하게 된 뒤로도 조급함에 여러가지 일을 맡았다가 후회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자식을 기르면서도 마찬가지라서, 자식들에게 자신이 조급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닌지 고민에 빠졌던 적이 많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자라 좋은 대학 나와서 교수까지 하는 사람이 자신과 가족이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고깝게 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저자조차 자신이 다른 학부모들에게 이러한 경험을 이야기할 때마다 ‘한국과 미국은 다르다’던가, ‘아이들은 부모가 잡아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속 편한 소리한다는 식의 반응을 받곤 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자는 ‘고정관념 위협’에 대한 연구들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고정관념조차도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가령 저자는 여성이기에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동시에 동양인이기에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또한 저자는 미국인이기에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말이 많다고 평가받기도 하지만,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말 수가 적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물론 고정관념이 꼭 거짓은 아닐지도 모른다. 마치 모든 무슬림이 테러리스트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테러리스트가 무슬림인 것은 사실인 것처럼, 저자도 분명 영어를 잘 못하는 게 들킬까봐 미국에서 말 수가 적어졌던 경험이 있고, 반대로 미국에서처럼 통학 버스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에게 스몰토크를 걸었다가 상대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고 문화 차이를 깨달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고정관념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스스로 시간을 들여 메타인지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저자는 ‘자신에 대해 제일 잘 아는 것은 나 자신’이라며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남이 대신해줄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메타인지에 대한 연구나 논문들조차도 다른 나라나 다른 상황에 곧바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메타인지를 발달시키기 위한 방법조차도 스스로 고민하고 실험해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서 잠시 빨간약을 한 번 들이키자면 사람은 스스로 평가하고 학습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좋은 교사나 코오치의 도움을 받는 게 나을 때가 많다. 구성주의라 쓰고 학습자의 자발성과 능동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무조건 학생이 직접 생각하고 자신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토할 정도로 많은 연구들은 이러한 주장이 완전히 틀렸거나 적어도 부분적으로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학계의 주류는 학습자의 자발성과 능동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러한 자발성과 능동성이 교육자의 명시적인 지도와 피드백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본다.(보다 자세한 논쟁은 학습의 재발견,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를 참고)


당연히 저자도 부모나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조언과 개입도 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 또한 학생들이 쉽고 빠르게 실패 없이 공부하려다 보면 자신의 실력에 자만해 공부를 게을리하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어렵다고 생각한 내용을 너무 많이 공부하다 보니 쉬운 내용을 충분히 공부하지 않아 점수를 낮게 받기도 한다는 점을 언급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반대로 듣기도 하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말을 못하는 아기나 동물의 메타인지를 측정하기 위한 실험을 이야기하면서 누구나 메타인지를 가지고 있고 이를 측정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뭐 저자가 쉴틈없이 거북이를 찬양하면서 부모는 아이들을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사람들도 나이브하게 아이를 믿어주기만 하면 아이들이 알아서 거북이에서 토끼가 되어 달리기 대회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저자가 간단히 언급하고 지나가는 연구들이나 설명하는 내용들도 잘 살펴보면 실제로는 당연히 머리 아프고 복잡한 이야기가 많다는 이야기다.



또 글이 늘어지니 대충 눈에 띄거나 신경쓰이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마치겠다.



저자의 친오빠는 어릴 때부터 머리 좋고 공부도 잘하고 게임도 잘하는데 경쟁이 아닌 진심으로 공부와 게임을 즐기는, 유행이 지난 말이지만 '엄친아'였던 모양이다. 저자가 오빠를 언급할 때마다 어린 시절 느꼈던 열등감과 존경심이 뚝뚝 묻어나온다.


저자는 자신이 글을 써본 적도 잘 없고 글을 잘 쓰지도 못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과거 도서관에서 훑어 읽을 땐 느끼지 못했지만 글이 지나치게 분절적이고,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거나 앞뒤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어찌보면 신문 잡지에 올라간 조각글 묶어서 책으로 낸 느낌인데, 시도때도 없이 사적인 이야기 필터 없이 하는 걸 보면 그냥 글을 못 쓴다는 게 꼭 겸양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필자도 이런 식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자주 공감성 수치를 느꼈다.)


저자는 메타인지를 자기평가 혹은 자기점검Self-monitoring과 자기 조절 혹은 자기 통제Self-control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사실 이렇게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점진적으로 행동방침을 수정하기를 반복하며 나아가는 것은 아주 근원적인 문제해결 전략인 동시에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이다. 책에서 언급된 기본 상태 신경망(디폴트모드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은 이러한 점검과 실행의 시소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깊게 관여한다. 자세한 내용은 정리하는 뇌,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인튜이션 같은 책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