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cea8872b1ed6cf33ff1dca511f11a39aaed3533b8612c7a


"이 책은 저자가 한 경제학도의 입장에서 한국경제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써온 글들을 하나로 엮은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체계없는 평론집일 뿐이다. 체계없는 평론집을 내는 데는 나 자신이 상당히 저항을 느껴왔다. 그러나 필요가 있고 이 글들이 이미 나를 떠나 한 시대의 소산으로 된 이상 비판받고 극복되는 대상으로 다시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 自省(자성) 이상의 뜻이 있다는 데서 이를 감히 하나의 책으로 묶어 내놓는데 동의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상당히 광범위한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무원칙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나로서는 나름대로의 원칙에서 글을 써왔다. 요구가 있고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무엇이든 처음부터 공부하는 마음으로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글은 때로는 生硬(생경)하고 습작 이상의 수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필요와 새로운 영역의 개척을 위한 고뇌가 따르지 않았다면 이미 붓을 꺾었을는지도 모른다. 이 원칙은 앞으로도 내가 글을 쓰는 한 관철시킬 것이다.

그때 그때 혼신의 힘으로 쓰고 혼신의 힘으로 살았으므로 나의 글에 대해 변명하지는 않겠다. 모두가 정당하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때의 나로서는 그렇게 보는 것이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역사의 편에 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뿐이다. 정당한 비판에 의해 잘못은 극복되어야 하고 이것만이 글을 통해 현실에 참여하고 자기를 발전시키는 방법이다.

여기 실은 글들은 모색 이상의 뜻을 가질 수는 없다. 모색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역사창조를 위한 실천에로 발전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계기속에서 생활하는 민중의 소망에 기초지워지면서 많은 자각있는 사람들에 의해 분업의 과정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自立的 民族經濟(자립적 민족경제)의 확립을 위한 길은 생활하는 민중의 소망에 좇아 국민경제의 내용을 정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 민족의 자립 • 자주의 기초를 조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같은 명제에 대하여 어느 누구도 부정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에 이르는 방법을 둘러싸고 광범한 견해차가 있다. 견해차는 있을 수 있고 또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견해차가 오늘을 사는 민중의 생활상의 요구를 장기적으로 부정하는 것일 때, 그것은 정당한 것으로 될 수 없다. 큰 뜻을 부여할 생각은 없으나 보잘 것 없는 글들이 자립적 민족경제의 확립을 위한 길에서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적은 것이나마 도움을 주고 광범한 견해차를 좁히는 데 기여하게 된다면 그 이상 더 바랄 것이 없다."---1978년 2월. 본문중에서



박현채 교수님은 평생을 우리 민족의 자주적 경제의 확립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해오신 분입니다.  빨치산 소년돌격부대 문화부 중대장으로 활동하다가 체포당하시기도 하고,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창시하시기도 하면서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우리 민족에게 많은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매우 존경하는 분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민족경제론》을 비롯한 박현채 교수님의 저작들을 읽어보시는걸 추천합니다.